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사랑 콘서트 서부권에 자리매김한 원동력 ‘모두가 하나’

"이 모든 것이, 생활인으로서 견뎌내고 다른 이의 입장을 헤아리는 마음 닦이에서 비롯한 것입니다"

문화 불모지이던 서부권에 공연문화를 보급, 주민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자원봉사 단체 '구간도실'의 양기철(63세, 모현동) 회장은 그렇게 봉사활동의 동기를 설명했다.

지난 18일 구간도실이 마련한 여섯 번째 '익산사랑 효 콘서트'는 서부권 주민들의 축제였다. 배산체육공원 특설무대에 준비한 1천석의 의자 주변에는 그 두배 가량의 주민들이 에워쌌고, 객석과 무대 사이의 앞 쪽 공간은 막춤의 경연장이었다.

매년 6월에 개최하던 이 콘서트는 올해 지방선거 일정 때문에 한 달 뒤로 밀렸는데, 콘서트를 왜 열지 않느냐는 문의가 구간도실에 빗발칠 정도로 익산사랑 효 콘서트는 이제 서부권의 메인 축제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원불교 최초 교당의 본래 이름인 구간도실은 원불교 교도들로 결성된 단체다. 양기철 회장의 넉넉하고 탁 트인 표정에서는, 구간도실에서 발아한 일원주의(一圓主義: 모두가 하나라는 이념)가 배어나는 듯 청량하다.       

양 회장은 "일원주의는 기본적으로 울(타리)을 넘어서는 원불교 삼학(三學)의 정신으로, 나와 너를 넘어 우리를 밝힌다"며, "효 사랑 콘서트도 그 일환이기에 우리는 신명나게 봉사할 수 있었다. 또 그런 열린 열정이 많은 사람들을 감화시켜 대규모 공연지원을 이끌어내고 참여도를 높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양회장의 이런 봉사활동의 초석은 그가 사비 5천만원을 들여 결성한 택시 기사들의 원콜 조직 '도운회'였다. 37년 동안 택시운전을 생계수단으로 삼아온 양회장은 28년 전에 단순히 차를 운전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운전하자는 뜻에서 도운회를 결성했다.

이 원콜은 무엇보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친절을 의식화한 끝에 자치단체에서 막대한 지원을 받는 다른 콜택시들을 제치고 가장 친절한 콜택시로 정평이 나 있다.

택시기사들의 정신을 상승시키는데 일조하자는 취지로 시작한 일이 문화와 노인 복지 쪽으로 확장됐고. 요양원 봉사와 위문품 전달을 비롯한 동네 효도잔치, 효도관광, 독거노인돕기 기금마련 일일찻집 같은 봉사활동을 전개하는, 더 따뜻한 지역만들기 프로젝트인 '구간도실'을 출범시킨 것이다.

양회장은 "구간도실이 원불교에서 채택된 이름이지만, 봉사활동은 원불교 밖인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우리가 원불교에 깃들어있는 훌륭한 정신을 이어받아 봉사활동을 펼쳐 맑고 밝고 훈훈한 사회가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바람을 피력했다.

양 회장은 익산 토박이다. 익산은 유독 문화적인 혜택이 별로 없는 도시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그나마 익산시에서 시행하는 대부분의 행사들이 영등동이나 부송동 쪽으로 몰려 서부지역은 상대적으로 문화적 낙후를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것이 그가 익산사랑 효 콘서트를 서부지역에서만 여는 것을 고집하는 이유였다.

불균형한 도시 발달을 막자는 그의 뜻은 이제 주민들 마음 속에 뿌리를 내렸다.
한사코 "평범한 택시기사일 뿐"이라는 양 회장은 작은 가게를 하며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해주는 부인과의 슬하에 세 딸을 둔 가장이다. 그는 이런 다복한 가정 환경도 자신이 좀 더 나은 익산만들기에 매진 할 수 있는 조건이라며 해맑게 웃었다.

양회장은 "원불교 교전에 대한민국은 앞으로 물고기가 용으로 변하는 것처럼 세계의 정신적 지도국이 될 것이라는 대종사의 말씀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이것은 익산에 원불교 총부가 둥지를 틀었으니 익산시가 세계 정신적 지도의 도시가 될 것이는 예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개벽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내고향은 공대와 농대, KBS 방송국 같은 지역발전의 축들이 빠져나가 삭막해져 주먹의 세계로 오명을 날리는데, 나는 정말 내고향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고싶다"고 말하는 양회장의 눈빛은 서글서글한 표정 위에서 범상치 않게 번득였다.

공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