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사에서 대관관사·관궁사를 거쳐 왕궁사까지
의자왕대.. 무왕의 명복 빌기 위한 원찰로 활용

◇ 왕궁 내 건립된 사찰, 이름이 뭐니?

왕궁터에서 수습된 사찰명 기와는 관궁사(官宮寺), 대관관사(大官官寺), 왕궁사(王宮寺) 등 3종류이며 명문모양 및 문양, 글자의 방향·형태·크기에 따라 9종류로 세분화할 수 있다.
수습된 사찰명 기와는 총 134점으로 관궁사명 기와가 42점, 대관관사명 기와가 91점, 왕궁사명 기와가 1점이며 이중 암키와가 122점, 수키와가 12점으로 암키와가 많은 편이다.
금당지 주변에서는 관궁사명 기와가, 강당지 주변에서는 대관관사명 기와가 집중적으로 출토됐고, 동서석축이나 나머지 궁의 담장 주변에서 비교적 적은 수량이 수습됐다.

궁의 북측 담장 주변에서는 대관관사명 기와가 집중 출토됐는데, 사찰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궁의 담장 주변에 다수의 사찰명 기와가 출토됐다는 것은 사찰과 함께 궁의 담장이 계속해서 보존돼왔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기와의 연대는 태토나 모래에 사립이 포함돼 비교적 거칠고, 명문과 함께 구성된 문양에도 격자문, 어골문, 격자문과 어골문이 혼합된 형태 등이 함께 구성됐고 기와 제작방법이나 내면의 마모 흔적, 빗 같은 도구에 의한 쓸림 흔적 등 대부분 통일신라시대 기와의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찰명 기와가 출토됨에 따라 왕궁리유적에 건립된 사찰의 이름이 대관관사, 관궁사 등이었음을 추정할 수 있게 됐으며, 왕궁이 있었던 자리에 건립됐다는 사실로 인해 왕궁사라는 사찰 이름까지 나오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 왕궁에서 사찰로의 변화

왕궁리유적에서 출토된 사찰명 기와는 왕궁 내에 건립된 사찰의 존재를 가리키고 있다.
특히 사찰명 기와를 토대로 사찰의 건립 시기를 추정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찰뿐만 아니라 왕궁의 사용 시기를 유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출토된 사찰명 기와에 대해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대부분 통일신라시대의 중후반경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남아있는 왕궁리5층석탑과 관련된 사찰 건물에 사용됐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찰의 최초 조성시기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많지 않다. 금당지 하부의 판축토에서 시루와 같은 백제 토기편과 단판 연화문 수막새, 인각와 등 기와편이 수습됐고, 관세음응험기의 기록에 보이는 사리장엄이 왕궁리5층석탑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과 매우 흡사하며, 삼국사기의 금마 ‘대관사 우물’과 관련된 기록 등을 근거로 백제시대에 사찰이 건립됐던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와는 별도로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기와 중 ‘금마저관(金馬渚官)’이라는 명문 기와가 있다. 이 기와는 통일신라시대의 기와로써 금마지역이 신라 경덕왕 16년(754년) 금마군으로 지명이 바뀌기 전까지 금마저라고 했는데, 이 지명에 허사인 ‘관(官)’자를 결합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맥락에서 왕궁에서 출토된 ‘대관관사’라는 사찰명 기와도 ‘대관’의 뒤에 특별한 의미가 없는 ‘관’자를 연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결국 ‘대관관사’는 ‘대관사’와 같은 것으로 볼 수 있고, 왕궁 내에 처음 건립된 사찰을 대관사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왕궁 내에 건립된 사찰은 대관관사나 관궁사 이전에는 그 이름이 대관사였을 가능성이 크다.

왕궁리유적의 건립 시기는 중국제 청자연화문준을 근거로 6세기 중반 경으로 판단하는 견해도 있으나, 기와류나 토기류 등의 출토유물을 토대로 살펴보면 7세기 무왕의 익산 천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왕궁 내 석탑과 금당, 강당 등의 사찰관련 유적들은 왕궁의 주요 건물이 위치해야 할 자리에 있기 때문에 왕궁과 사찰이 동시에 존재할 수는 없고 사찰의 건립과 함께 왕궁의 기능은 대부분 상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석탑의 하부에서 목탑지와 선행한 건물지의 흔적이 확인됐기 때문에 백제 왕궁의 건물을 철거하고 그 위에 사찰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찰명 기와의 분포가 금당과 강당지에 집중되고 있으나, 궁의 담장 주변에서도 일부 수습됐다는 사실은 궁의 건물지 위에 건립된 사찰이 경영되는 동안에도 궁의 담장 역시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석탑, 금당지, 강당지 등 사찰 주변에서 회랑지가 확인되지 않는 이류도 바로 궁의 담장이 있었기 때문에 별도로 회랑을 설치할 필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외 사찰명 기와의 명문 방법에서도 관궁사와 대관관사는 다른 문양과 함께 타날판에 사찰이름을 새기거나 단독으로 새겨 기와에 썼으며, 왕궁사와 일부 관궁사는 기와 성형 후 손으로 직접 써넣었다.
전자는 기와표면에 문양을 내거나 기와에 의도적으로 표시하기 위한 목적이 강한 반면, 후자의 경우에는 특별히 계획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찰이름을 표시해야 할 상황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왕궁사라는 사찰이름은 공식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지만, 왕궁 내에 건립된 사찰이었기 때문에 만들어졌던 것이 아닐까.

왕궁 내 건립된 사찰은 왕궁의 용도가 폐기된 후 왕궁의 주요 건물을 파괴하고 그 위에 사찰을 건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어떠한 연유로 해서 왕궁에서 사찰로 변화되었는가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왕이 죽은 뒤에 익산쌍릉에 안치됨에 따라 무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원찰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나 아니면 백제 멸망 후 무왕 세력의 결집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무왕이 사후 익산쌍릉에 묻히게 되자 가장 가깝고 무왕의 손길이 남아 있던 왕궁에 무왕의 명복을 빌기 위한 원찰을 건립하는 것이 의자왕이 선왕인 무왕을 위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모습이지 않았을까.

결국 왕궁 내에 사찰을 건립하게 되는 시기는 무왕의 사후인 의자왕대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한 나라의 왕궁을 파괴하고 사찰을 건립한 사실을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사찰은 대관사라는 이름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관관사, 관궁사 등으로 이름이 변해 기와에 사찰이름이 표시됐다. 사찰명 기와 제작과정에서 이곳이 한때 백제의 왕궁이었으며 무왕의 원찰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와공에 의해 왕궁사라는 이름이 표시됐을 가능성이 크다. 대관관사나 관궁사명 기와는 기와 제작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명문을 나타내려고 타날판에 사찰 명문을 표시했으나, 왕궁사의 경우는 기와 소성과정에서 손으로 쓴 1점밖에 수습되지 않아 의도적이지 않고 비공식적인 이름이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