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때부터 쌓아온 50년 재즈사랑.. 전북재즈의 자존심
음악감상실 열어 저변 확대.. 익산 재즈페스티벌 주최 앞장 
“재즈라는 음악은 쉽게 말해서 우리나라의 아리랑이나 육자배기같은 인생의 애환과 희로애락이 담겨 있는 음악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중학교 때부터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음악에 심취해 평생 동안 수천 장의 LP음반과 앰프를 수집하고, 익산시의 재즈문화의 저변을 확대시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온 민병하(61) 전북재즈문화연구회 회장. 그는 재즈의 불모지라고 부를 수밖에 없던 익산에 재즈페스티벌을 주최해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재즈 문화를 보급해 왔으며, 또한 영등동에 국내 최정상급 재즈연주자들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재즈클럽을 운영하는 등 익산을 비롯한 전북의 재즈를 대표하는 산 증인이다. 민 회장은 “어렵게 생각해서 그렇지 일단 와서 들어보면 속된 말로 미쳐버리는 거다”며 “시민들이 그런 기회를 자주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며 ‘재즈페스티벌’ 외에도 다양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안군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익산에서 터를 잡고 살았으며 이리초등학교를 거쳐 동중학교에 들어갔다. 그가 재즈라는 음악장르에 관심을 갖게 된 시점이 바로 50년 전인 이 시점부터다. 당시 텔레비전도 보기 힘든 시절이었기에 그는 라디오로 군산 미군부대 AFKN(주한미군방송망)을 주로 들었고 당시 방송에서 자주 흘러나오는 재즈 선율에 점차 매료된 것. 아버지와 형이 클라리넷을 연주하고 민 회장도 클라리넷을 함께 배웠을 정도로 음악적 분위기가 충만했던 가정이었던 점도 그의 재즈사랑에 영향을 미쳤다. 민 회장은 “용돈을 모아 LP음반을 사 모으고 좋은 음악을 찾아 듣는 것이 좋았다”며 “그러면 그럴수록 빠져들어 음악에 대한 공부도 열심히 했고 고교시절엔 이미 재즈에 해박한 전문가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성장한 그는 음악 DJ로 이름을 날리게 됐다. 지방에서 음악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에 서울에 올라가 명동 유명 클럽에서 DJ로 일했고 이 때 한국의 기라성 같은 재즈 뮤지션들과 교우관계를 깊게 맺게 됐다. 이런 인연으로 현재까지 뮤지션들이 익산을 찾고 있을 수 있는 것. 이후 1981년부터 원광대학교 교직원으로 일하게 된 그는 재즈에 대한 깊은 애정을 포기하지 않고 공부를 거듭했다. 손 부상으로 인해 악기 연주를 직접 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대신 재즈 해설과 음악평론에 임했다.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았던 그는 미국과 일본 등지에 출장을 갈 때마다 어김없이 음반을 찾아 헤매고 다녔다. 신발이 닳도록 발품을 팔아 구해온 음반들은 그의 보물이며 현재 3천여 장의 LP음반을 수집해 소장하고 있다. 해외에서 직접 구해 온 앰프와 턴테이블은 그의 재산목록 1호다. 그의 재즈 사랑은 지역사회의 재즈문화 저변확대를 위한 작업으로 옮겨갔다. 학교에 재직하는 와중에도 2001년 전북재즈문화연구회를 설립하고 전북의 재즈 애호가들을 규합했다. 그리고 익산시를 비롯한 단체들의 후원을 받아 ‘익산재즈페스티벌’ 공연을 유치하고 국내 최정상급의 재즈아티스트들을 익산에 초대했다. 당시로서는 익산시 최초의 파격적인 공연으로 재즈 공연에 목마른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그는 2011년 11월 영등동 대형마트 인근에 ‘인 더 무드’라는 재즈전문 클럽을 열고 정성조, 신관웅, 이정식, 김희현, 웅산 씨 등 국내 최정상 뮤지션들을 초대해 정기적으로 공연무대를 시민들에게 선사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갔다. 재즈 매니아 층에게는 희소식이었으며 일반 시민들도 재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 하지만 불의의 화재사고로 익산 최초의 재즈전문클럽은 1년여 만에 문을 닫는 아픔을 겪었다. 민 회장은 “익산시의 도움으로 재즈페스티벌을 매년 열었지만 아쉽게도 작년에는 후원자가 없어 공연을 열지 못했다”고 밝히며 “음악감상실은 은퇴 후 새로운 기획으로 다시 찾아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 8월 정든 학교를 떠날 예정인 민병하 회장은 그동안 재즈에 쏟았던 열정마저도 “올인하지 못했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앞으로는 재즈에 모든 애정을 쏟을 계획이다. 그가 계획하고 있는 음악감상실은 “시민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곳”, “멋있고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곳”, “낭만이 깃들고 추억의 장소로 즐길 수 있는 곳”이 될 예정이며 그가 직접 DJ를 맡을 예정이다. 정완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