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성과 진정성, 독특함 갖춘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보존관리.. 지속가능한 역사도시로

◇ 탁월한 보편적 가치

미륵사지는 우리나라 불교건축문화를 대표할 수 있는 문화유적이다.

미륵신앙을 기초로 해 동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3탑 3금당의 독특한 가람구조를 하고 있다. 또한 현재 복원에 들어간 미륵사지 석탑은 목탑의 축조 방식을 그대로 따라 만든 석탑이라는 점에서, 목탑에서 석탑으로 넘어가는 과정의 뛰어난 공예기술과 백제인들의 미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 백제시대 사찰 건립과 목탑·석탑 축조기술을 보여주는 독보적이고 특출한 증거라고 할 수 있으며, 고대 가람의 실체 연구에 매우 중요한 유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기록으로는 삼국유사 무왕조에 자세하게 나타난 창건기록설화가 가장 오랜 것이며, 조선시대에 들어서도 동국여지승람에 미륵사 석탑이 동방에서 가장 큰 석탑이라고 기술돼 있고, 17세기경 영조 때 강후진이 편찬한 와유록에는 폐허가 된 후의 미륵사에 대한 내용이 나타나 있다.

폐사된 이후 미륵사는 별다른 관심 없이 방치돼 오다가 일제강점기에 서탑 및 가람배치 등에 대한 글이 발표되면서 학계의 관심을 끌었고, 광복 후인 1962년에 서탑이 국보 제11호, 1963년에 당간지주가 보물 제236호, 1966년에는 미륵사지가 사적 제150호로 지정돼 국가의 보호를 받게 됐다.

이어 1970년대에 들어서는 미륵사지에 대한 관심의 폭이 넓어지고 가람의 실체를 규명하기 위한 소규모 발굴조사가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에 의해 이뤄졌고, 이후 2009년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를 위한 해체조사 과정에서 백제 왕실의 안녕을 위해 조성한 사리장엄이 출토됐다.

금제사리호는 뚜껑의 보주형 꼭지, 구연부의 형태와 뚜껑물림방식, 그리고 몸체의 형태 등에서 부여 왕흥사의 은제 사리호와 비슷해 백제 사리기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사리호 표면의 다양한 문양과 세공기법은 백제 금속공예의 우수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금제사리봉안기는 가로 15.5㎝, 세로 10.5㎝ 크기의 금판에 음각하고 주칠해 글씨가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백제 왕후가 재물을 희사해 가람을 창건하고 기해년(639)에 사리를 봉안해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미륵사의 창건목적과 시주, 석탑의 건립연대 등을 정확히 밝힘으로써 문헌사 연구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금석문 자료인 동시에 백제시대 서체 연구에도 큰 획을 그을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는 유물이다.

이와 더불어 왕궁리유적은 우리나라식 정원 경관과 조경기술의 탁월한 사례이다.

우리나라는 대륙과 이어진 반도국으로 고대로부터 중국의 영향을 받아 신선설과 음양오행설을 바탕으로 불교와 유교, 그리고 풍수지리설에 입각한 풍경식 정원이 발달했으며, 중국식과 일본식 정원이 혼성돼 하나의 독특한 조원양식을 갖게 됐다.

음양오행설에 입각한 풍수설의 영향에 따라 양기, 즉 택지를 택하는 풍습이 성행했기 때문에 지형의 제약을 받아 후원 뒤뜰에 힘을 기울이는 경향이 생겨났다. 계단식으로 된 후원을 화계라고 하는데, 이점이 바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수한 구조의 정원이다.

이러한 점에서 후원형 구조를 보여주고 있는 왕궁리유적은 6~7세기 대표적인 정원유적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 보존관리 전략 5C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세계유산위원회가 의결한 5C에 의거해 문화유산의 보존관리 전략의 원칙을 세우고 진정성과 완전성의 유지, 살아 있는 유산으로의 기능회복, 지역사회의 폭넓은 참여증진, 합리적 시스템을 통한 보존과 관리 등의 목표를 설정했다.

역사문화유산의 보존·정비와 매장문화재 조사·관리를 통한 효과적인 보존(Conservation), 행정의 전문성 및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보존협의체 구성을 통한 역량강화(CapacityBuilding), 민간참여를 증진시키고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며 지역주민 의식개선을 위한 교육 실시를 통한 협력과 소통(Communication), 정기적이고 세부적인 모니터링 및 보존관리체계의 법제화로 신빙성 강화(Credibility), 공주·부여·익산간 커뮤니티를 개선하고 주민생활의 편의 증진을 통한 지역사회 역할 증대(Community)가 그 주된 내용이다.

이를 통해 역사, 문화, 관광의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역사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문화유산의 활용과 관련해, 지하에 매장돼 있는 유적의 발굴과 그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전시기법이 요구됨에 따라 3차원적 전시 및 정비기법의 적극 활용이나 다양한 문화콘텐츠 개발을 해결방안으로 고려하고 있다.

◇ 세계유산등재추진, 만반의 준비

올해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이코모스의 실사와 평가가 예정돼 있어 세계유산등재에 있어 매우 중요한 해다.

추진단은 그간 관계기관과 함께 등재를 위해 지난해에 세계유산등재신청서(국문·영문)을 감수하고, 10월 해외 전문가를 초청해 영문등재신청서를 검토한 후 12월 영문등재신청서 및 부록 작성을 완료한 상태이다.

지난 28일 열린 추진단 5차 이사회에서는 내년 세계유산등재를 목표로 올해 주요사업 추진계획과 백제역사유적의 통합관리기구 설립에 필요한 제반사항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추진단은 지난 1월 21일 문화재청과 외교부의 승인을 받아 세계유산등재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으며, 서류평가를 거쳐 2월 28일 접수완료 통보를 받았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4월부터 7월까지 국내·외 세계유산 전문가를 초청해 보완사항의 사전점검을 위한 예비실사를 3회 실시하고, 오는 9월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을 비롯한 대상유적의 유네스코 전문가 현지실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가 중요한 만큼 지속적인 홍보·교육활동과 다양한 주민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대외적 홍보강화를 위한 홈페이지 제작 및 국제학술회의 등을 개최하기로 했다.

통합관리기구는 세계유산의 체계적인 보존관리 및 활용을 위해 기존 (재)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을 (재)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보존관리사업단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근거 마련을 위해 전북도·충남도·공주시·부여군은 지난달 조례가 제정됐으며, 익산시도 시의회 임영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익산시 백제역사유적지구 세계유산보존관리사업단 설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가 지난 14일 제정돼 지원근거를 마련했다.

앞으로 현지실사 결과를 토대로 내년 1월까지 세계유산위원회에 신청유산의 세계유산등재여부에 대한 평가서와 권고의견이 제출되면, 6월경 개최되는 세계유산위원회 정기총회에서 등재여부가 최종심의·결정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