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 대표 문학동인회 ‘청문학’ 창간멤버.. 익산문인협회장 역임
본지 인기코너 ‘온고지신’ 연재 중.. 사색에서 건진 이야기 소개 
“자기 마음을 자기가 속이지 않는다는 말인 불기자심(不己自心)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 그렇게 투명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건지는 삶의 묘미와 철학들이 바로 시(詩)가 되는 셈이다. 하지만 항상 그렇게 사는 것도 쉽지 많은 않아 매번 다시 돌아봐야 한다.” 시인 이윤상(61)이 혼자 살고 있는 아파트는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 거실 탁자에 문학인들의 전유물처럼 놓여 있는 두꺼운 사전이 있고 그 속에서 수많은 낱말과 단어들이 시인의 선택을 받기를 고대하고 있는 분위기다. 갑자기 시상(詩想)이 떠오르면 언제든 휘갈길 수 있도록 펜과 종이는 항상 제 위치를 지키고 있다. 역시 문인(文人)의 공간에는 문인들만의 특유한 냄새가 짙게 배어나오는 것 같다. 그는 “한글사전과 옥편을 비롯해 영어사전을 항상 가까이 두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꼭 문학을 하지 않더라도 단어의 뜻을 정확히 알아보는 것을 습관화하면 상당히 재밌고 세상을 좀 더 또렷하게 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김제시 용지면이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를 마치고나서부터 익산으로 넘어와 학교를 다녔다. 농사꾼 집안의 막내아들인 그는 순하고 여린 성격을 지녀 어렸을 때부터 세심한 관찰력이 뛰어났으며 책을 좋아했다. 하지만 문학에 대한 꿈을 시작한 것은 군대에 다녀온 뒤부터였다. 원광대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과학 분야에 관심이 있어 화학과에 들어갔지만 곧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고는 엉터리로 학교를 다녔다. 대신 낭만과 깊은 사색을 즐기며 군대에 다녀온 뒤부터 문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소설을 습작하기 시작한 그는 점점 더 문학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책 안에서 자유로웠던 그는 다시 문학의 길에서 잠시 내려서야 했다. 당시 공무원 시험을 보고 전주시청에 들어간 그는 보건직 공무원으로 잠시 근무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5공화국 시절이었는데 당시 공무원들은 여러 사람들의 신원 파악을 하러 다니고 했었다. 그게 싫어서 며칠 결근을 했더니 난리가 났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공무원을 그만뒀다”고 회상했다. 이후 그는 옷가게 운영, 숙박업소 운영, 회사원 생활을 두루 거쳤다. 다양한 삶의 단상들이 그 당시 경험을 통해 시인의 창고에 녹아든 셈이다.
그런 생활 속에서 그는 틈틈이 시를 썼다. 문학인으로서 활동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음은 자꾸만 문학으로 달려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차에 문단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생겼다. 우연히 안현옥 시인과 인연이 닿은 그는 문인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우정을 쌓았고 당시 막 시작한 문학동인회 ‘청문학’에 합류해 창간호를 만드는 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는 “회사를 다니며 끝나고 문우들과 어울려 술도 마시고 낭만이 있는 시절을 보냈다”며 “당시에는 누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면 밤새 달려서 바다로 달려가곤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청문학’ 동인회가 날로 번창할수록 그는 더욱 시 쓰는데 매진했다. 문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부끄럽지 않은 시를 쓰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시를 써온 그는 1992년에 첫 시집 ‘뻐꾸기는 집을 짓지 않는다’를 발간하며 열린 세상에 자신의 시를 내놓았다. 문학인으로서 가장 기쁜 순간이기도 했다. 이후 그는 청문학 회장을 여러 번 역임했으며 한국문인협회 익산시지부장을 역임하기도 하며 익산문학의 기틀을 만드는 작업에 임했다. 그가 생각했을 때 익산은 문학을 하기 위한 분위기는 좋지 않지만 문학을 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 장점은 바로 익산엔 시인들을 중심으로 문인들이 많다는 점이다. 원광대학교에서 배출하는 국문학도를 비롯해 지역 곳곳에 문인들의 활동이 활발해 어느 곳보다 문학적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 익산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문학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답게 살자는 것 아니겠나. 그러니까 익산시민이 전부 문학인이고 시인이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요즘에는 가짜 문인도 많지만 진짜 문인들이 득시글거리는 그런 도시가 되면 좀 살만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윤상 시인은 현재 택시운전을 하며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항상 사람을 통해 배우고 사람이 사는 법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지역 신문에 ‘온고지신’이라는 코너를 연재하는 것도 소통의 한 방법이다. 옛 것에서 건져 올린 인생 이야기를 소개해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소개시켜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중국 역사를 비롯해 철학과 인문학, 자연과학에까지 두루두루 섭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윤상 시인은 “평소에 책을 가까이 두고 삶을 가까이 하면서 어떤 이야기를 전달할까 고민을 많이 한다”며 “마동도서관과 모현도서관에 자주 방문하고 있으니 반갑다면 인사라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