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기다려지는 시간.. 자연스레 건강은 덤
운동하며 땀 흘리고 샤워까지.. 이게 바로 보약

◇ 초보자도 할 수 있는 국민스포츠, 김동문 체육관으로 모여라

겨우내 꽁꽁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나는 봄꽃들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를 잠재우려는 듯 부슬부슬 봄비가 내렸던 지난 12일 저녁, 시내 한복판에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인 김동문 배드민턴 체육관을 찾았다.

비가 와서 배드민턴을 즐기는 시민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예상일 뿐, 날씨에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실내체육관이 마련돼 있어 배드민턴 체육관은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퇴근 시간 무렵인 저녁 7시를 넘어설 즈음, 하나 둘씩 커다란 가방을 맨 시민들이 속속 들어오기 시작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인사를 나누며 짐을 풀고 준비운동 후 배드민턴을 즐기는 이들.

오늘 처음 친구를 따라 온 초보자에서부터 경력 10년이 훌쩍 넘는 실력파 동호회원들까지, 시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배드민턴.

그 열기가 한창인 김동문 배드민턴 체육관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로 어제나 개방돼 있다. 일반 시민의 경우 1회 이용료 2,000원으로 배드민턴을 마음껏 즐길 수 있으며, 한 달 회원권은 3만원이다. 초·중·고생 및 경로·장애인의 경우에는 일일 1,000원, 한 달 1만5,000원이다.

◇ 자그마한 공간 속 배려

프로 선수들의 시합과는 달리 아마추어 동호회원들의 배드민턴 경기는 복식이 기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국 어디서나 동호회 또는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시합은 복식 경기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바로 파트너에 대한 배려를 배울 수 있다. 셔틀콕을 들고 서브를 넘기기 전부터 네트 너머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로 시작하는 배드민턴은 기본적으로 상대방과의 실력과 기량의 차이가 승패를 좌우하게 되지만, 그에 앞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우선시되는 스포츠다.
대부분의 동호회원들의 경기 방식인 복식 경기에서는 이 점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실력의 차이를 넘어서 같은 편 파트너와의 호흡과 배려가 승부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추어 배드민턴 동호회원들은 기량에 따라 A부터 D까지의 등급과 초보 등급으로 나눠지는데, 정식 경기의 경우 연령별·등급별 토너먼트 형식으로 시합이 진행된다.

이날 만난 한 동호회원은 “다른 운동도 마찬가지겠지만, 배드민턴 복식 경기의 경우에는 특히 파트너와의 호흡이 중요하다”며 “서로에 대한 믿음과 배려가 승리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40대 B등급 시합의 경우, 비슷한 실력의 B등급 동호회원들끼리 복식 조를 구성해 경기에 임하더라도 45세 선수 두 명이 팀을 이룬 조와 40세와 49세가 팀을 이룬 조와의 승부는 대부분 전자의 팀 쪽으로 기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

그는 “배드민턴 복식의 경우, 아무리 혼자 잘 친다고 해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실력이 종이 한 장 차이의 팀끼리 맞붙기 때문에 파트너와의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 매일 쳐도 지겹지 않은 중독성

유도를 비롯해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했었다는 한 동호회원은 “주로 격한 운동들을 하다 보니 부상을 많이 당해 지금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그 대신 배드민턴을 시작한 지는 7~8년 정도 됐는데, 생각보다 훨씬 운동량도 많고 땀도 많이 난다”며 “퇴근 후 와서 운동하며 땀 흘리고 개운하게 샤워하는 맛이 바로 최고 중의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 올렸다.

그는 “정말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명절 때에는 서울에서 내려온 친척들을 데리고 와 함께 할 정도”라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은 “특별히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회사 동료들과 매주 월·수·금요일마다 여기에 와서 2~3시간씩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회사에서 매일 마주치는 동료들이지만, 사무실에서의 만남과 배드민턴장에서의 만남은 분명히 다르다”고 말했다.

또 “직장 동료들과 함께 배드민턴을 치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 건강을 챙기는 것은 물론, 생활의 활력을 덤으로 얻게 되는 셈”이라며 “퇴근 후 배드민턴을 칠 때만큼은 다른 것들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난다. 이게 바로 스트레스 해소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한 쪽에서 무리를 지어 복식 경기를 펼치며 “아싸! 삼겹살이 보인다!”를 연신 외치고 있는 시민들도 회사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남녀 구분 없이 함께 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부담도 적기 때문에 마음이 맞는 직장 동료들끼리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오기로 했다. 오늘은 지는 팀이 저녁을 내기로 해 불꽃 튀는 접전이 예상된다”며 “여기서는 과장팀이나 팀장님이 아니라 코트 위 파트너가 된다. 네트 너머 과장님에게도 있는 힘을 다해 스매싱할 것”이라며 웃었다.

5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한 동호회원은 “대부분의 동호회들은 각자 인근의 학교 체육관을 사용하고 있으며, 김동문 배드민턴 체육관의 경우에는 일반 시민이나 동호회원들이 개인적으로 찾아 배드민턴을 즐기고 있다”며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도 개인적으로 평일에 여기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실력은 물론 몸이 좋아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어서 계속 찾게 된다. 생각보다 운동량은 많고 자칫 잘못하면 무릎이나 발목 등 부상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준비운동을 철저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 국내 최대 배드민턴 체육관, 시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야

지난 2011년 4월 모현동에 자리 잡은 김동문 배드민턴 체육관은 국내 최대의 실내 배드민턴 체육관이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따낸 금메달 2개를 비롯해 각종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린 ‘배드민턴계의 살아있는 전설’ 김동문 선수를 기념해 그 이름을 지은 체육관은 지상 2층 규모로 1층 배드민턴 코트 20면과 2층 관람석으로 돼 있다. 또한 휴게실과 샤워실이 마련돼 있어 땀 흘려 운동한 후 기분 좋게 샤워까지 할 수 있다.

시청 공무원 2명과 청원경찰 2명이 교재로 근무하고 있으며 평일에는 대략 150~200명 정도, 주말에는 200~300명의 시민들이 배드민턴을 즐기기 위해 발걸음을 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타 지역에 비해 비싼 이용료다.

경기를 마친 한 동호회원은 “팔봉동 체육관이나 전주 화산체육관의 경우, 하루 이용료가 1,000원으로 여기의 절반 수준이다. 생활체육 활성화와 시민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인 만큼, 보다 많은 시민들의 이용을 위해 이용료를 낮추는 것이 대다수 동호회원들의 바람”이라고 전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