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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이들의 ‘천사’ 김애순 씨

▲ “봉사하는 삶 자체가 보람”

반평생 사회복지시설에서 헌신.. 모든 아이들의 ‘엄마’
‘자선원’ 생활지도원으로 12년째 근무.. 장관표창 수상

“절망적인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단순하게 좋은 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자 비로소 행복이 찾아왔다. 그 때부터 상처 받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것을 보람으로 생각하며 행복하게 살아왔다.”

전남 영광군 불갑면에서 태어나 평범하게 지냈던 김애순 씨가 삶의 큰 변화를 불러올 일을 겪은 것은 30대 초반의 일. 도란도란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던 그 때 갑자기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슬하에는 무럭무럭 커가는 어린 자녀가 셋. 살아갈 길도 깜깜했고 그렇다고 자녀들을 버리고 도망갈 수도 없어 막막하기만 했다.

이 때 김 씨가 선택한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삶의 방향을 바꿔 자신의 울타리가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비로소 남들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김 씨는 새 삶의 터전이 될 익산으로 올라와 ‘이리보육원’에 들어갔다. 32세의 나이였고 그 뒤를 따라 10세, 9세, 5세의 자녀들도 ‘보육원생’이 됐다.

그렇게 사회복지시설 근무를 시작한 김 씨는 헌신적인 보육원 생활에 혼신을 다했다. 당시 160여 명이 있던 보육원에서 30명의 아이들을 맡아 그 아이들의 ‘어머니’가 됐다. 정작 친 자녀들은 다른 선생에게 맡겼다.

그렇게 시작한 보육원 생활은 17년 동안 이어졌다. 당시 열악한 사회복지시설에서 그나마 아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돌보고 돕는 일에 매진했다. 보육원 안에서 24시간 근무했기 때문에 바깥 물정은 모르고 살 정도였다.

김 씨는 “살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한 보육원이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해줄 수 있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고 회상했다.

그는 유치부에서부터 돌보기 시작해 취업해 자리를 잡을 때까지 아이들을 ‘어머니’처럼 돌봤다. 진자리 마른자리 돌봐주며 씻기고, 학교를 찾아다니며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득했다. 졸업식에도 꼭 참가해 축하해 주고 진학 문제와 취업 후에도 돌봐줬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의 ‘어머니’가 됐다.

김 씨는 “그 때 아이들이 자라 결혼할 때면 한복도 맞춰오고 결혼식에 가서 폐백도 받기도 한다”며 “명절에 손자를 데리고 오면 정말 반갑고 잘 자라줘서 고맙기 그지없다”고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그렇게 헌신적이었던 17년 동안의 보육원 생활을 뒤로하고 김 씨는 12년 전 이리자선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자선원은 익산시 유일의 노숙인재활시설로서 그로써는 아이들로 시작해 어르신을 돌보는 일을 맡게 된 셈이다.

그는 자선원에서도 ‘어머니’였다. 노인과 알콜의존증, 정신·지적장애 등 복합장애를 가지고 있는 생활인들과 밤낮으로 숙식을 같이 하며 목욕, 세탁, 식사를 챙겨주고 몸이 아픈 생활인들에게는 특히 간호와 간병을 도맡아 하는 등 어머니와 같은 따뜻한 마음으로 대했다. 그의 그런 노력은 생활인들의 정서안정 및 건강회복과 재활의 의지를 북돋우는데 큰 효과로 나타났으며 열악한 근무환경도 마다않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며 한결같이 헌신하는 모습으로 살았다.

그렇게 다시 12년이 흘렀다. 30년 가까이 오로지 사회복지시설 근무에만 전념한 삶이었다. 흔한 대중가요 한소절도 잘 못 부르고 콩나물 값이 얼마 인지도 모를 정도였다. 20년 넘게 익산에 살면서 버스노선이 어떻게 돼있는지 모르고 살았다.

그러한 숭고한 정신과 사회복지에 바친 공로가 전해지며 지난 20일 김애순 씨는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여받았다. 많은 축하를 받기도 했지만 그에게는 표창장이 반생을 바쳐 살아온 삶에 대한 아주 작은 칭찬일 뿐이다. 그는 그저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선택하고 그것을 보람으로 참고 살아온 것을 행복이자 보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애순 씨는 “자녀들도 다들 바르게 자라 제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또 다른 자녀들도 마찬가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곧 정년을 앞두고 있는데 정년 후에는 노래도 배우고 개인 취미도 해볼까 생각 중이다. 하지만 결국 봉사하는 삶으로 다시 걸어올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