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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의 마당 ‘랑가갤러리’ 신혜숙 대표

▲ “미술에 한 번 빠져 볼랑가?”

화가·시인·시낭송에서 이야기할머니까지 다재다능한 재주
문화예술의거리에 현대미술 갤러리 열고 문화보급 앞장

“전라도 사투리에 무엇을 할 ‘~랑가’라는 친숙하고 재밌는 어미가 있지요. 볼랑가, 살랑가, 재밌을랑가 같은. 불어로도 ‘새롭게 하다’나 ‘고치다’ 같은 뜻이 있지만 그냥 편하게 전라도 말로 기억해주길 바랍니다. 시민들이 들려서 현대미술 작품을 ‘볼랑가’ 싶은 공간이며 저로서는 과연 ‘재밌을랑가’ 궁금한 공간이 바로 랑가갤러리입니다.”

한국화를 전공한 화가이자 아동문학과 시를 쓰는 문인이기도 하며 전북권 제1호 시낭송가로도 유명한 신혜숙(61) 대표. 아이들에게 동화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와 다문화가정 교사활동으로도 하루가 바쁜 그가 문화예술의거리에 현대미술 전문 갤러리를 열었다는 소식에 한 걸음에 찾아가 봤다.

하루가 다르게 문화예술이 충만한 거리로 변모하고 있는 구 영정통 거리의 한 가운데에서 거리의 활기에 한 몫을 하고 있는 ‘랑가갤러리.’ 개량한복을 맵시 있게 차려 입은 신 대표가 변함없는 환한 미소로 반겨줬다.

신 대표는 “보면 볼수록 재밌으면서도 표현에 깃든 번뜩이는 천재성들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것이 현대미술이다”며 “그런 문화를 보급하고 시민들과 함께 편하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며 갤러리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전주시가 고향인 신 대표는 교육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찍부터 문학을 비롯해 음악과 미술 등을 접하며 자랐다. 그 중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문학이었으나 미술교사를 해보라는 주변의 권유에 미술대학에 진학해 한국화를 전공했다.

이후 완주중과 삼례중 등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던 중 당시 이일여자고교 미술교사였던 김영규 화백을 만나 결혼하면서 익산에 둥지를 틀었다. 김영규 화백은 현재 익산예총 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전주대학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익산의 대표 화가다.

신 대표는 “외모도 그렇고 지적인 면도 멋있어서 당시 그의 화실을 찾아와 시간을 보내는 등 먼저 쫓아다녔다. 사실 지금도 멋있는 분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태어나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행복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신 대표는 익산에 온 뒤로 30년 동안 미술학원을 운영하며 지역의 미술학도들을 지도하는데 힘을 쏟았다. 미술학원이 쇠퇴한 뒤에도 방과후 미술교사로 10여 년 동안 활동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미처 이루지 못했던 꿈인 문학에 대한 열정도 키워나갔다. 40대에 들어 아동문학과 시로 정식 문인에 이름을 올린 그는 시낭송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늘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동화구연도 하게 되면서 목소리로 시를 전달하는 분야에까지 분야를 넓힌 것이다.

이후 전북권 제1호 시낭송가 자격을 취득한 그는 2000년에 전북시낭송협회를 만들고 초대 회장을 맡아 전북지역의 시낭송문화 확산에 기여했다. 현재는 곳곳의 행사에서 시낭송가로 활동하면서 개인적으로 부부시낭송 분야를 개척해 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신 대표는 “시를 쓰기도 하지만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편하게 좋아하는 시를 소리 내어 읽고 노는 것이 시낭송이다”며 “부부가 함께 시낭송을 하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어 너무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신 대표에게는 또 다른 스케줄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일주일에 약 4가정 이상 다문화가정에 방문해 가르치는 다문화교사를 하고 있으며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으로 3곳의 유치원을 방문하기도 한다. 유치원에서 그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할머니 역할로 아이들에게 인기가 그만이다.

이렇게 바쁜 와중에도 신 대표는 지난달 문화예술의 거리에 ‘랑가갤러리’를 열었다. 현대미술을 편하게 접하기 어려웠던 익산시민들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함께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림 전시 이외에도 여러 화가들을 초청해 미술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공간이 되길 바라는 것이 신 대표의 마음이다.

신혜숙 대표는 “박운섭 화백과 김영규 화백의 그림으로 1차 전시를 마쳤다. 앞으로도 현대 미술이 어렵지 않고 일상생활에서 활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갤러리를 통해서 알릴 것이며 그러한 문화를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가꿔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즐비하다. 먼저 그림을 그려 김영규 화백과 함께 부부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또한 등단 후 써놓은 시들을 엮어 시집도 내야하고 부부시낭송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그리고 다문화가정 방문과 유치원에서 이야기 해주기, 랑가갤러리를 통해 익산의 문화예술을 활성화시키기 등 기대를 갖게 만드는 일들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