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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의 ‘문화지킴이’ 작가 한호철 씨

▲ “문화의 뿌리를 만들고 싶다”

익산시의 문화재와 풍속을 체계적으로 다룬 인문서 출간
민간연구가로서 발로 뛰고 땀으로 건져낸 문화의 주춧돌

“익산이 고향인데 외부에서 온 사람들에게 소개하려고 보니 아는 것도 없고 안내해 줄만한 곳이 없어 창피스러웠다. 그래서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봤지만 쉽게 접근할 만한 자료도 없었기에 직접 자료를 모으고 답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기계 관련 기업의 협력업체를 운영하는 사업가이자 문단에 등단한 수필가이며 또한 언론매체에 칼럼을 연재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한 한호철(60) 씨. 고향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관심으로 구석구석을 두루 누비며 우리네 고장의 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책으로 엮어내는 민간 문화연구가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미 2011년 익산 곳곳에 분포돼 있는 문화재를 총망라한 ‘3000년 세월의 흔적 익산의 문화재를 찾아서’라는 책을 펴냈으며, 올해에는 24절기에 맞춰 마을마다 행해졌으나 현대에 들어와 점점 사라져가는 독특한 풍속들을 총망라한 ‘세시풍속이야기’를 펴내면서 익산시를 대표하는 문화지킴이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작가는 “10년, 백년, 오백년 후의 후손들에게 꼭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책을 썼다”며 “이러한 작은 노력이 사라져가는 문화와 그 속에서 살아가던 사람들의 정신을 이어가는 뿌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등면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부터 글재주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그는 황등역에 만발하던 코스모스를 주제로 원고지 100여장이 넘는 단편소설을 완성시켰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글을 쓰는 것과는 거리가 먼 길을 선택했다. 장교가 되고픈 꿈이 있었던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기술장교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친 후 국내 굴지의 기계회사에 입사했다.

회사가 창원시에 위치하고 있었기에 10년 동안 익산을 떠나 있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회사에서 익산시에 공장을 새로 지으면서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한 작가는 “고향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누구보다 먼저 익산공장 근무를 신청했다. 와서 보니 외지사람들이나 외국 바이어에게 익산을 소개해줘야겠는데 막상 자료도 없고 안내를 해줄만한 곳도 없는 거다. 굉장히 창피한 일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때부터 그는 직접 자료를 만들어 소개하기 시작했다. 익산의 문화재에 대한 자료가 있긴 있으나 대부분 쉽게 읽을 수 없고 미약한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고향사람으로서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익산시를 자랑스럽게 설명해주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었다.

이후 그는 틈나는 대로 익산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직접 문화재들을 만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한번 방문했던 곳도 또다시 가는 일이 비일비재 했다. 보통 세 번 이상 찾아갔으며 더 많이 찾아가야 했던 곳도 많다.

그렇게 총 5년 동안 발품을 판 끝에 익산의 문화재마다 품고 있는 이야기를 쉽고 재밌고 생생하게 전해주는 ‘익산의 문화재를 찾아서’가 탄생하게 됐다.

한 작가는 “지도 한 장을 들고 길도 없는 가시밭길을 뚫고 다녔다. 그렇게 해서 다음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쉽게 문화재를 찾아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 당시 혼자 답사를 다니다가 갑자기 몸에 이상이 오는 위험한 상황도 여러 번 겪었지만 이왕 시작한 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문화재를 찾아다니고 연구를 하면서 그는 각 지역마다 전해져 내려오는 독특한 풍속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문화재와 함께 풍속도 마찬가지로 소중한 문화유산이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러한 풍속이 점차 사라져가고 있어 명맥이 끊겨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렇게 관심을 갖고 찾아보다 보니 세시풍속을 다룬 책들도 너무 부실했다. 보기 어렵거나 부실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불만이었다. 그래서 그는 우리 고유의 세시풍속을 쉽게 접하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책을 쓰기 시작했다.

한 작가는 “24절기마다 행해지던 풍습들은 저마다 타당한 이유가 있었고 오래도록 전해지며 체화된 어디에도 없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다”며 “후손들이 그런 풍속들을 쉽고 재밌게 접하며 조상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을 쓰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가 올해 발간한 ‘세시풍속 이야기’는 각 풍속의 유래를 비롯한 행해졌던 장소와 모습들이 사진들과 함께 자세히 소개돼 있어 학교차원의 교육 자료로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여러 지역 문화관광 담당부서의 문의도 쇄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작가는 “전문가나 박사가 아니지만 애정과 노력으로 책을 펴낼 수 있었다. 문화는 누구나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책이라면 많이 읽혀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일반문화에 대한 연구를 비롯해 배산과 관련한 익산의 대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