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적기업 목표로 4월 커피숍 오픈.. 재능기부로 모은 예쁜 마음들
사회적 약자와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공간.. ‘보아야 듣고 말하는 곳’ 
“‘시청 앞 커피’는 개인 사업장이라기보다 많은 사람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뜻을 모은 공동체 공간입니다. 그런 만큼 이 공간을 사회적기업의 목적에 맞는 성공모델로 키워나가는 한편 지역사회가 소통하는 문화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익산시청 정문을 나서면 길 건너편에 자리한 커피전문점 ‘시청 앞 커피’가 한 눈에 들어온다. 노란색 간판과 통유리를 통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기자기한 실내, 그리고 문틈으로 새어 나오는 원두커피의 진한 향기는 어느덧 익산시청을 찾는 모든 이들의 기억에 남는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올 4월 문을 연 ‘시청 앞 커피’는 불과 3달 만에 시청 부근의 명소가 됐다. 시청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은 물론 주변 상인들과 주민들이 즐겨 찾으며 시청에 볼일이 있어 방문한 사람들도 꼭 한번 씩 들리고 싶어 하는 곳이 됐다. 시청 앞에 있는 ‘시청 앞 커피’가 그야말로 ‘대박’이 난 셈이다. 하지만 ‘시청 앞 커피’는 그저 명소라고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그 특별한 ‘무엇’을 익산시청을 바라보고 하루에도 수백 잔의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있는 김연희 대표는 ‘소통’이라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준비한 ‘시청 앞 커피’는 카페 디자인에 표현된 동물들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것, 즉 소통을 테마로 한 사회적기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청각장애인을 비롯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일반인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일종의 문화공간을 꿈꾸는 것이죠”라고 설명했다. ‘시청 앞 커피’의 간판이나 주요 디자인으로 쓰인 동물은 기린, 토끼, 하마다. 김 대표에 따르면 기린은 높은 키로 멀리 볼 수 있다는 의미이며 토끼는 잘 듣는 것, 하마는 서로 대화하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즉 청각장애인의 말을 듣기 위해서는 먼저 고개를 들어 수화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며 그런 뒤에야 이해하고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실제로 현재 ‘시청 앞 커피’에는 청각장애인이 김 대표와 함께 근무하고 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의 손님을 대하면서 주문 과정을 비롯한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있었지만 대화를 시도하면 할수록 서로 소통하는 방법은 자연스럽게 늘게 됐다. 커피를 주문하고 주문받는 단순한 행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하는 기회가 된 셈이다. 게다가 환상적인 커피 맛은 덤으로 따라오는 보너스. 김 대표는 “원래부터 커피를 즐겨 먹었고 특별히 맛있는 커피를 찾아다닐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바리스타 공부를 하게 됐고 열심히 배우기도 했습니다”며 “청각장애를 가진 분의 경우 손재주와 감각이 뛰어나 훨씬 훌륭한 커피를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학원을 운영하다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갖고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연구해 지난해 ‘사회적기업의 성공에 미치는 요인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수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만난 청각장애인 지인과 함께 사회적기업을 꿈꾸며 창업과정을 거치고 실전 훈련을 거듭하며 오랜 준비를 해왔다. 그런 그였기에 올해 4월 ‘시청 앞 커피’의 문을 열 당시 여러 사람들이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간판디자인과 인테리어 설계에서부터 방석과 컵받침, 커피 잔을 비롯한 도자기, 화단 조성, 홍보와 수화영상 앨범 제작에까지 각계각층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모인 것이다. 개인의 사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이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김 대표의 뜻에 동참해준 고마운 마음들이다. 이러한 마음들이 모였기에 김 대표는 ‘시청 앞 커피’의 법인명을 ‘(유)우리함께할세상’으로 정하고 예비사회적기업의 신청 단계에 와 있다. 특수아동지원센터와 MOU를 맺고 바리스타 교육을 받는 아이들의 직업체험 공간으로 제공하는 것도 진행 중이다. 수익의 3분의 2를 사회에 환원하도록 정해 놓았으며 세월호 성금 등으로 현재까지 기부한 금액이 2백5십만원이 넘는다. 커피가 필요한 사람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소액을 기부하는 서스펜디드제도로 모든 수익금이 사회에 환원되고 있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가 일반인과 함께 마주하는 공간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장애인 스스로 개인 사업을 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김 대표의 최종 목표다. ‘시청 앞 커피’가 2호, 3호점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김 대표는 “좁지만 맛을 보장하는 커피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여러 좋은 마음들이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이다”며 “시청 앞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에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완창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