백제시대 왕릉.. 점차 조금씩 밝혀지는 그 주인공
백제와 가야의 당시 모습.. 무덤에 그대로 반영돼

◇ 베일 벗는 익산쌍릉

백제의 숨결 익산 둘레길 중 무왕길 코스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익산쌍릉은 고려시대 이후 왕릉으로 전해져 오고 있는 무덤이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느 시대, 어느 왕의 무덤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채, 문헌과 출토 유물 등을 토대로 백제 무왕과 무왕비의 무덤으로 추정하고, 그저 큰 것을 ‘대왕릉’, 작은 것을 ‘소왕릉’으로 부르고 있을 뿐이다.

지난 1963년 사적 제87호로 지정·관리돼 온 익산쌍릉은 1917년 일본인 다니이의 약식 조사 이후 1920년 대정6년도고적조사보고서에 간단한 도면과 사진이 몇 장 실린 것 이외에 별도의 학술관련 자료가 없어 그 구체적 성격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국립전주박물관에서 개막됐던 ‘익산 역사문물전’을 계기로 익산쌍릉 출토유물인 치아와 목관편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고, 익산시와 국립전주박물관에서는 이를 계기로 쌍릉에 대한 정밀 학술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우선 올해는 쌍릉에서 출토된 미공개 유물에 대한 전수조사와 치아, 목관편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공주 무령왕릉 출토 유물들과의 비교분석을 시도할 예정이다. 이어 내년에는 지하물리탐사 및 봉분의 3D스캔을 통한 쌍릉 내부 및 지형기록이 이뤄져 쌍릉의 고증자료 확보는 물론 향후 유적에 대한 보존 관리에 활용될 계획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이에 대한 성과물을 집대성한 종합보고서를 2015년도에 발간하고 익산시와 공동으로 학술대회와 특별기획전을 계획하고 있다.

이로써 그간 주인이 누구인지 학계의 추정에만 의존했던 쌍릉의 숨겨진 얼굴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 도대체 주인은 누구

쌍릉은 그 이름대로 대왕릉과 소왕릉, 두 기의 고분을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이 두 고분의 주인에 대한 기록은 일찍이 고려사에 등장한 이래, 조선시대의 인문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고려사의 내용을 인용하면서 보다 구체적으로 ‘쌍릉은 오금산 봉우리의 서쪽 수백 보 되는 곳에 있다. 고려사에서는 후조선 무강왕과 왕비의 능이라 했다. 속칭 말통대왕릉이라 한다. 일설에는 백제 무왕의 어릴 적 이름이 서동인데, 말통은 곧 서동이 변한 말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사에서는 쌍릉이라는 명칭 없이 무덤의 주인공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지만,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쌍릉이라는 명칭이 정확하게 드러나 있다. 이후 일제시대에 쌍릉에 대한 조사에서 능산리와 같은 유형의 고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역시 쌍릉이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현재 학계에서 쌍릉을 왕릉으로 비정하고 있는 이유는 규모와 구조, 출토 목관의 수종 등이 공주 무령왕릉이나 부여 능산리고분군의 무덤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규모로 보자면 대왕릉의 경우 봉분 직경이 30m, 높이가 5m이며, 소왕릉의 경우 직경 24m, 높이 3.5m로 대왕릉의 크기가 약간 크다. 이는 사비시기의 왕릉으로 알려진 능산리고분군 중 가장 큰 규모로 알려진 동하총보다 더 큰 것으로, 대왕릉이 왕릉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구조적인 측면에서 쌍릉은 지하로 토광을 파고 그 안에 대형의 판석으로 석실을 꾸민 백제 횡혈식 석실묘임이 밝혀졌다. 학계에서는 고분의 내부 구조를 토대로 7세기 중반 경에 조성된 백제시대 왕릉이라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있다.

더불어 쌍릉에서 출토된 목관의 수종 또한 쌍릉이 왕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무령왕릉 목관의 수종은 금송으로, 이 금송은 일본에서 자생하는 침엽수의 일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라지 않고 일본에서만 자라며 1과 1속 1종으로 알려진 이 금송은 일본에서도 수장층의 목관재로 널리 애용됐던 것으로, 백제의 왕족들 역시 일반 귀족들과 달리 금송을 주된 관재로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제 말기 익산지역에서 부여의 왕릉보다 더 큰 규모의 무덤을 만들고 무령왕릉과 같은 목관을 사용할 수 있었던 인물은 백제 30대 왕인 무왕과 무왕비 외에는 없었을 터. 또한 7세기 중반 사망한 백제의 왕은 무왕뿐이다. 이러한 사실들이 모두 쌍릉의 주인을 무왕과 무왕비로 가리키고 있는 셈이다.

지난 2010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연구소에서 쌍릉 테마관광지 조성부지에 대한 문화재 발굴조사를 실시한 결과, 백제시대 움집터를 포함한 건물지, 우물 등의 생활유적이 확인됐으며 연화문수막새를 비롯해 전달린토기, 뚜껑, 인장와 등의 유물이 출토됐다.

이 유물들은 인근 왕궁리유적의 출토 유물과 기종 및 제작형태 등이 유사해 백제시대 7세기를 전후한 무왕대의 중요한 연구 자료가 되고 있으며, 쌍릉이 무왕과 무왕비의 무덤이라고 주장하는 견해에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 백제의 구조에 가야의 입지조건

현재 쌍릉의 조성시기와 그 주인공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공주대학교 문화재보존과학과 서정석 교수는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 곳의 주변 지형을 이유로 흥미로운 견해를 제시한 바 있다. 쌍릉의 주인공은 백제 무왕일 가능성이 크지만, 무덤의 내부구조는 전형적인 백제 횡혈식 석실묘의 형태를 하고 있으면서도 입지조건은 가야고분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는 것.

쌍릉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나지막한 구릉의 정상부이다. 정상부에 남북으로 두 기의 고분이 마주하고 있는 것인데, 이러한 입지조건은 지금까지 알려져 온 백제 횡혈식 석실묘의 일반적인 입지조건과는 크게 다르다.

백제 횡혈식 석실묘를 대표하는 공주 송산리고분군이나 부여 능산리고분군의 경우, 모두 뒤쪽에 주산을 등지고 남사면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상부에 무덤이 자리하고 있는 점은 가야고분의 입지조건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서 교수는 가야가 멸망한 후 백제로 유입된 유민들이 집단적으로 익산 지역에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7세기 전후 백제사회의 복잡했던 상황을 반영하고 있는 듯하다. 가야 멸망 후 1세기에 가까운 시간이 지나면서 백제 땅에서 고유의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던 가야유민의 다시 사정이 그대로 반영된 것은 아닐까.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