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왕도 익산이 지닌 가치.. 세계유산 등재를 기다리며
아이들에게 뿌린 역사의 씨앗.. 세계유산 등재의 첫걸음

◇ 백제역사유적지구 얼마만큼 아니?

“팔봉초 학생들 진짜 대단하다.”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추진 홍보와 백제왕도 익산의 문화유산을 청소년들에게 소개하며 역사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현장, 익산시가 마련한 ‘미리 가보는 세계유산’ 행사에서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 문이화 선임연구원의 칭찬과 감탄이 연신 계속된다.
눈높이를 맞춘 설명에 쫑긋 귀를 기울이며 집중하고 있는 눈빛들이 예사롭지 않다.
계속되는 질문에도 서로 먼저 답하려 손을 들며 아우성이다.

“자, 빨간 점을 한 번 세어 볼까요. 몇 개인가요?”
“15개요! 14개요!”

문이화 선임연구원은 “익산지역에 있는 91개의 문화유산 중 미륵사지, 왕궁리유적 등 14개만 빨간 표시를 한 것은, 이것들이 세계유산 등재와 관련된 백제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익산의 문화유산들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았어요. 아직 번호표를 붙이지 않아 지금은 세계유산이라고 할 수 없지만, 올해 차근차근 준비해서 내년 6월경 등재가 결정돼요”라며 “우리 팔봉초 어린이들이 어깨를 쫙 펴고 자랑스러워 할 만해요. 왜냐하면 우리 익산은 보통 고장이 아니라, 세계유산에 등재될 수 있는 유산을 실물 그대로 가지고 있는 고장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많은 사람들이 백제의 수도는 웅진(공주)과 사비(부여) 뿐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익산도 백제의 왕도 중 하나”라며 “익산은 왕궁터인 왕궁리유적, 왕실사찰인 제석사, 국가사찰인 미륵사, 성곽유적인 익산토성, 왕실의 무덤인 익산쌍릉까지 왕도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자, 다음 사진 볼까요?”
“대박이에요! 쩔어요!”

아이들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터진다. 문이화 선임연구원은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박태환, 김연아, 박지성, 배용준, 소녀시대, 류현진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선수와 연예인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익산의 문화유산 또한 한류를 넘어 세계에서 빛날 수 있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미국 등의 세계유산과 석굴암, 석가탑, 팔만대장경이 보관돼 있는 해인사 장경판전, 고창 고인돌 등 우리나라 세계유산의 사진을 보여주며 다시 한 번 세계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는 익산의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강조했다.

“1,400년 전에 살았던 어린이들도 여러분과 같은 생각을 했을 거예요. 기분이 어때요?”
“헐, 신기해요. 대박이에요.”
서동요까지도 직접 음을 붙여 불러가며 아이들에게 역사의 씨앗을 뿌리고 있는 시간, 강의 내내 웃음소리와 함께 새싹의 기운이 돋아나고 있었다.

◇ 과연 어떤 유적들이 숨 쉬고 있을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익산에서 이렇게 훌륭한 문화유산들이 나왔다는 게 놀랍고 신기해요.”
문이화 선임연구원의 강의가 끝나고, 전시관 안으로 자리를 옮겨 이신효 학예연구사의 설명과 함께 문화유적을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설명을 들으며 바로 앞에 전시된 유물들을 바라보는 눈빛들이 사뭇 진지하다.
전시관 관람 시간 동안 아이들은 백제 무왕의 익산 천도, 왕궁리유적의 백제 건물, 왕궁의 생활 등을 살펴보고 왕궁리유적의 발굴조사과정과 출토 유물들을 접했다.
특히 그간 국립박물관이 없는 익산을 떠나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등에서 전시돼다 한 자리에 모인 익산의 대표적인 유물들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왕궁리5층석탑의 사리장엄, 수부명 인장와, 유리구슬과 금제품 등의 장신구, 왕궁의 생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는 토기류·도가니·항아리, 대형 화장실, 정원 모형, 정원석과 왕궁사명 기와, 악귀상과 천부상, 입점리 고에서 출토된 금동관모와 금동신발, 익산쌍릉의 목관 재현품과 치아 등이 , 옥제장신구, 미륵사지 금동풍탁 등 전시된 곳곳에서 아이들의 탄성과 감탄이 이어졌다.

전시관 관람 후에는 목판 찍기 체험이 진행됐다. 백제 무왕의 익산 천도와 관련된 유일한 기록인 관세음응험기를 목판으로 제작해 마련된 목판 찍기 체험에서 아이들은 직접 먹을 바르고 종이를 문지르며 백제 무왕의 이야기를 가슴에 담았다.
◇ 미리 가보는 세계유산

지난 2010년 5회를 시범 실시한 후, 2011년부터는 매년 30회를 실시해 지난해까지 총 97회를 추진해 3,000여명이 참여한 ‘미리 가보는 세계유산’ 행사는 지난 1일 왕궁리유적전시관에서 올해 첫 시간으로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팔봉초등학교 5학년 30여명의 학생들이 초청돼, 세계유산 등재추진과 백제왕도 익산의 문화유산에 대해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학습이 이뤄졌다.

시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현지 실사 과정에서 문화유산의 탁월성과 진정성, 완전성, 보존 환경과 함께 지역주민의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 정도와 주민 스스로 문화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검토 대상임에 따라 청소년에게 백제역사유적지구 홍보와 지역 문화유산을 이해하고 보존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이번 과정을 마련하게 됐다.
세계유산의 의미와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경우의 변화 내용,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추진 현황에 대한 관련 전문가의 강의와 함께 백제왕도 익산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왕궁리유적, 제석사지, 미륵사지, 미륵산성, 익산토성, 익산쌍릉 등을 소개한다.
왕궁리유적전시관 이신효 학예연구사는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지역주민의 문화유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수적인 사항”이라며 “지역문화의 관심이 세계유산 등재로 가는 첫 걸음이다”고 말했다.

한편 왕궁리유적전시관(관장 추상수)과 익산교육지원청(교육장 문채룡),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소장 안승모)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미리 가보는 세계유산’ 행사는 매주 화·목요일 초교 4학년 이상 중·고등학생 한 학급(30명 내외)을 왕궁리유적전시관으로 초청해 이뤄진다.
오는 11월까지 진행되는 행사의 참가신청은 초등학교는 익산교육지원청으로, 중·고등학교는 왕궁리유적전시관으로 하면 된다.
어린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에서 다가올 세계유산 등재와 더불어 백제왕도 익산의 씨앗이 올곧게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