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도의 조건인 왕릉과 성곽.. 고스란히 눈앞
등재와 보존 위해.. 성숙한 시민의식 ‘절실’ 
미륵사지와 왕궁리유적을 포함한 백제역사유적지구의 세계유산 등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제출과 국내·외 전문가 초청 예비실사가 이뤄졌으며, 이달 중 유네스코 해외전문가 초청 예비실사와 오는 9월 이코모스(유네스코 자문기구) 현지실사를 앞두고 있다. 이후 2016년 6월경 등재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이에 백제역사유적지구 중 백제문화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그리고 완전성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익산지역의 문화유산들을 다시 한 번 되새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 고향에 잠든 서동 무왕 
익산지역이 고대의 왕도였음을 방증하는 대표적인 문화유산인 익산쌍릉.
이는 쌍릉이 왕도의 조건으로 거론되는 궁성과 왕실사찰, 성곽과 왕릉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사적 제7호로 지정돼 있는 익산쌍릉은 대왕릉과 소왕릉으로 불리는 2기의 분묘로 200m의 거리를 두고 조성돼 있다. 고려시대에 이미 도굴된 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917년 조사에서 관재와 장신구, 투각금구 등이 출토됐다. 출토된 관재는 무령왕과 같이 일본의 금송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고분의 구조는 부여의 왕릉인 능산리고분과 같아 7세기 무왕과 무왕비의 능으로 추정하고 있다. 입구에 서동이 출생한 것으로 알려진 마룡지와 생가터가 있고 또 미륵사지 창건 등의 기록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무왕은 금마저에서 태어나 궁성과 사찰의 건립, 성곽의 축조 등 많은 업적을 남기고 끝내 고향인 익산에 돌아와 잠들었음을 상상해 볼 수 있다. 
◇ 고도를 지켜냈던 성벽 또 하나의 왕도의 조건인 성곽유적들 또한 익산지역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사적 제2호인 익산토성은 오금산에 위치해 있어서 오금산성으로 불리기도 한다. 또한 보덕국의 치소라고 전해져 보덕성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표고 125m의 높지 않은 작은 구릉을 둘러싼 둘레 690m의 성곽이다. 시굴조사에서 완전한 형태의 성곽과 함께 백제시대 유물이 출토돼 완전성과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고조선 준왕이 축성했다고 전해져 기준성으로도 불리고 있는 미륵산성은 전라북도기념물 제2호로 지정돼 있다. 익산의 주산인 표고 430m의 미륵산 정상으로부터 넓은 계곡을 감싸는 둘레 1,855m의 포곡식 산성이다. 성곽의 주변과 건물지에서 다양한 백제시대 유물이 출토됐다.
전라북도기념물 제70호인 금마도토성은 저토성으로도 불리는데, 표고 87m의 구릉에 쌓은 둘레 330m의 작은 테뫼토성이다. 시굴조사 결과 판축토루가 잘 남아 있고 백제시대 유물이 출토됐다. 
◇ 고대 중심지였음을 방증하는 무덤 익산지역 서쪽 금강변인 웅포면 입점리와 웅포리에서는 각각 고분군이 발견됐다.
이들 고분군에서 나타나는 묘제의 양상은 당시 재지세력의 토착묘제인 수혈식석곽묘와 백제 중앙묘제인 횡혈식석실분의 영향으로 발생한 횡구식석곽묘가 확인됐다. 최초 입점리86-1호분의 발견을 계기로 1986년에 8기, 1996년 백제문화권 유적정비의 일환으로 13기가 추가로 모습을 드러냈다. 고분군에서는 많은 양의 유물들이 출토됐는데, 특히 궁륭상의 천장을 하고 있는 입점리86-1호 횡혈식석실분에서는 금동관모와 금동신발 등의 금속제품과 은제화살통, 못 장식의 은제품, 중국제 네귀달린청자와 토기 등 왕족에 버금가는 많은 유물들이 출토됐다. 1998년에 조사된 98-1호분은 수혈식석곽묘로 규모가 가장 크면서 금동제귀걸이와 다량의 옥제품 및 토기류가 출토돼 금강유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강력한 세력집단의 고분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와 같이 고분군의 구조나 출토유물의 양상을 통해 보면, 익산 서북부 금강유역에서 성장한 지방 세력들이 백제 중앙세력들과 연결돼 점차 백제 중앙문화를 배경으로 성장하고 이 지역 중심자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아울러 금마와 왕궁지역이 사비시기인 7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유적들이 집중되는 데 비해, 입점리지역은 5세기 중엽부터 한성백제의 영향을 일정정도 받으면서 정치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했던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지역발전의 토대를 세계유산은 관광객에게 있어 해당 지역의 문화 역사 예술의 특성을 통합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하는 강력한 관광매력물이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은 한 국가의 자존감과 자아정체성의 근원이 되는 소프트 파워로 성장하고 있다. 
지역 문화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는 다양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그 사실만으로도 해당 국가 및 지역주민에게 정체성과 자긍심을 형성하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학계의 다양한 연구에 의하면, 수원 화성이나 경주 양동마을의 경우 세계유산등재 이후 주인의식이라는 측면에서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높게 나타났다. 익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문헌자료가 아니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익산의 경우에는 그 가치의 진정성과 완전성이 더욱 크기 때문에 지역주민에게 돌아오는 자긍심의 확대가 더욱 크게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주인의식과 자긍심의 확대라는 지역주민의 태도는, 지역의 문화와 유산보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며 앞으로도 지역이 잘 보존될 것이라는 믿음과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형성한다. 또한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문화유산 보호정책은 해당 지역의 문화예술을 발전시키고 그 과정을 통해 지역의 매력이 확대돼 브랜드가치를 증대시킨다. 바로 지역의 문화유산을 공고히 지킴으로써 지역발전의 원동력 내지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는 것. 하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세계유산의 등재는 등재가 이뤄졌다고 해서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계유산 등재 이후 국가와 익산시는 물론, 익산시민 모두가 세계유산을 보호하고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세계유산은 자연과 인류문화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유형적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전과 보호라는 측면과 지역주민의 삶, 관광 사업을 통한 지역발전 등의 잠재적 갈등이 표출되기도 한다. 특히 세계유산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에서 세계유산은 대체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존은 핵심적 사안이다. 결과적으로 세계유산보존은 자원보존을 위한 필요사항과 지역주민의 거주요건과 방문객이 요구하는 사항 간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다.
세계유산의 ‘등재’와 ‘보존’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익산시민의 성숙한 태도와 자발적 노력의 모습을 바라본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