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년 째 익산문화원 이끌며 지역향토문화 발굴·보존에 혁혁한 공로.. 통일안보교육도 으뜸
국립박물관 건립에 온갖 정성.. 일본 백제후손과의 가교 역할 톡톡, 익산문화의 긍지 지켜 
익산은 고대 마한의 중심지이자 백제의 왕도이기도 한 고대문화도시다. 그래서 경주와 공주 부여와 함께 4대 고도(古都)로 지정됐으며, 최근에는 금마면 일원의 고도지구가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눈앞에 두고 있을 만큼 풍부한 문화적 기반을 지닌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렇게 폭발적인 익산문화의 급성장에 발맞춰 지방선거에서 시장으로 당선된 박경철 당선인은 익산시를 역사문화특별시로 지정하고 문화도시의 메카로 성장시키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이는 표를 행사한 시민들 역시 역사문화가 충만한 도시로 나아가길 바라고 있다는 얘기로 바꿀 수 있다. 시민과 행정이 힘을 합쳐 익산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로 문화를 발전시키는 청사진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시점에 12년 동안 익산문화원을 이끌며 익산문화의 긍지를 지켜온 김복현 원장을 만났다. 그리고 익산의 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해온 익산문화원의 성과에서부터 역사문화특별시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고향의 전통과 문화를 가꾸고 보존하는 일이 즐겁다”
◇ 먼저 문화원장을 맡기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김= 내 고향은 함라 고을이다. 남성고교를 나와 동국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했으며 공군 소위로 임관해 12년 간 장교생활을 했다. 군에 있을 때는 핵심부서에서 북한관련 정보를 다루는 일을 주로 맡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았다. 이후 지금까지 지역에서 통일안보교육을 맡고 있는 것도 그 당시 접했던 지식을 기본으로 공부했기 때문이다. 전역 후에는 국정원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10.26 사태가 발생하면서 무효가 됐고 이에 고향에 내려와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당시 모 국회의원의 보좌관을 하며 10년 넘게 지방정치를 배웠으나 이후 정치권에 발을 끊고 살았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익산문화원을 맡게 됐는데 문화 쪽에는 젬병이였기에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지만 열심히 공부하고 발로 뛰면서 차근차근 문화에도 눈을 뜨게 됐다. 정치권에 있을 때 익산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지내왔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렇게 시작해 문화원장을 지낸 시간이 벌써 11년 반이 됐고 남은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어려운 여건에서 익산향토지를 발간하는 등 발로 뛰고 일궈낸 결실이 익산문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 익산문화원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시민들이 많다. 김= 익산문화원은 익산의 역사와 문화를 발굴하고 보존하며 계승하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익산예총과 같은 단체나 시민들이 문화적인 가치를 지닌 창작을 하면 문화원은 그러한 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익산에서 무엇인가 창작되면 그것은 내일이 되면 전통과 문화가 되는 이치다. 문화원에서는 익산의 고대에서부터 현재까지의 문화를 총망라해 발굴·보존·계승하고 있다. ◇ 국립박물관 건립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김= 국립박물관이 제대로 건립돼야 익산은 비로소 빛을 발하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이아가라폭포 같이 세계인들이 너도나도 찾아오는 훌륭한 박물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모든 구상을 끝내 놨다. 그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문화원을 떠나기 전 해야 할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국립박물관은 현재 3억여원의 예산이 편성돼 기본용역 중이다. 여기에서 그치지 말고 정치권을 비롯해 행정에서 계속해서 추진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앞으로 위치선정에서부터 박물관내용에까지 복안을 마련하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박물관도 현재처럼 전시 위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찬란한 백제 역사를 순서에 따라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구성이 되야 할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 사리장엄과 같은 국보를 만나 감동을 전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사리장엄의 국보지정을 서둘러야 한다. 백제시대 금속공예의 진수를 보여주는 금제사리호와 천사백년 전 백제인의 글씨를 확인할 수 있는 경판은 그 가치가 매우 크므로 따로따로 국보지정이 돼야할 것이다. 이러한 부분은 상당히 시급한 상황인데 누구도 나서지 않아 안타까울 정도다. 정치권의 역량을 다해서라도 이러한 부분을 확실히 추진해야 한다. ◇ 익산시장 당선인이 역사문화특별시를 천명했다. 익산문화원장으로서 앞으로의 시정에 코치를 해준다면. 김= 먼저 그러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 분이 당선돼 환영하고 있다. 모쪼록 내용 있는 특별시가 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및 연구를 아끼지 말았으면 하고 바란다. 현재도 익산에는 여러 문화가 풍부하게 존재하지만 발굴하지 못해 사라져가는 것들도 많다. 한번 사라지면 다시 복구할 수 없는 소중한 문화를 책이나 공연을 통해 기록으로 남겨야 함은 물론 시민 참여를 유도해 살아 있는 문화가 되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또한 문화자원으로서의 가치를 타 지역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확대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관광객을 끌어들일 창구로 서천국립생태원을 비롯해 타 지역 관광지와 교통여건을 고려해 연계하고 궁극적으로는 식품클러스터와 익산국립박물관으로 이끄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식품클러스터는 그 자체가 관광자원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1박2일을 보낼 수 있는 관광코스로 제격이다. 이러한 밑그림을 토대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연구해나간다면 역사문화특별시 익산이 빨리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문화특별시 익산을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힘을 쏟겠다” ◇ 고도르네상스 사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 고도지구 사업 추진은 약간 수정할 필요가 있다. 금마면을 중심으로 개발하는 현 관점은 주민들과의 이해관계가 상충돼 있기 때문인데 실제 고도의 중심인 미륵사지를 중심으로 봐야 한다. 조선시대 장터나 관아는 고도르네상스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국립박물관을 금마면소재지나 도심이 아닌 실제 중심지와 가까운 넓은 터에 건립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미륵산과 삼기면, 오금산에서 접근이 용이한 터에 박물관을 건립해야 비로소 고도르네상스가 빛을 발할 것이다. ◇ 일본과의 교류에도 익산문화원의 역할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일화가 있는지 소개해 달라. 김= 백제문화의 뿌리가 익산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다. 7년 전에 일본에서 전화가 왔는데 임성태자 45세손이 익산의 무왕릉에 참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깜짝 놀랐지만 차근차근 근거를 따져보니 성왕의 셋째아들 임성태자가 일본에 건너갔고 오늘날 그 45세손이 뿌리를 찾아다니다 익산의 무왕릉으로 찾아오겠다는 얘기였다. 특히 여러 문헌을 조사한 결과 익산의 무왕릉이 확실한 조상의 묘라고 믿고 있는 것이었다. 이에 상차림부터 시작해 모든 준비를 맡아 추진했고 결국 오오우치 기미오 씨를 비롯한 임성태자 후손들이 익산에 방문해 무왕릉에 찾아가 참배하고 돌아갔다. 그 계기로 매년 익산을 찾아오게 됐으며 익산시에서는 종갓집을 찾아오는 후손들을 환영하는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이후 부여군에서 먼저 오오우치 기미오 씨 일행을 홍보대사로 위촉시키려 하는 것도 눈치를 채고 익산시 홍보대사로 위촉하도록 한 일도 있었다. 앞으로는 익산을 찾아오게 할뿐만 아니라 익산시가 임성태자 후손들을 방문해 그 흔적을 기록하고 연구하는 일도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정완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