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한·백제 이전부터 청동기문화의 중심지
고대 도읍으로서의 면모 갖춰.. 준왕 정착 
◇ 화려한 백제문화, 그 이전 청동기문화의 중심지 화려한 백제문화의 중심지였던 익산은 그 이전부터 익산은 마한을 비롯한 다수 소국의 도읍지로 경영돼 왔다. 그보다 멀리는 금강유역 청동기문화권의 중심지로, 나아가 신석기와 구석기에까지 이르는 유구한 역사를 지닌 고대의 중심지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익산지역 곳곳에서 발견된 청동기문화의 흔적들은 익산에서 백제의 화려한 문화가 꽃피게 된 원동력이 됐다는 평가를 받으며, 백제를 넘어 고대부터 익산지역이 국가경영의 기반을 갖춘 지역이었음을 방증하고 있다. 또한 익산지역이 현재 평양·경주와 함께 대표적인 청동기문화권의 중심지로 꼽히고 있는 이유다. 
우선 익산지역에서 출토된 청동기시대의 유물 중 주목되는 것은 용화산 출토의 비파형동검이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검의 형식으로, 익산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청동기문화가 형성됐음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것은 미륵산 출토의 도씨검이다. 이는 기원전 5세기경 중국의 전국시대의 검으로서 익산지역에서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일찍부터 중국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당시 익산지역에서는 중국과의 교류를 통해 값비싼 청동기를 소유하거나 이를 모방해 필요한 청동기를 만들 수 있는 선진기술을 가진 세력이 형성돼 있었다는 사실 또한 추측해 볼 수 있다. 또한 1993년 부송동 택지개발지구에서 밝혀진 청동기시대 주거지와 1995년에 영등동 택지 개발지역에서 밝혀진 주거지는 평면 원형의 형태인 부여 송국리형의 주거지와 한강유역의 토기전통을 갖고 있는 방형의 주거지가 복합돼 나타나고 있다. 이 사실은 고대부터 익산지역이 교통의 중심지로서, 국방상의 요충지로서, 그리고 풍부한 농업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산업상의 요건을 갖춘 요지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청동기문화의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해 왔다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외에도 오금산에서 출토된 다뉴경(꼭지가 많이 달린 청동거울)과 동검, 용제동 이제마을의 동과(청동 창)와 동착(청동 끌), 함열읍 다송리의 다뉴경과 동포, 원형동기편, 왕궁면 평장리의 청동검과 동모(청동제 무기), 전한경(전한시대의 거울) 등이 발견됐다. 
◇ 부활을 꿈꾸며 고대 중심지 금마를 선택한 준왕 청동기문화를 바탕으로 한 정치세력의 등장은, 곧 마한소국의 성립으로 이어지게 된다. 당시 마한의 정치제도는 집권화된 중앙집권체제가 아닌 소국들간의 혈연을 매개로 한 연맹체적 성격이었다. 소국들에는 각 나라의 대표성을 가진 ‘군장’이라고 불리는 우두머리가 있었으며, 그 우두머리들 사이에도 차등의 격을 둬 신지, 검측, 번예, 읍차 등으로 칭했다. 이는 삼한 전체에 공통된 것이었고 비록 격의 차이는 있으나 이들은 모두 한 부족국가의 우두머리에 대한 칭호였고, 각 부족국가는 이들 우두머리가 통솔하는 체제였다. 이들 마한 54국의 총수는 바로 위만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고 마한으로 남하한 고조선의 옛 왕이었던 준왕이다. 동국통감 마한조에는 ‘고조선이 위만에게 침탈을 당하고 궁인들을 거느리고 바닷길로 달아나 금마군에 살면서 스스로 한왕이라 칭했다’라고 기록돼 있어, 고조선의 준왕이 현재의 금마지역에 자리를 잡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고대 역사서 제왕운기와 동국여지승람 등에서도 준왕이 정착한 지역을 지금의 익산으로 나타내고 있다. 
당시 준왕이 위만에게 쫓겨 좌우 궁인만을 거느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그의 집단은 익산지역에 이미 자리하고 있는 세력을 정복하거나 압도할 수 있을 만큼의 규모가 아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왕이 익산지역에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남하하기 이전의 준왕은 기자조선을 다스린 지배자였다. 기자조선은 발달된 초기 철기문화를 기반으로 해 성립됐으며 연나라에 대적할 수 있을 정도의 국력을 지녔었고, 박사와 대부 등의 관직을 두는 증 발달된 정치조직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익산지역에 정착한 준왕은 이러한 선진문화와 지배기술의 경험을 토대로 해 점차 자신의 세력을 확장해 나갔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익산지방은 대국으로 인구가 만여가(萬餘家) 이상으로 큰 나라에 속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사실은 금마지역이 준왕 남하 이전부터 고대 부족국가로서 굉장히 번창했던 국가 중 하나였기 때문에 준왕이 번창한 금마에 정착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들로 미뤄볼 때, 익산지역이 당시 중요한 요충지였음은 물론이요, 비록 위만에 의해 나라를 빼앗기기는 했지만 옛 고조선의 광명을 재탄생시키기에 손색이 없을 정도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 고조선, 마한부터 이어진 정통성 
마한은 한반도 중부이남 지역에 분포한 삼한 중의 하나다. 마한의 존속 시기는 정확하지는 않지만, 기원전 300년부터 기원후 300년까지 약 600여 년간 존속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원전 300년부터 청동기문화가 배경인 시대가 전개됐다면, 백제의 국가성립시기부터 기원 후 300년경까지 철기문화가 배경으로 존속했다고 볼 수 있다. 위만에 의한 고조선 멸망으로 인해 남하한 이주세력과 기존의 토착세력이 결합한 집단으로 구성된 마한은 철기문화에 기반을 둔 새로운 정치세력을 형성한 데서 비롯됐다. 이러한 배경의 마한이 변한이나 진한과 구별되는 점은, 대내적으로 각 소국 중 중심소국이 다른 소국 물자교역의 중심지였으며 대내·외 교역활동을 장악함으로써 경제적인 측면과 유사시 군사 활동의 지휘권까지 행사했다는 점과 대외적으로 자체적인 물적기반 확대와 중국 군현과의 교역주도권 확보 등을 통해 우월해진 집단들을 중심으로 연맹체적 결속을 이뤘다는 점이다. 결국 마한의 성립은 고도화된 철기문화의 수용과 더불어 불완전한 정치기반의 결합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마한 54개의 소국들은 강한 혈연적 기반을 바탕으로 연맹체적 기틀을 마련했고,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특히, 익산지역은 큰 강을 중심으로 많은 지류와 평야지대가 발달했다는 점에서 마한사회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강줄기와 구릉평야 지대는 읍락발달의 직접적 요인으로 집약농경과 풍부한 농산물 생산을 높여 농업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이러한 토대는 우수한 청동기문화를 발달시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바로 이러한 사실들을 토대로 당시 익산이 마한의 도읍지로서 손색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고조선의 천도지로서 국가적 정통성을 계승한 것임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