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익산시의회 비례대표 입성
조례제정 및 개정 등 입법 활동 우수 의원
도의회 경선 컷오프 반발, 삭발 및 탈당후 출마
지방선거의 핫이슈.. 정치 재기에 기대 모아져

지난 지방선거에서 특별히 많은 관심을 받았던 선거 중에 하나를 뽑는다면 바로 전라북도의원 익산시 제1선거구를 떠올릴 수 있다.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던 치열함뿐만 아니라 무소속 후보자들의 세 규합으로 인해 과연 정당공천자를 누르고 승리할 수 있을까라는 관전포인트가 선거 내내 관심대상이 됐기 때문이었다.

이번 도의원 1선거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부당한 공천을 규탄하며 탈당한 무소속 후보자 2명이 단일화에 성공했고, 또한 사퇴한 후보자가 단일화 후보의 선거대책본부를 맡아 역량과 힘을 보태 탄력을 줬다. 이에 무소속 단일화의 파괴력은 배가됐고 승승장구로 지지율을 높여갈 수 있는 기반이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선거 결과는 단일후보의 아쉬운 패배로 끝이 났다. 하지만 선거기간 내내 이슈를 만들어내며 선거판의 핵심 위치에 서 있었던 김영희 전 의원에게는 승리보다 값진 패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전 의원은 정당의 불합리한 부분을 용감히 나서서 규탄하며 정의를 부르짖었으며, 단일화 과정에서는 아름다운 용퇴를 결심하는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깊게 각인됐다. 실질적으로 승리나 다름없는 정치적 자산을 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이에 본지는 김 전 의원을 만나 선거 과정에서 못 다한 말이나 앞으로 정치인으로서 재기할 계획 등 지방선거 뒤풀이 얘기를 나눴다.

◇ 선거가 끝나고 10여일 지났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삭발투쟁 및 후보단일화 등의 일을 겪었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김= 본인의 선거에서 한 발 물러섰지만 여태까지 경황없이 바쁘게 보냈다. 사무실도 정리해야 하고 회계 쪽으로도 마무리해야 할 부분도 신경 써야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지와 격려를 보내주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에 일일이 연락을 드리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이번 선거를 치르며 큰 아픔을 겪었다. 그 상처가 아직 아물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번 지방선거를 위해 철저히 준비해왔는데 허무하게 물러선 결과를 봤던 것이 가장 아프다. 원망도 해보고 분노도 내봤지만 정치현실의 벽에 부딪힌 한 사람의 약자일 뿐이었다.
이제는 마음을 추스르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 기운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 선거과정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선과정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했는데 어떤 점이 문제였는지 허심탄회하게 말해 주십시오.

김= 정당정치에서 공천은 그 정당의 생명력과 직결되는 아주 중요한 일이다. 결국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사람을 잘 가려내야 할 책무가 정당에 있는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정당이 존재할 의미가 없다. 이번 새정연의 경선이 그러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1차 컷오프 심사 당시 공심위는 후보자 면접을 단 5분 만에 끝냈다. 그것도 단체 면접으로 한꺼번에 앉혀놓고 공통질문 두 개 정도 밖에 듣지 않았다. 공심위 자체가 적절한 후보자를 가려내고자 하는 성의도 없는 요식행위에 불과한 장면이다.

서류심사를 하는 심사비용이 170만원이다. 그런데도 단 5분짜리 면접의 결과를 비롯해 서류와 여론조사 배점표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왜 컷오프 대상이 됐는지 어느 누구도 답해주지 않고 묵묵부답이다. 결과를 받아들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떤 점이 부족한지 설명이라도 해줘야 인정할 것이 아닌가. 이번 일은 공당의 경선이 아니라 사조직의 무차별적인 칼질이나 다름없었다.

◇ 삭발을 감행하는 등 경선의 부당함을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중앙당도 여러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아는데 정당 내부 시스템으로 해결할 방법은 없었습니까.

김= 새정연과 같은 정당에서 지방정치를 이끌 인물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한탄스럽기까지 하다. 당시 정치인으로서의 입장을 가장 강력한 방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삭발이었다. 여성정치인으로서 선택하기 어려운 행동이었지만 정의를 위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한 정치인의 목소리는 정당 내부에서 철저히 차단됐다. 공심위가 끝나고 전북도당에 가서 석고대죄를 3일 동안 했지만 무시됐다. 더구나 재심을 신청하라는 것도 1차 배점표는 반영되지 않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철저하게 막힌 셈이다. 이에 막막했기 때문에 탈당을 결심하고 무소속 출마로 방향을 튼 것이다. 이후 법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심사결과를 공개하고 관련자들의 허상을 낱낱이 밝히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무소속 출마를 택해 시민들의 심판을 받게 하고 싶었다.

◇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 용퇴하며 무소속 단일화를 성공시켰습니다. 단일화 과정을 돌이켜 본다면.

김= 무소속 출마 후 선거 준비에 올인 했다. 새벽 4시에 나가 버스와 택시기사님들을 만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 만큼 처음에는 단일화에 대한 생각이 없었다.
같은 처지로 무소속 출마한 이창필 후보와의 접촉은 사석에서 가볍게 있었지만 원칙적으로 단일화는 계산에 없었고 선거운동 과정에 새정치민주연합 후보에 승리하기 위해 단일화의 필요성을 예감했다.

그러던 차에 이 후보와의 단일화 논의가 주변에서부터 시작되더니 어른들로부터 단일화 권유가 있었다. 당시 이 후보는 같이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있어 결국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단일화를 결심하고는 이 후보에게 꼭 승리할 것을 요청했고 이 후보는 당시 승리를 장담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안타깝게 됐다.

◇ 단일화를 이루고도 패배의 쓴 잔을 마셨습니다. 선대본부를 맡았기에 또 한 번의 아쉬움이 됐을 것 같은데 패배의 원인을 돌아본다면.

김= 결론적으로 선거운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 말인즉슨 이 후보가 게으름을 피웠다는 말은 아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 데까지 했지만 진정성으로 다가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지 못했다는 말이다.
선거를 치르면서 보통 전략을 얘기하곤 하는데 가장 좋은 선거전략은 그냥 열심히 알아줄 때까지 진정성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후보와 캠프는 다른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썼고 그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 정치인으로 재기를 생각하고 있습니까. 혹 재기를 한다면 정당정치를 할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김= 일단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재기해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를 치르며 얻은 것이 있다면 정의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는 점이다. 누구도 정당의 부당함을 얘기하지 못할 때 정의로 정당을 심판하고자 몸을 던졌던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인 김영희의 이미지로 각인될 수 있었다. 혹자는 정의로 현실정치를 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난 정의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일단 정당은 답이 아니라고 본다. 권력을 남용하고 유권자들 위에 군림하는 정당은 근본적으로 사고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한 나쁘고 좁은 정치보다 큰 정치를 할 생각이다.

◇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 시민들이 세금을 내면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런 일 중 가장 중요하지만 간편한 일이 정치인을 뽑는 선거다. 자신을 대리할 대표를 뽑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그런 만큼 신중하게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투표가 바로 정치나 다름없다. 정치가 등 따습고 배부르게 하는 것이지만 우리 스스로 찾지 않으면 지금의 정치인들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최소한의 정치인 투표를 통해 좋은 정치인을 뽑고 길러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앞으로 나는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끝까지 정직과 정의로움으로 신바람 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익산시의회에서도 4년간의 의정활동을 신바람으로 후회없이 마무리한 것처럼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시민들을 찾아갈 계획이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