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 동안 택시운전.. 성실하나로 최상의 서비스 제공
3천곡 이상 보유, 손님 취향 맞춤 신청곡 즉각 틀어줘 
“기왕에 해야 하는 일이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지 자랑할 게 없다. 맡은 일을 즐겁게 하면서 조금이라도 손님들이 기분이 좋은 채로 목적지에서 내릴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것이 전부다.” 택시를 탄 손님에게 먼저 다정하게 인사를 건네는 택시기사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정중하게 목적지를 물어본 뒤 안전운행하며 목적지로 향하는 택시기사도 익숙할 정도로 많다. 하지만 운행 도중 손님이 듣고 싶은 신청곡을 받아 즉석에서 틀어주는 택시기사라면? 그런 행운의 택시기사를 만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익산시에만 현재 1천7백여 대의 택시가 운행 중이며 그중 단 한 대의 택시만이 음악을 싣고 달리는 DJ택시이기 때문이다. 달리는 도로 위의 짧은 시간 동안 택시기사와 음악 DJ를 겸하며 신청곡을 감상할 수 있는 서비스를 행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최준옥(60) 기사다. 택시운전 경력 25년차인 그는 요란하지 않지만 묵묵히 스스로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웃이자 익산사람으로 귀감이 되고 있다. 최 씨는 김제시 공덕면 출신으로 학창시절 학업을 위한 목적으로 익산에 오게 됐다. 이리상업고교(현 전북제일고)에 진학한 그는 넉넉지 못한 집안형편 때문에 수학여행은 물론 별다른 취미도 갖지 못했다. 운동을 좋아했지만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경제적 사정이 못된 그는 철봉과 평행봉 등 기계체조 종목에 재능을 보였다. 체력장 때 턱걸이를 65개나 기록했던 것을 지금도 자랑삼아 얘기할 정도로 운동에 소질이 있었다. 환갑이 넘은 지금까지 젊은 사람도 힘들 정도로 스트레칭이 가능할 만큼 유연성을 유지하고 있다. 졸업 후 당시 시계를 제조하던 대기업인 국제전광사에 입사한 그는 경리업무를 맡아 지내다 1983년 회사의 부도와 함께 직장을 떠났다. 이후 1년여 간 공인회계사 공부를 하다 여의치 않자 작은 기업 등에서 회계업무를 맡아 지내던 그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열어 새로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 주변에서 택시운전을 잠깐이라도 해보라는 권유를 받게 된 그는 얼떨결에 택시운전을 시작했고 그 길로 평생 운전대를 잡게 된 셈이다. 최 씨는 “당시는 지금까지 택시운전을 할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운전석에서, 도로 위에서 25년을 보냈다”며 “그 당시가 지금보다 훨씬 돈벌이가 나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25년의 경력이면 평균 하루 250km 정도 운행하는 것으로 볼 때 대략 1백50만km를 달려온 셈이다. 더 오래된 경력자도 수두룩하지만 최 씨는 오직 성실 하나로 보낸 시간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 씨는 “운전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제한적이지만 그 안에서라도 뭔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외지인이 탈 경우 미륵사지나 왕궁리유적, 서동설화 같은 익산소개를 전달하고 싶은데 요즘 젊은이들은 술집 위치를 물어보는 일이 다반사라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의 기본인 친절이 몸에 배어 있는 그는 꼭 먼저 인사를 건넨다. 누가 타든 밝은 목소리로 반겨주고 대화가 이어질 경우에는 복을 빌어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어서 고민하던 그는 음악을 선택했다. DJ택시가 태어나는 순간이었다.
최 씨는 “만국공통어라는 음악은 정치이야기처럼 다툼으로 번질 일도 없이 오로지 승객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최대한 많은 음악을 보유해 듣고 싶은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 가장 보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 그는 장비가 없었던 초창기에 현금 150만원을 내고 택시용 MP3 기계를 장착했으며 현재는 하드디스크 250GB(노래 1곡 5MB 기준 5만 곡 저장 가능)를 장착하고 있다. 달리는 음악실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수천 곡이 내장돼 승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최준옥 씨는 “찬송가, 클래식, 올드팝, 동요에서부터 생일을 맞은 손님에게는 ‘빵빠레’까지 틀어드린다”며 “기분이 언짢았던 손님들도 노래를 듣고 내릴 때쯤엔 기분이 좋아져서 고맙다고 인사할 때가 가장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