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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소통하다 4. 익산시교향악단 이경호 상임지휘자

▲ “클래식의 아름다운 선율이 익산을 변화시킬 것”

소통이 소통하다의 네 번째 손님은 클래식음악을 좋아하는 익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익산시교향악단의 이경호 상임지휘자다.
익산시교향악단(단장 홍성각)은 순수한 민간 사회단체이며 시립교향악단이 없는 익산시에서 시민들의 클래식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단체다. 그 한 가운데에서 선두 지휘를 맡고 있는 이경호 지휘자는 ‘익산의 베토벤’으로 불리며 오래 전부터 익산의 클래식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전념을 다하고 있는 인물이다.
정읍시에서 태어났지만 초등학교 때 익산으로 이주해 대학까지 익산에서 학업을 마쳤으며 프랑스 유학 후에는 타 시도에서 음악활동을 하다가 결국 불모지인 익산을 변화시켜보겠다는 일념으로 다시 익산에 돌아왔다.
이후 예원예술대 교수로 재직하며 서동오페라단과 익산시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아 이끌어오고 있으며 자라나는 꿈나무들을 위해 익산청소년교향악단과 주니어오케스트라까지 책임을 지고 있다.
영등우남샘물타운 상가에 위치한 오케스트라 연습실에서 만난 이경호 지휘자는 3월 29일 솜리문화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익산청소년교향악단 정기연주회의 준비를 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약력

원광대학교 음대, 대학원 졸업
프랑스 낭시 국립음악원 수학
파리 에꼴노르말 기악과 졸업(오보에 전공)
파리 에꼴노르말 오케스트라 지휘과 졸업
파리 에꼴노르말 오케스트라 지휘과 최고과정 졸업
키에프 국립오케스트라, 경북도립교향악단,
전주시립교향악단, 목포시립교향악단 등 지휘
‘헬젤과 그레텔’, ‘춘향전’, ‘세빌리아 이발사’
‘사랑의 묘약’, ‘오페라의 유령’, ‘사운드 오브 뮤직’
‘라 트라비아타’ 등 다수의 뮤지컬 제작 및 지휘
예원예술대학교 음악학부 교수 역임
현) 전문예술법인 (사)전북교향악단 대표
현) 서동오페라단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
현) (사)익산시교향악단 지휘자,
익산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

◇ 시민들이 지휘자님에 대해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먼저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지 알고 싶습니다.

이= 기억이 가물가물한 4~5살 때부터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던 것 같다. 유행가도 좋아했는데 당시 작은 극장에서 열리곤 하던 라이브쇼를 보기 위해 쫓아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에 대한 꿈을 품게 된 것 같다.

하지만 가정형편상 음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못돼 음악공부를 할 엄두도 못 내다가 초등학교 때 고적대에서 겨우 하모니카로 시작했다. 이후 남성고교에 진학하고 나서는 입학식이 끝나자마자 음악실로 달려가 브라스밴드 활동을 시작했으며 당시 밴드에서 트롬본을 연주했다.

그렇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 음대에 진학을 결심했고 지금까지 행복한 음악인으로 살고 있다.

◇ 전공이 오보에라는 악기인데요. 오보에를 전공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이= 우연히 대중가요의 전주부분에 나오는 오보에의 선율을 듣고 너무나 감미로워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전공하기로 결심했는데 당시에는 오보에라는 악기가 배울 곳도 없었고 악기 자체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선 악기였다. 때문에 전북 유일의 오보에 연주자가 됐고 그 덕분에 대학교 2학년에 들어서 전주시립교향악단이 창단됐을 때 연주자로 참여하게 되는 인연이 됐다. 지휘공부를 하기 위해 떠난 프랑스에서도 오보에를 공부한 것은 가르칠 사람이 마땅히 없던 한국에서 후진양성을 하기 위해서였다.

◇ 프랑스 유학시절은 어땠습니까.

이=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첫 상근직에 올랐지만 과감히 본고장에서의 공부를 택했다. 당시부터 전북지역의 음악과 예술을 위해 뭔가 해내겠다는 꿈이 있었다.

1988년에 프랑스에 가서 6년 동안 공부했다. 낭시국립음악원에서 어학을 마치고 파리 에꼴노르말에서 오보에 연주와 오케스트라 지휘과, 오케스트라 지휘과 최고과정을 마쳤다. 힘들다면 힘든 시기였지만 만국 공통의 예술인 음악과 배우고자 하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낼 만 했다.

프랑스에서 부럽다고 느낀 것 중 하나가 문화의 기초가 잘 자리 잡혀 있다는 점이었다. 국립음악원과 교향악단이 큰 도시마다 운영되고 있으며 사람들이 너무나 편안하게 향유하고 있었다. 그런 기본적 밑받침이 있었기에 문화선진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기 때문에 익산에서도 지방문화의 척도라고 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꼭 필요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

◇ 귀국 후 굉장히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익산에서의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습니까.

이= 전주시립교향악단으로 돌아가 지휘를 맡았으며 여러 오페라단의 초청을 받아 ‘춘향전’ 등 다수의 오페라 지휘를 맡았다. 정읍시에서 요청을 받아 교향악단을 창단하기도 하며 지역 클래식음악 발전에 힘을 쏟는 시기였다.

그러던 와중에도 불모지라고 해도 좋을 만큼 아무것도 없었던 익산에서 음악을 하고 싶은 마음이 항상 있었다. 동기생들과 뜻을 모아 당시 광전자 사옥 내 공간에서 연습장을 마련하고 후배와 학생들을 모아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전북 페스티벌심포니오케스트라를 만들어 공연이 필요한 익산에 많은 공연기회를 가졌다.

이후 홍성각 단장님과 익산시교향악단을 창단하고 지휘를 맡아 활동하게 됐으며 청소년교향악단과 주니어오케스트라 등 후진을 양성해 클래식 문화의 기초를 닦고 있다.

◇ 현재 1,200석 규모의 익산예술의전당이 건립 중이기 때문에 시민들이 좋은 공연을 접할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익산의 클래식 음악의 현주소를 말씀해 주신다면.

이= 익산은 오케스트라가 반드시 필요한 도시이며 또한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익산처럼 메마르고 삭막하고 거친 느낌의 도시에서 행복을 누리기 위해서는 음악 밖에 없다.

또한 익산은 음악대학이 50년 전부터 있었던 곳이기에 많은 인재들이 찾아왔고 지금도 배출되는 곳이며, 최근에는 원광정보예술고교와 같이 청소년 음악교육의 장이 좋은 교육을 펼치면서 재능 있는 음악인들이 태어나는 곳이다. 거기에 수준 높은 공연장을 갖춘 예술의전당까지 갖추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여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정말 필요하고 절실한 것이 시립교향악단이다. 익산시에서도 질 높은 음악을 초청해 들어야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교향악단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전주시나 군산시의 시민들은 시립교향악단을 통해 문화적 향유를 가까이에서 할 수 있지만 익산시민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삶의 질 향상과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만든다면 꼭 염두에 둬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클래식을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 요즘은 부모들이 먼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다. 꼭 음악을 하지 않더라도 취미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는 것은 두뇌 발달과 정서 등 교육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가 이미 형성됐기 때문에 음악을 접하는 아이들이 재미를 느끼고 인재들도 많이 발굴되고 있다.

이런 인재들이 학원에서 악기를 배우고 끝날게 아니라 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청소년오케스트라를 운영하는 것이다.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면 음악의 진정한 매력에 빠져들 수 있으며 소리가 서로 어울리고 화음을 이루는 것을 알게 되고 진정한 음악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