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교도소세트장.. 죄 짓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어
음침하고 위압감 풍기지만.. 영화 7번방 장면 ‘새록새록’

◇ 학교 다녀와 별 달고

영화에서나 드라마에서 흔히들 범죄를 일으켜 교도소에 다녀오면 “학교 갔다 왔다” 또는 “별을 하나 더 달았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진짜 학교의 모습으로 출발해, 지금은 진짜 교도소의 모습으로 사람들을 가둬두는 곳이 있다. 바로 성당면 와초리에 자리한 익산 교도소세트장이 그 주인공.

성당초등학교 남성분교가 폐교되면서 학교 부지에 만들어진 이 교도소는 실제로 사람들을 가둬두기는 하지만,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들을 주로 상대한다. 국내 유일의 교도소세트장인지라 영화나 드라마 촬영이 있는 경우, 전국 각지에서 찾아온 유명 연예인들이 감방을 차지하게 되는 것.

법질서확립

비록 세트장이기는 하지만, 커다랗고 튼튼해 보이는 회색 담장 사이 철문과 엄중한 경계를 하고 있는 감시초소가 위압감을 내풍긴다. 한 번 들어가면 쉬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마음에 발걸음이 조금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

철문을 지나 들어가면 넓은 축구장을 사이에 두고, 자유에 목말라 있을 수감자들이 가득할 것만 같은 수감시설이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다. 축구장을 가로질러 건물에 들어서면, 이내 음침한 기운이 느껴지며 오싹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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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과 2층으로 이뤄진 수감시설의 감방은 가운데 복도와 통로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 철문과 쇠창살의 연속이다.
이 감방들은 대부분 닫혀 있지만, 관람객들을 위해 일부 독방과 공동 감방의 문이 열려 있어 실제 감방 안에까지 들어가 볼 수 있는 진귀한 체험을 해볼 수 있다.

각각 수감자들의 수감번호가 적힌 채 굳게 닫혀 있는 감방, 통로 곳곳 수감자들의 생활을 지도하고 계도하기 위해 적혀있는 문구들, 이외에도 취조실과 면회실 등이 생생하게 재현돼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인생의 아침에는 일을하고,
낮에는 충고를 하고,
밤에는 기도하라

대낮인데도 어두침침하고 싸늘한 기운이 감도는 실내, 녹이 슨 쇠창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유난히 밝게 느껴진다.

◇ 7번방은 어디?

배우 류승룡과 갈소원, 그리고 수많은 조연들의 빛나는 연기로 전 국민의 심금을 울렸던 영화 ‘7번방의 선물’.
이 영화로 단박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교도소세트장에서 단연 인기코스는 6세 지능의 딸 바보 용구와 어린 예승이, 그리고 7번방 룸메이트 죄수들이 동고동락했던 감방이다.

2층에 줄지어 있는 감방 중 하나인 7번방은 영화 속에서는 밝고 따뜻하기까지 한 모습으로 국민들의 감동과 눈물을 자아냈지만, 실제는 어두컴컴한 방안에 차디찬 바닥, 음침한 기운까지 여느 다른 감방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곳을 찾는 관람객들은 대부분 실제 7번방의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 오는 듯하다. 아빠의 손을 잡고 들어오는 가족 단위의 관람객에서부터 이색 데이트를 즐기는 청춘들까지, 영화 속 장면들을 새록새록 떠올릴 수 있는 7번방 체험을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교도소세트장은 관람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 어디선가 본 것 같다면.. 바로 이곳

성당면 와초리에 위치한 교도소세트장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 만든 영화 촬영용 교도소다.
지난 2005년 영화 ‘홀리데이’는 교도소세트장에서 탄생한 첫 번째 영화이자 교도소세트장의 탄생 배경이 되는 영화다. 당시 익산시는 영화제작사가 손을 잡고 세트장을 세웠다. 영화 ‘홀리데이’를 시작으로 이후 영화 ‘거룩한 계보’, ‘타짜’, ‘식객’, ‘해바라기’ 등을 촬영했고, 드라마 ‘아이리스’, ‘태양을 삼켜라’, ‘수상한 삼형제’, ‘노란 복수초’, ‘더킹투하츠’ 등을 촬영했으며 가장 최근에는 이달 21일 방송예정인 드라마 ‘끝없는 사랑’ 촬영이 진행됐다.

국내에서 유일한 교도소세트장이기 때문에 이후로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촬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화든 드라마든 어디선가 교도소의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 배경은 분명 익산 교도소세트장일 것이 틀림없다.

세트장은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이 쉬는 날이라 문을 열지 않지만, 그 외 평일과 주말을 합쳐 일주일에 평균 500명 정도의 관람객들이 죄를 짓지 않고도 들어갈 수 있는 교도소를 다녀간다.

이번 주말에는 착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는 교도소세트장에서 영화 속 재미를 직접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