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돌아본 며느리 이야기 전해 내려와
도심 속에 자리한 돌부처.. 명맥 이어져야

◇ 뒤를 돌아보지 마

금강동에 위치한 관음사에는 여인이 아이를 업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는 돌부처가 있다. 이 돌부처에는 인색한 시어머니와 착한 며느리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어떤 스님이 익산의 여러 곳을 다니며 시주미를 동냥하다 몹시 가난해 보이는 집에 들렀다.
“부처님께 시주를 좀 하십시오.”
그 말을 들은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아가, 쌀은 무슨 쌀이냐. 재나 한 바가지 퍼다 주어라. 재수없다”하며 방안으로 들어갔다.
며느리는 매우 난처해 시어머니의 말을 듣는 척 하다가 틈을 보아 쌀독에 조금 남은 쌀을 시주했다.
“나무아미타불, 보아 허니 매우 어렵고 힘들게 사시는 것 같은데 이렇게 부처님께 공양까지 해 주시니 크게 보답해 드릴 것입니다.”
스님은 뒤돌아 길을 떠나려 하다 며느리에게 말했다.
“저의 뒤를 따라와 주십시오.”
“어디를 가시자는 겁니까?”
“잠자코 따라와 주시오. 그러면 며느님께 좋은 일이 생겨 잘 살게 될 것입니다.”
며느리는 스님의 말대로 어린아이를 등에 업은 채 뒤를 따라 나섰다. 스님은 따라나선 며느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의 뒤를 따라오되, 꼭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목적지에 다다를 때까지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 됩니다. 만약 뒤를 돌아보면 불행하게 됩니다.”
며느리는 스님의 말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윽고 이들은 관음사 근처 큰 강에 이르렀다. 스님은 강을 잘 건넜지만, 며느리는 행여 빠져 죽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험한 강을 건너다 그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뒤를 돌아보고 말았다.
그 순간 며느리는 갑자기 돌이 돼 버렸다. 그 돌은 하나의 부처로서 등에 아기를 업은 여인의 모습으로 변하고 말았다.
스님은 강을 건너 며느리를 극락으로 이끌려 했던 것일까. 속세에 대한 미련이 남은 며느리의 행동으로 그 뜻이 이뤄지지 못한 것일까.
어찌 됐든 지금의 관음사 법당 안에 있는 아기 업은 돌부처는 마음씨 고운 그 때 아기 업은 며느리의 모습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이 같은 전설은 어디서나 발견되는 며느리 방죽 설화의 모티브와 매우 유사하다. 다만 ‘뒤를 돌아본 착한 며느리 전설’에서는 인근에 금강이 있기에 방죽 대신 강을 건너는 것으로 전해진 것으로 집작해 볼 수 있다.

◇ 부처님을 모신 학산 자락

금강동 신성마을 앞 대용수간선 밖의 농경지 쪽으로 두 개의 나지막한 산이 있다. 옛 농촌진흥원이 있던 자리가 월담산이고, 그 옆이 학산이다.
개울 건너에 있는 수도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학이 머리를 쭉 내밀고 물고기를 잡는 모습을 하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수도산이 닭뫼라고 불렸음에도 불구하고, 학산이라는 품격을 높인 듯한 이름이 붙여진 것은 아마도 부처님을 모신 신성한 곳이었기 때문었을까.
나지막한 학산 자락을 사람들은 옛날부터 부치댕이, 미륵댕이로 부르곤 했다고 한다. 예전부터 이곳에 절터와 돌부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동산동 여울휴먼시아 아파트나, 라인 아파트, 동남초등학교 등과 대용수간선을 사이에 두고 자리한 금강관음사는 도로변에서 바라보면 마치 섬처럼 동떨어진 공간에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원래 관음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1910년대에 일어난 화재로 사찰은 소실되고, 현재 관음보살불과 함께 관찰사윤영신영세불망비와 사인박윤길적선비라는 비석 두 개가 남아 있다.
절터는 화재 후 당시 면장이었던 이인휘 부자가 점유했었는데, 이를 안타깝게 여긴 신가 성을 가진 보살과 불자들이 힘을 합쳐 1933년 10월 21일 사찰을 재건했다.
이후 완주 봉서사 진월스님에게서 계를 받고 온 신 씨 보살의 손자인 정명규 스님이 초막으로 근근이 맥을 이어온 절터에 법당을 짓고 화엄종 사찰로 유지해 왔고, 1995년 지금의 주지인 정수 스님이 인수해 건물을 보수하고 주변을 정리해 태고종 금강관음사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꿈에 본 부처가 눈앞에

아기를 업은 듯 광배 뒤가 불룩한 돌부처, 허름한 법당과 비오면 물이 튀는 토방, 절을 둘러싼 주위의 환경까지, 현재 금강관음사를 지키고 있는 정수 스님은 “꿈에서 봤던 그 모습 그대로의 부처와 주변 환경이 현실로 다가와 관음사에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100여년 전부터 아기를 업은 듯한 돌부터가 자리하고 있는 절터는 당시 돌부처가 땅에 묻혀 있었고 그 자리에만 겨우 초막을 치고 명맥이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정수 스님이 1995년경 인수할 당시에도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황폐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자리를 어느 정도 잡고 나면 밥은 먹고 살겠지’라는 생각에 관음사에 자리 잡은 정수 스님은 우선 땅에 묻혀있는 돌부처 주위를 파내 온전한 모습이 보이도록 하고 광배에 닿을 정도로 천정이 낮았던 초막 대신 법당을 짓기 시작했다.
아기 업은 돌부처가 영험한 기운과 도량이 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아프거나 아이를 쉽게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종종 찾아오곤 해, 이후 몇몇의 신도들과 사재를 털어 두 번에 걸쳐 개조와 보수를 실시해 지금의 관음사를 조성했다.
개·보수 과정은 물론 지금까지 스님은 관음사가 문화재로 지정되거나 찾아오는 신도들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숱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아기 업은 돌부처에 대한 전설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전설의 고향 등 매체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지만, 이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이렇다 할 지원이나 도움은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의 모습도 천당·극락과 별반 차이 없다고 말하는 스님은 문화재 지정이나 지자체의 지원에 연연하지 않고, 관음사의 명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질 수 있도록 꾸준히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 지켜내야

바야흐로 이른바 ‘굴뚝 없는 공장’이라 불리는 문화산업이 전략산업으로 대두되는 시대다. 익산도 앞으로의 더 많은 발전을 위해서는 가지고 있는 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하고 지켜내 발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여론이다.
정수 스님 또한 “익산지역은 비단 불교뿐만 아니라 종교간 갈등이 매우 심해 척박한 땅”이라며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문화자원을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익산 발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