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최초의 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 유적 제1호
익산4·4만세운동의 진원지.. 시민들과 함께 이어나가야
◇ 익산지역 기독교 전파의 근원지
올해로 117주년을 맞이한 오산면의 남전교회는 지난 1897년 10월 15일 세워졌다.
만경강을 통해 복음을 들고 들어온 전위렴(W. M. Junkim) 선교사의 전도를 받은 남전리 최초의 성도 7명은 당시 예배 처소가 없어 만경강을 넘어 군산의 구암(궁말)교회와 김제 송지동교회, 군산 지경교회 등을 오가며 신앙생활을 해야 했다.
이후 1900년 최초 수세자인 이윤국 씨의 집을 예배처로 정해 예배를 드리면서 비로소 ‘ㄱ’자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게 됐다. 이것이 바로 당시 이름으로 남차문교회였고, 이는 남전교회의 시작이었다.
남전교회의 모든 일을 도맡아 꾸려가고 있는 김연태 목사는 “당시 굉장히 힘든 여건 속에서도 성도들은 믿음을 잃지 않았다. 비가 오고 눈보라가 휘몰아쳐도 신앙의 힘으로 이겨내며 꿋꿋이 신앙생활을 이어왔다”고 설명했다.
마을에 교회가 세워지자 성도들도 하나 둘씩 늘어나기 시작해 1년 사이에 20여명으로 넘는 성도들이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다. 남전교회(당시 남차문교회)의 설립으로 인해 가난하고 무지했던 오산 땅의 주민들이 서서히 신문명을 접하게 된 것.
남전리의 성도들이 서양 선교사들의 기독교 선교활동을 통해 외국의 선진 문물을 접하게 되고, 또 그들의 신교육을 통해 세계적인 문화와 현상을 접하면서 세계정세에 눈을 뜨게 됐고 닫혀 있던 의식이 비로소 깨어나기 시작했다.
이후 교회가 점점 부흥하자 남전교회는 1910년 오산면 신덕리에 교육을 위해 남소학교인 도남학교와 1922년 여소학교인 미성학교를 설립했고, 1923년에는 남녀소학교를 합쳐 신성학교를 세우고 1942년까지 32년 동안 오산면 일대의 민족교육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신성학교는 일본 총독부의 강제적인 교육통제 정책으로 폐교되고, 현재 공립학교인 오산남초등학교로 그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 익산4·4만세운동의 진원지
익산지역 최초의 교회로서 복음의 씨앗을 심으며 믿음의 열매를 맺어가던 남전교회는 1919년 전국적으로 일어난 3·1만세운동에 동참하며 김치옥·박성엽 집사와 성도였던 도남학교 문용기 교사가 주축이 돼 4월 4일 솜리장날을 기해 익산4·4만세운동을 일으켰다.
당시 옥구·익산평야의 가운데에 위치한 오산면 일대는 곡창지대로서 일제의 수탈이 가장 심한 지역 중 하나였으며, 남전교회 성도들도 수탈대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었다. 그들은 일제에 대해 그 어느 지역보다 강한 저항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남전교회의 주축들은 며칠 밤을 세워가면서 사람들에게 나눠줄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태극기를 그렸다. 그들은 성도들뿐만 아니라 성도가 아닌 마을 사람들을 설득해 흰 옷을 입고 장날인 4일 정오경에 시장에 모이게 했다. 이로써 남전교회 성도들과 도남학교 등의 학생들이 주축을 이뤘던 만세대열은 순식간에 천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빨간 글씨로 ‘조선독립만세’라고 쓴 큰 깃발을 흔들며 선두에 서서 독립만세를 외치며 일제 수탈의 상징이었던 대교농장을 향해 행진했다. 비폭력 행진을 벌이던 그들을 일본 경찰과 군인들은 총칼로 진압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남전교회의 성도인 문용기·박영문·장경춘이 순국했다.
이외에도 남전교회는 1970년대에 기독교 인권운동의 중심에 섰으며, 1980년대에는 반부패운동에 당당히 나섰다. 이러한 일련의 교회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00년 한국기독교장로회 제85회 총회에서 제2호 총회유적교회로 지정을 받았다. 총회와 노회, 남전교회는 이를 새롭게 조명하고 기념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동판 제막식을 거행한 바 있으며. 지난 25일에는 한국기독교사적으로 지정하는 사적 지정식을 개최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남전교회는 남전교회 성역화 작업과 주현동 만세현장 기념공원 조성 및 체험전시관 건립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연태 목사는 “성역화사업은 남전교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익산지역 독립운동사에 관한 재정비와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익산4·4만세운동의 지원지라고 할 수 있는 오산면 남전교회와 만세운동의 현장인 남부시장 일대까지 연계를 통해 생생한 역사의 현장에 대한 체험과 관광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익산 4·4만세운동의 의의와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재조명하는 것이 주된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익산시와 관련 단체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하며, 나아가서는 시민사회단체와 익산시민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역과 함께 복음 전하며 이웃사랑 이어갈 터
오산면 남전리 들녘에 자리 잡은 남전교회 성도들 대부분은 넓은 호남평야에서 벼농사를 생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보통 농촌교회의 모습 그대로 연로한 노인들이 성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주일이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예배당뿐 아니라 교회 앞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정원과 마당까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노인들뿐 아니라, 아이들이 함께 온 가족 단위의 성도들이 매주 생생한 기운을 전하고 있는 것.
이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남전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해 익산 시내나 군산, 전주 등지에서 생활하며 모교회를 찾는 이들이다. 직장생활이나 출가 등으로 타 지역으로 나가 있지만, 고향 교회에 찾아와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남천교회는 고령화돼가는 지역사회의 상황 속에서 사랑과 섬김의 전통을 이어받아 예배당 옆에 노인요양원을 짓고 최신식 시설을 갖춰 노인장기요양등급을 받은 노인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하며 섬기고 있다. 2층 규모의 요양원에서는 주·야간보호서비스, 재가노인서비스, 방문목욕서비스, 이·미용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 노인들의 행복한 노후를 위해 매주 목요일 노인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인근에 살고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취미활동과 건강관리, 친목도모 등에 중점을 둬 노인들이 편안하고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식사를 대접하고 차량으로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리는 것은 기본이다.
김연태 목사는 “남전교회는 열악해져가는 농촌교회의 상황 속에서 효과적으로 복음을 전하기 위해 고민하고 기도하고 있다. 성도들의 독실한 믿음과 신앙을 바탕으로 전도에 힘쓰며, 지역사회를 섬기고 있다”며 “남전교회가 민족의 수난기 때 앞장서서 하나님의 뜻을 세상에 드러냈던 것처럼, 현재 고령화돼가고 있는 지역사회를 아우르며 교회학교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농촌교회이지만 언제나 젊은 성도들과 아이들이 찾아와 행복하게 신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