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고생 39명 숭림사 템플스테이 참가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문화가 잘 보존된 사찰에서 수행자들의 일상과 수행의 일부를 경험하는 템플스테이. 익산 숭림사(주지 지광스님) 템플스테이에 종교를 떠나 자발적으로 신청한 남성고 1학년생 39명이 8월 5일부터 6일까지 1박 2일간 짧지만 긴 여름밤 추억에 동참했다.

◇ 템플스테이, 하루를 채우다

개구진 얼굴의 남성고 1학년생 39명이 템플스테이를 위해 숭림사를 방문했다. 지겨운 공부에서 벗어나 자연을 벗 삼아 뛰놀 수 있다는 기대 가득한 얼굴에 절로 미소가 스민다.

템플스테이 입재식에서 지도법사 지광 스님은 “날도 뜨거운 삼복더위에 학업에 매진해도 아까운 시간을 내어 한국불교 문화체험을 위해 참가한 만큼 나 자신을 돌아보고 찾는 소중한 시간이 됐으면 한다”며 “부모님께서 여러분의 바른 성장을 위해 템플스테이에 보내준 만큼 짧은 시간이지만 마음을 확 열고 마음 편하게 먹고, 인내심 등과 같은 좋은 무언가를 얻어가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며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오후 2시가 돼 학생들의 접수와 방사배정이 이뤄지고 오리엔테이션을 겸해 한국불교문화체험이 상세히 다뤄진 템플스테이 비디오를 시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귀로 들어 알고 있던 것인데도 선뜻 와 닿지 않는 학생들에게 좋은 참고가 됐다. 옛말에도 있지 않은가 '백마디 말보다 직접 보는 것이 낫다'라고.

이어 3시경 법당에서 전통의식으로 입재식이 거행되고 남성여고 이택희 교사의 불교문화 및 사찰소개가 이어졌다.

5시경에는 범종을 한 번씩 치며 자신의 소구소원을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시간을 가진 후 곧바로 법당에서 저녁 예불 체험과 가려진 자아를 들여다보는 명상(참선) 수행을 체험했다. 그동안 학업에 지쳐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부족했던 학생들에게 좋은 시간이 됐다.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서일까. 6시가 돼 전통적인 불교 식사법인 발우공양 체험을 위한 습의(교육)에 이어 저녁 발우공양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들은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발우공양이 진행된 후 스님과의 대화에서 학생들은 그동안 궁금하고 고민해왔던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렇게 푹 빠져 있던 학생들은 9시가 돼서야 하나둘 세면을 마치고 취침에 들었다.

새벽 4시, 새벽을 깨우는 도량석 목탁소리에 하나둘 잠을 깬 학생들은 스님과 함께 새벽 범종을 치며 미래의 밝은 여명을 재촉했다.

아침예불체험에 이어 절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는 108배 참회정진을 20여분간 한 뒤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반걸음으로 걸으며 새벽산책을 했다.

학생들은 아침공양 후 날씨관계로 둘레길 탐방이 취소돼 금강하구 역사를 짚어보는 비디오 시청과 자기소개시간, 선생님과의 대화프로그램을 가지며 아쉬움을 달랬다.

참가학생들은 11시경 회향식에서 숭림사 주지 지광스님의 당부말씀을 듣고, 수료증 및 간단한 시상식을 갖고 12시 점심공양을 한 뒤 학교로 돌아가며 짧지만 길었던 한여름 밤의 템플스테이를 마쳤다.

◇ 템플스테이, 하루를 기억하다

무사히 템플스테이를 마치고 돌아간 남성고생은 하룻밤 사이 무엇을 보고 느꼈을까.
학생들의 참가 소감은 “바쁜 하루의 경쟁 속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있는 절에서 여유를 가지고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게 돼서 매우 만족스럽다”, “색다른 식사문화인 발우공양을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재미있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 등 바쁜 일상을 잊고 자연을 벗 삼아 자신을 보고 여유를 즐기는 즐거운 시간이 됐다는 의견이 다수를 이뤘다.

이번 템플스테이에서 학생들에게 가장 많은 추억을 남긴 것은 발우공양과 108배였다.

학생들은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발우공양과 108배였다. 발우공양은 비위가 약해서 헛구역질도 낫지만 신기한 경험이었고, 땀을 뻘뻘 흘리며 해본 108배는 뿌듯하기도 하고 뭔가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가장 좋은 경험은 발우공양의 식문화이다. 버릴 것을 남기지 않고 자연을 보호하려는 생각이 정말 좋았다. 비록 발우그릇을 청소하고 남은 물을 마셔야 해서 비위 약한 사람들은 힘들 수도 있지만 말이다”, “9년 면벽수행으로 답을 찾은 달마스님처럼 나도 꾸준히 뭔가를 한다면 어떠한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절음식이 이렇게 담백한 맛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됐고, 공양을 하며 음식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등의 소감을 남기며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담았다.

특히 한 학생은 “기독교 신자지만 여러 캠프 중 템플스테이를 선택했다. 한국과 아시아 전통종교인 불교에 한층 가까워졌고, 마음이 차분해진 것 같아 매우 좋았다. 특히 108배는 나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며 다른 종교임에도 일부러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1박 2일간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긴 템플스테이는 남성고 학생들이 지금까지 생활해 왔던 자신의 패턴을 잠시 잊고 자연을 느끼고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느끼게 해주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자신을 돌아보고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 어쩌면 템플스테이는 한국 전통불교를 단순히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삭막해져 가는 사회에 한 줄기 비가 되는 특별한 캠프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하루하루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고등학생이다. 남을 이기고 넘어서기 위해서 노력하고 또 노력한다. 이렇게 경쟁만 하는 우리는 정작 자기 자신을 찾는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앞만 보고 달려가다가 훗날 나이가 들어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지고 시간이 남을 때에 비로소 자기 자신이 살아왔던 길을 되돌아본다. 하지만 나는 어제와 오늘, 템플스테이를 통해 아주 작은 시간이지만 나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 오늘부터는 경쟁도 경쟁이지만 나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 - 남성고 1년 이은재 -

◇ 템플스테이, 하루를 원하다

“생활에 쫓겨 사는 현대인들에게는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도시의 삭막함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차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나누는 스님과의 대화, 물소리, 숲소리, 풍경소리에 마음을 열 수 있는 여유, 자연 속에서 108배 참회와 참선 및 수행은 가려진 자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합니다. 천년을 이어온 전통불교문화의 향운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관리하는 전국 104개 템플스테이 지정사찰 중 익산 군산에서 템플스테이로 지정된 유일한 사찰이 익산 숭림사이다.

숭림사는 2010년 템플스테이 지정을 받아 4년간 총 4,000명이 다녀가는 실적을 내고 있다. 특히 국내인 뿐아니라 원광대 유학생과 외국인 노동자 템플스테이까지 매년 진행하며 전 세계인이 참가하는 사찰이 되고 있다.

지광스님은 “템플스테이란 한국 전통문화와 불교문화가 잘 보존된 사찰에서 수행자들의 일상과 수행의 일부를 경험하고, 고즈넉한 산사를 채우는 풍경소리와 함께 세속의 번뇌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참 ‘나’를 찾아 떠나는 소중한 시간”이라며 “전통불교문화체험 프로그램은 예불, 백팔참회, 참선, 발우공양, 다도, 스님과의 대화, 둘레길탐방 등이 있다”고 밝혔다.

템플스테이는 절에서 숙박하며 사찰 생활을 체험하는 것을 말한다. 빌딩 숲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에게 자연은 가깝고도 먼 존재다. 그렇기에 지친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박하착(쉬고 버리고 내려놓다) 템플스테이가 성황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템플스테이 1박 2일 참가비용은 성인 5만원, 초등생 3만원, 중고생은 4만원이다. 아쉽게도 숭림사는 사찰 규모상 단체 중심으로 운영된다고 하니 친척, 이웃 등과 함께 이번 여름이 가기 전에 유익한 계획을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

기타 자세한 참가문의는 숭림사(☎ 862-6396)로 하면 된다.

◇ 숭림사, 사격을 쇄신하다

익산 숭림사(www.sunglimsa.com)는 지광 스님이 주지 소임을 맡은 후 1990년부터 1999년까지 10여년간 24억원을 투입해 제4차 중창불사를 시행했다.

요사채인 안심당 및 종각, 화장실 신축 등의 불사와 배수로 정비 및 댐 공사, 진입도로 정비 및 석축 공사 등을 진행해 대가람 중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어 2000년부터 2010년까지 38억 2천만원을 들여 안심당 요사채 단청, 우화루 정혜원 보수, 일주문 신축 단청, 세심교·해탈교 신축, 부도전 정비, 공덕비 조성, 화장실 신축, 배수로 정비 및 사방댐 공사, 보광전 해체 보수 및 벽화보존처리 단청, 우화루 해체보수 및 부분단청, 진입도로 정비 및 주차장 설치, 보광전 후면 석축공사 및 배수로 구축 등의 공사를 시행했다.

또 영원전 해체보수 및 단청, 나한전 해체 보수 및 단청, 담장 및 석축보강, 화재예방 및 소화전 정비 및 도난방지기기 설치, 불상조성, 개금 및 법상, 좌대제작, 종각 번와, 화장실 신축, 전통불교체험관인 적묵당(샤워장 포함) 신축, 약수터 조경 및 주변정리를 했다.

숭림사는 현재 2012년 수해에 무너진 축대 보강공사와 약 4억여원이 소요되는 음식체험관 향적당 공사를 2014년초 완공했다.

전북을 대표하는 사찰로 우뚝 선 숭림사의 더욱 새로워질 모습이 기대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