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농업행정 외길 걸어온 농촌경제 전문가.. “다함께 잘사는 행복한 농촌 만들기” 구슬땀
2013년 농기센터 소장 맡아 익산 농업 총괄.. 올해 철저한 AI방역 태세로 청정익산 지켜내

익산시는 전국에서 4번째의 경지면적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의 대표적인 농도다. 또한 KTX역세권을 중심으로 풍부한 교육 여건을 비롯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정주여건이 잘 조성돼 있는 복합도시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새만금 배후도시로서의 역할과 식품클러스터를 통한 세계적인 식품산업 도시로의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는 익산은 대한민국 대표 도농복합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이러한 근간에는 익산의 농촌과 도시를 소통할 수 있도록 이어주고 있는 농업기술센터가 있다. 익산의 농축산업을 총괄하며 농촌경제 활성화와 마을가꾸기 사업, 귀농지원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농기센터에서 이뤄진다. 매년 성황리에 치러지는 국화축제 또한 농기센터 직원들의 정성과 노고에서 비롯되고 있으며, 고구마 종묘지원 사업 등 익산시의 미래를 밝게 하고 도농상생발전을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잠재력이 솟는 원천이 바로 농업기술센터다. 

그러한 농업기술센터를 책임지고 이끌고 있는 인물이 바로 박내현 소장이다. 오로지 농촌전문가로 살아온 시간은 어느새 그를 농촌경제 전문가이자 농촌 발전의 달인의 경지에 올려놓았다. 최근에는 AI(조류독감)와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 속에서도 청정 익산을 사수해내며 익산시 축산업의 이미지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에 본지는 박 소장을 만나 익산시의 미래를 위해 농기센터가 해야 할 역할을 비롯해 AI와 같은 위험요소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들어봤다.

“내가 제일 잘하는 일이 농업이고, 좋아하는 일도 농업입니다.”

◇ 농업관련 외길 공직을 이어오고 있다. 농업과 축산을 비롯해 농촌경제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40년 가까운 시간 동안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박= 1975년 고창군 농촌지도소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한 후 올해로 39년 째 농촌에만 매달렸다. 행정 분야인 농산과만 빼고 농기센터 전 과를 두루 거쳤으며 처음에는 축산을 전공했기 때문에 축산분야에 매달렸고 나중에는 모든 분야에서 현장경험을 쌓게 됐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을 꼽자면 당시 전국 최초로 벼육묘공장을 설치해 성공을 거둔 일이다. 못자리를 대신할 획기적인 방법으로 이제는 전국 어디서나 공동육묘장을 설치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삼기면과 성당면에 대규모의 양돈 수출단지를 조성했던 일도 있다. 이를 계기로 익산의 양돈업계가 어느 정도 규모화 됐고 안정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
이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익산의 땅에서 농민의 땀으로 자라난 농산물들 하나 하나가 모두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다. 

◇ 대내외적 농업환경을 통해 익산 농업의 현실을 들여다본다면.

박= WTO에서부터 현재의 여러 FTA 등으로 농산물의 수입개방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이며 막을 길도 없다. 그러니 자연적으로 가격이 불안정해지면서 소비불균형도 일어난다.
이러한 어려움을 막기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통해 농가의 경쟁력 강화에 힘써왔다. 규모를 확장하고 생산성을 높여 실질 소득을 높이는 것이 농촌경제의 답이다. 앞으로는 조직화하고 규모를 키워야만 살 수 있는 곳이 농업이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여 이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소규모 농가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를 외면하지 않고 소규모 영세농가는 복지 분야의 확대를 통해 성장력을 담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도농상생지원센터 건립 논의가 한참인데 어떤 역할을 기대해야 하나.

박= 도농복합도시인 익산은 도농 간의 교류를 위한 센터가 꼭 필요하다. 해당 센터에서는 시민들의 요구와 농민의 요구를 함께 수렴해 공통점을 찾고 시정에 반영할 수 있으며 농업정책과도 연계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예전에는 농촌이 생산 위주의 단순한 역할만을 수행했다. 하지만 지금은 융복합 농업의 시대로 대단히 빠르게 변하고 발달하고 있다. 
융복합 농업은 예를 들면 관광이나 체험, 직거래 장터, 힐링공간 등으로 농업을 이용하는 것이다. 단순히 생산에서 그치지 않고 그 자체가 관광지화 되거나 체험의 장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힐링공간으로도 가능하다. 그러한 융복합적인 농업으로 나아가는 것이 미래농업의 한 모습이라고 하겠다.

◇ 익산 농산물의 품질은 높은데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는 나아지지 않는 것 같다.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나.

박= 농산물 브랜드가 성공하는 사례는 극히 드물 만큼 어려운 점이 많다. 그것은 소비자들이 당장 브랜드를 보고 농산물을 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 익산시는 장기간 우수 품질 농산물을 생산해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한 번 쌓아 올린 신뢰는 수백년 후까지 충분한 브랜드가치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먼저 익산의 주요 농특산물에 대해 ‘탑마루’ 브랜드를 중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쌀의 경우 품질은 전국 최고를 자랑하고 있어 마케팅과 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태릉선수촌에 3년 연속 납품하는 쌀은 탑마루 쌀이 유일하다. 그만큼 품질이 고르고 우수하다는 증거다.
한우의 경우는 현재 익산에는 3만두 정도가 사육되고 있다. 한우는 사료에 민감하기 때문에 육질을 고급화하기 위해 조사료 사업을 추진해 청보리 등의 조사료 4만8천톤을 재배하고 이를 공급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전통적으로 축산이 유명한 정읍시나 장수군보다 좋은 품질의 한우가 생산되고 있다.
이 밖에도 하우스 시설에 집중적인 투자와 전국 1위의 고구마 종순 보급 사업 등 익산의 농산물이 대접 받을 수 있는 근간이 형성되고 있다.

◇ 올해도 어김없이 AI가 발생해 비상사태가 벌어졌지만 무사히 막아냈다. 잘한 점과 못한 점은.

박= 올 1월 17일 고창에서 발생한 AI가 전국을 강타했다. 그 와중에 익산은 소독과 농가방역에 철저하게 임해 결과적으로 AI발생농가가 없는 청정지역을 사수했다. 이는 시민과 공무원과 농가가 힘을 합한 최상의 결과였다. 익산은 양계 가공 산업의 메카나 다름없다. 부화장이나 종계장을 비롯해 육가공 공장이 대규모로 산재해 있다. 그래서 과거에 2차례 AI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AI를 막아낸 것은 그동안 예방을 목적으로 시설현대화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외부유입 질병을 차단할 수 있는 축사를 갖춘 것이 결정적인 요인이었다고 볼 수 있다. 청정익산을 사수해 익산지역의 축산 가공품을 비롯한 식품클러스터에 대한 인식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반변 AI발생 직후 초동대처에는 미흡한 면이 있었다. 매년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상부지휘체계부터 혼란스러운 점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익산시에서는 거의 매년 발생하는 AI의 효과적인 방어를 위해 초소 설치 예정 지역에 급수시설을 설치하고 노후된 장비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등의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 앞으로의 계획과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

박= 1년 4개월여 동안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많이 들었고 꼭 필요한 부분에 대해 우선적으로 지원해왔다. 그런 역할에 농가들이 만족하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결과적으로 농민들의 소득이 높아지면 그게 바로 보람이었다. 모든 농가가 고소득을 올릴 수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이를 위해 영세농가에 대한 비료지원을 비롯해 로컬푸드 육성 지원 및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농가들이 어려워하는 판로를 개척하고 제 값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농기센터가 주력해야 하는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은퇴 후에도 농촌과 연계한 일을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와 동호회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농업을 알리고 봉사하는 단체다. 40년 간 농업을 해왔기 때문에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고 너무 좋아하는 일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