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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를 모르는 ‘강철 가수’ 강병건 씨

▲ “전 국민을 매혹시키는 게 꿈”

가수의 꿈 품고 산 50년 세월.. 70대에야 실버가수로 탄생
2012년 음반 발매 후 스타 대열.. 초청하면 어디든 달려가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밑천도 들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더라고. 그래서 가수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지만 결국 70살이 넘어서야 꿈을 이루게 됐다.”

50년 넘게 간직해 온 가수의 꿈을 기어이 이뤄내고 날개를 단 듯 높이 날아오른 ‘강철 가수’ 강병건(73) 씨. 2012년 발매한 1집 음반에서 ‘풍수지탄’과 ‘방랑의 길손’ 등의 노래가 성인가요계에서 인기를 끌며 일약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그는 익산의 대표 실버가수이자 성인가요계의 신인 가수다.

강 씨는 “가수가 되는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고 어떤 조건들이 서로 박자가 맞아야 되는 일이었다”며 “건강과 노래에 대한 애정, 그리고 식지 않는 열정이 있었기에 느지막하게나마 꿈을 성취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강 씨는 김제시 진봉면 심포리의 항구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너른 지평선으로 유명한 들판 너머 현재는 새만금이 되어버린 바닷가에 있는 외딴 마을이었다. 배움의 기회조차 접하기 어려웠던 마을에서 자란 강 씨는 17세에 이르러 가수의 꿈을 품었다. 이유는 단지 아무 밑천도 들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아무도 없는 뒷산에 올라가 목청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던 어린 시절의 그였다. 낮에는 바닷가에 나가 일하고 밤에는 노래를 불렀다. 자꾸 부르다 보면 목청이 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강 씨는 “당시 권투가 유행했는데 근처에는 체육관뿐만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동네였다고. 다닐 수가 없어서 권투를 포기했고 뭐 할게 있어야지. 목을 틔워서 가수나 되자 그랬지”라고 50년도 더 된 시절을 회상했다.

그렇게 나날이 작은 꿈을 키워가던 강 씨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젊음이 넘치던 21세 나이에 당시 전북KBS에서 진행하던 ‘톱 싱어’라는 일종의 노래자랑 프로그램에 도전했고 그동안 갈고 닦아온 노력 덕분인지 4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것.

이를 통해 전북 대표로 연말 서울로 올라가서 노래를 부를 기회를 갖게 됐지만 더 큰 기회가 찾아왔다. ‘빈대떡신사’로 유명한 가수 한복남 씨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것. 당시 한복남 씨는 이미자, 이양일 등 유명 가수와 공연차 내려왔다가 우연히 강 씨의 노래를 듣고 재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생일대의 기회를 갖게 된 강 씨는 곧바로 서울행을 선택했다. 지인의 집에 얹혀살다시피 하면서 노래 공부에만 매진했다. 한 걸음만 더 내딛으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할 수 있는 삶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 시간이었다.

강 씨는 “하지만 보름 정도 있다가 고향으로 내려왔다. 8남매나 되는 형제들이 눈에 밟혀 도저히 노래를 부르기가 편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창 일할 나이에 형제들을 버리고 내 꿈을 선택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향에 돌아온 강 씨는 바다에 나가 백합을 잡아 일본에 수출하는 일 등 어업에 매달렸다. 그렇게 형제들을 위해 일하다가 결혼해서는 익산에 둥지를 틀고 살게 됐다. 하지만 좀처럼 다시 가수가 될 기회는 오지 않았다. 당시 그보다 노래를 못한다고 평가받던 이들이 성공한 가수가 되어 노래를 듣게 될 때마다 자괴감이 몰려오기도 했다. 오기가 생겨 틈틈이 노래를 해보려고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가수의 꿈은 점점 멀어져 갔다.

강 씨는 “재생타이어 공장을 운영하면서도 한 순간도 노래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꼭 가수가 아니더라도 일하면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살던 그는 한 때 환경운동에도 몸담아 혁혁한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환경예술인총연합회 익산시지부회장과 환경신문 전북본부장을 맡아 익산시의 환경에 대한 감시 역할에 충실히 나섰다. 특히 황등면 지역의 폐석산 복구에 불법폐기물이 쓰이지 못하도록 취재활동을 하면서는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강 씨는 “환경운동을 할 때도 앞뒤 안보고 열정을 바쳤다. 그런 열정이 가수의 꿈을 이어와 70대가 돼서야 첫 앨범을 내게 됐고 나는 꿈을 이룬 행복한 사람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 첫 앨범을 발표했다. 오랜 친구이자 성인가요계의 권위자인 작곡가 김상민 씨로부터 곡을 받고 직접 작사에도 참여해 주옥같은 곡들이 탄생했다. ‘내장산별곡’, ‘풍수지탄’, ‘태자의 눈물’, ‘방랑의 길손’ 등 진중하면서도 깊은 감동이 전해지는 노래들이 방송을 타자 여기저기 초청이 쇄도하기 시작했다. 신인가수로서 인기몰이를 톡톡히 하고 있는 것.
강병건 씨는 “오로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젊은 친구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익산을 사랑하는 가수로서 전국에 내 노래가 울려 퍼지는 날까지 열심히 정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