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의 묘미에 골프의 정확성
팀 화합과 두뇌플레이는 필수

◇ 팀워크와 전략이 승리의 비결

“나이스플레이!”
T자형 스틱으로 때린 공이 목적지를 향해 또르르 굴러간다. 공을 친 선수는 물론 다른 경기 참여자들과 심판, 주위의 사람들까지 공이 흘러가는 방향 한 곳으로 시선이 쏠린다. 너나할 것 없이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어 같은 팀 동료의 플레이를 격려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지난 18일 게이트볼대회가 한창 펼쳐지고 있는 함열 실내게이트볼장을 찾았다.

각각 5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대항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이트볼 경기는 총 10명이 순서에 따라 1명씩 번갈아 가며 공을 친다. 따라서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팀원 간 호흡과 전략이 중요시된다.
“좀 더 왼쪽, 왼쪽으로!”
작전을 지휘하는 주장의 작전능력이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에 경기 도중 보다 유리한 자리로 공을 보내기 위한 동료들의 코치와 격려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는 것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승리에 대한 의욕이 앞서 간혹 동료에게 언성을 높이게 되는 것.

익산시게이트볼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임용구 회장은 이마저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 일단 게이트볼은 상호 간 화합과 협조를 바탕으로 한 플레이를 중시하기 때문에 간혹 일어나는 사소한 언쟁은 지나치지 않다면 노인들의 건강 차원에서 좋은 역할을 한다는 것.
그는 “일단 노인들이 집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는 게이트볼장에 나와서 몸을 움직이며 경기에 임하는 것”을 게이트볼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으며, “승리에 대한 의욕을 가지고 상대와 이야기를 나누다는 측면에서 사소한 언쟁은 오히려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 하나의 볼을 어떻게 치는가 여하에 따라 경기전체의 운명이 달라지는 게이트볼.
단순히 힘만 쓰거나 손발만을 쓰는 운동이 아니라 머리를 써서 전략을 잘 세우면 경기에서 불리한 점을 만회해 승패를 180도 뒤집어 승리를 거두는 통쾌감도 맛볼 수 있는 경기인 게이트볼은 경기 도중 기쁨과 슬픔, 희망과 실망이 교차하는 스릴과 변화가 매우 많아 경기를 하면 할수록 더욱더 매력을 느끼게 한다.

◇ 당구와 골프의 만남

스틱으로 공을 쳐서 3개의 게이트를 정해진 순서대로 통과시킨 뒤 골폴에 맞추는 것을 겨루는 게이트볼 경기는 게이트를 통과시키는 것이 플레이의 기본이며 최대의 과제이기 때문에 게이트볼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인 스즈키 씨가 유럽에서 유행하던 크로케(croquet)를 단순화시켜 골프와 당구의 특징을 적절히 조합해 창안한 것으로, 스틱을 잡는 방법은 골프를 자신의 공을 쳐서 다른 공을 맞추는 것은 당구와 비슷하다.
게이트볼은 5명씩 두 팀으로 나뉘어 경기를 펼친다. 경기가 시작되면 각자의 공에 기입된 1번에서 10번까지의 타순에 따라 양 팀이 번갈아가며 스틱으로 공을 친다. 경기는 출발선에서 시작해 제1게이트, 제2게이트, 제3게이트 순으로 통과한 다음 중앙에 위치한 골폴을 맞추면 끝난다. 경기 시간은 30분이며, 각 게이트를 통과할 때마다 1점씩 점수가 올라가고 골폴을 맞추면 추가로 2점이 더해진다. 따라서 한 팀이 최고로 득점할 수 있는 점수는 선수당 5점씩 25점이다. 경기 시간이 끝나면 그 때까지 얻은 점수를 더해 승패를 가리며, 만약 30분이 지나지 않았더라도 한쪽 팀 선수들이 게임을 모두 마치면 그것으로 승부가 결정된다.
이 게이트볼의 묘미는 스파크 타격에 있다. 이것은 자기 공이 다른 공에 맞았을 경우 적용되는 플레이로, 자기 공을 맞힌 공 옆에 놓은 뒤 발로 밟고 스틱으로 쳐서 그 충격으로 맞힌 공을 이동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상대 팀 공의 진행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자기 팀의 공을 유리하게 전진시키려는 목적으로도 이용된다. 이 규칙 때문에 자기 공을 맞힌 공이 어느 팀 공인가에 따라 갖가지 전략 수립이 가능해져 게임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 3세대 스포츠, 누구나 함께

게이트볼은 격렬한 몸동작이나 큰 힘을 필요로 하지 않아 일반 성인은 물론 노인과 어린이, 신체장애가 있는 사람들까지도 편히 즐길 수 있는 운동이다.
건강을 위한 수많은 운동 중에서도 볼을 치는 방법과 몇 가지 기본적인 경기규칙만 알면 경기에 참가할 수 있고, 힘이 많이 소모되는 격렬한 운동도 아닐뿐더러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과 어린이, 그리고 여성들에게 가장 적합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급속한 사회발전과 더불어 가족 개념이 퇴색하고 있는 세태 속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들, 딸, 며느리, 손자, 손녀가 다함께 어울려 즐길 수 있는 3세대 스포츠이며, 가정의 화합을 위한 가족스포츠로 안성맞춤이다.

게이트볼은 또한 경제적인 면에서 개인적인 부담이나 사회적인 부담이 매우 적은 것이 장점이다. 개인적인 면에서는 용구 하나만 있으면 되고, 좁은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에서 사회적인 부담이 매우 적다고 볼 수 있다. 경기규칙도 간단해 누구나 경기에 참가할 수 있고, 경기 참가 시간도 개인적인 사정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해 많은 사람들과 사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익산지역에서도 그간 동호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 속에서 시간이 갈수록 증가해 그 대상도 노인에서부터 장애인,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다양화돼 3세대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게이트볼.
이을 통해 우의와 친목을 다지며 밝고 건강한 익산을 함께 열어나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 지역사회 발전의 발판으로

지난 18일 열린 제9회 농협익산시지부장배 대회에서는 익산지역 총 29팀 200여명이 참가해 열띤 경쟁을 펼쳤다.
익산시게이트볼연합회(회장 임용구)가 주관하고 농협익산시지부(지부장 손종천)가 후원하는 이 대회는 익산지역에서 발전을 위해 헌신해온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한 노후와 함께 생활의 활력을 찾기 위해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익산시게이트볼연합회는 임용구 회장을 필두로 약 250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번 대회 뿐만 아니라 익산시회장기, 전라북도회장기 등을 비롯한 각종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무려 94세에 이르는 회원까지도 혈기 왕성하게 대회에 참여하고 있는 연합회는 나이를 불문하고 회원들 상호 간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 우의와 친목을 다지고 있다.
임용구 회장은 “무엇보다 회원들 건강이 최우선”이라며 “함께 운동을 함으로써 서로 화합하고 협조하며 건강을 지키고, 나아가 건강한 익산을 만들어 가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회는 함라면 신등팀이 우승을 차지했고, 오산면 오산팀이 준우승을 차지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