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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한방병원의 ‘히어로’ 권중훈 약무과장

▲ “낮은 곳을 보살피는 평범한 삶”

사업실패 후 제2의 인생 찾아.. 가족의 소중함 깨달아
구도심 상가위해 삭발시위 등 시민정신 실천에도 앞장

“젊은 시절 돈이 최고인 줄 알고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된통 혼이 났다. 그 때 벼랑 끝까지 몰린 인생이었지만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된 가족이 옆에서 용기를 준 덕택에 제2의 인생을 찾을 수 있었죠.”

권중훈(47) 씨는 오로지 경제적인 부를 축적하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인 것 마냥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간 시절이 있었다.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써도 아까운 줄을 모를 정도로 경제적인 성공가도를 달렸으며 더 많은 돈을 벌고 번 돈을 펑펑 쓰고 사는 것이 인생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브레이크 없는 스포츠카의 운명처럼 한 차례의 곤두박질을 경험한 후 제2의 인생을 찾았다. 보이지 않았던 가족의 소중함을 비롯해 같은 공간에서 살며 낮은 곳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이웃들을 발견하게 된 것.

그것은 칠흑의 나락에서 발견한 한 줄기 빛이었으며 그 빛 때문에 그는 살아온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지금의 삶이 과거의 삶보다 더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권 씨는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한 순간이었다. 당시 막막하기 이를 데 없어 죽을 결심까지 했었지만 옆에서 아내가 용기를 북돋아줘 새로운 인생을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학창시절 그는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법관을 꿈으로 품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꿈은 아니었던지 대학에 입학 후 음악에 빠져들었다.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밴드 활동을 통해 그 동안 억눌렸던 것들을 표출했다. 여러 가요제에 나가 입상도 할 정도로 열심히 음악을 했지만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다. 그는 종갓집 장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공부를 다시 시작한 그는 건축과에 입학했고 건축설계를 전공했다. 서울에 올라가 취직했고 설계도면을 그리는 일을 했지만 그는 설계업무가 도무지 맞지 않았다. 2년 동안을 버텼지만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판단한 그는 고향 익산에 내려왔고 당시 내의를 생산하던 태창에 입사했다.

이후 약 7년간 내의 회사에서 샐러리맨으로 근무한 그는 사업가적 마인드를 가지고 독립해 나와 창업에 성공했다. 이후 열심히 일한 덕에 그의 회사는 성장세를 거듭했고 연 매출 10억원을 기록할 정도로 승승장구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따라 의욕적으로 투자에 뛰어들었던 겨울내복 대북지원 프로젝트가 실패하면서 한 순간에 빚더미에 올라앉고 말았다.

권 씨는 “돈 무서울 줄 몰랐는데 10억 상당의 빚이 생겼다.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액수도 아니고 정말 막막했다. 당시 아내가 같이 이겨내 보자며 용기를 주지 않았다면 일어설 수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후 월 90만원을 받고 복지시설에서 간병사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했다. 24시간 근무하고 24시간 쉬는 일이었으며 근무일에만 용돈 1만원을 아내로부터 받았다. 하지만 그는 그 때 힘들었던 시간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간이라고 말한다. 삶의 가치관이 변하고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권 씨는 “인생은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남의 부모를 목욕시켜주면서 내 아버지를 비롯해 가족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돈 주고도 못 살 가치를 배웠고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사회복지의 길을 걷기 위해 사회복지학과에 편입해 공부를 겸하며 열심히 일했다. 시설관리과장을 거쳐 원불교수도원 등을 거치며 성실히 근무한 끝에 10년이 걸려 빚을 모두 청산했다. 빚을 갚아나가는 과정동안에도 그는 어려운 사람을 위한 기부나 배려에 신경을 쓸 정도로 달라진 인생이었다. 기부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당연히 기부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권 씨는 “살아있는 동안만큼은 나보다 낮은 곳에서 살고 있는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살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직접 하지 못하더라도 기부를 통해 이웃을 돕는 것이 나 스스로를 돕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구도심 상가들의 권익을 위해서도 소매를 걷었다. 구심점 없이 우왕좌왕하는 구도심 상인들의 살길을 위해 단합된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1년에 걸쳐 발로 뛰고 행사도 열었으며, 익산시의 정책에 구도심 살리기가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지하도 개통을 위해 앞장서 삭발을 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을 정도로 구도심 상인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현재 1시간 주차유예 정책도 익산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얻어낸 작은 성과이기도 하다.

권중훈 씨는 “지금처럼 주변을 돌아보며 열심히 살아갈 것이며 소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해야할 일은 마다하지 않고 반드시 수행해 나갈 것이다”며 “그런 것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작은 힘을 사회에 보태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나은 사회를 일궈가는 시민정신이라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