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파이크 한 방에 스트레스 ‘확’
함께 웃고 즐기는 생활의 활력소 
◇ 고된 업무에 지친 당신, 때려라! “어이! 어이!”
코치의 스파이크를 받아내는 리시브와 함께 내뱉는 기합이 힘차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체육관 안을 들어오는 이들은 운동화를 갈아 신고 스파이크와 리시브를 주고받는 그룹 속에 자연스레 합류해 공을 받아내는 것으로 몸 풀기를 시작한다. 저마다 기합을 외치며 온 몸을 내던져 공을 받아내는 날카로운 눈빛이 여느 프로배구 연습시간 못지않다. 
강력한 스파이크를 받아내면서도 서로 웃으며 인사하고, 넘어지고 부딪쳐도 이내 서로 손을 뻗어 일으켜 세워주며 웃고 마는 이들, 그들은 바로 익산배구클럽이다. 배구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웃고 함께 땀 흘리며, 스파이크 하나로 스트레스를 공과 함께 저 멀리 날려버리는 공간, 익산배구클럽의 연습장인 남성중학교 체육관을 찾았다. 
지난 5일 화요일, 저녁 8시경 먼저 체육관에 도착한 이들은 이미 그룹을 지어 몸 풀기가 한창이다. 이후 삼삼오오 속속들이 회원들이 도착하고 어느새 배구코트 한 면이 공을 주고받는 이들로 가득 찼다. 몸 풀기 이후에는 코치에 토스에 이은 스파이크 연습이 시작됐다. 네트 위를 가르는 힘찬 스윙에 반대쪽 코트로 공들이 쉴 새 없이 내리꽂혔다. 줄을 지어 차례를 기다리다 자기 순서에 타이밍을 맞춰 뛰어 올라 공을 때려내는 모습이나, 한 차례의 스파이크 연습이 지나 다시 공을 주워 담는 모습들이 일사분란하다. 이어 서브리시브 연습이 이어졌다. 한쪽 코트에서 코치가 서브를 보내면 반대쪽 좌우로 나눠진 회원들이 차례에 맞춰 리시브를 하는 연습. 코치의 서브 방향에 따라 민첩한 움직임들이 이어졌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공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이상하게도 회원들은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파이팅을 외치며 힘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기본기 연습이 마쳐지고 나서야 본격적인 연습게임이 시작됐다. 이날 연습게임은 여자부대 남자부, 성 대결이 펼쳐졌다. 남자부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매 세트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양 팀은 스파이크 서브부터 후위 공격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공격을 거침없이 받아내며 랠리를 이어갔다. 결국 저녁내기를 제안하며 여유를 부렸던 남자부는, 강력한 스파이크를 여느 프로선수 못지않게 끈질기게 받아 넘기며 버티다 마지막 3세트 중반 결정적인 공격을 블로킹으로 막아내고 분위기를 탄 여자부에게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하루 종일 각자의 직장에서 고된 업무와 스트레스로 지쳐 있을 시간이었지만, 회원들 누구 하나 피곤한 기색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오히려 스트레스는 날아가고 활력을 되찾아가는 느낌이랄까. ◇ 누구나 ‘누나’ ‘언니’ 배구를 사랑하는 익산시민들로 구성된 익산배구클럽은 전통과 실력을 겸비한 익산의 대표주자다. 현재 남녀 6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익산과 전북지역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는 명문 클럽이다. 익산배구클럽은 남성중학교 체육관에서 매주 화·목·토요일 주 3회 연습을 하고 있다. 화요일 저녁에는 여자부 위주, 목요일 저녁에는 남자부 위주로 연습을 실시하고 있지만, 어느 요일이든 남녀 구분 없이 배구를 즐길 수 있다. 
10년 가까이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이 배구를 즐기며 익산의 대표 배구클럽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배려’와 ‘화합’이다. 6인제든 9인제든 결코 혼자 하는 것이 아닌 스포츠인 배구는 회원들 중 어느 한 명이 잘한다고 해서 승리를 맛볼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팀원 개개인이 자기 위치에서 충실히 자기의 역할을 해내야만 원활한 플레이가 이뤄지고, 승리의 영광을 안을 수 있는 스포츠다. 언제나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강자의 면모를 지키고 있는 이유는 바로 팀원 간 배려와 호흡, 화합이 익산배구클럽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실제 20대 초반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구성된 익산배구클럽의 호칭은 전부 ‘누나’ 내지는 ‘언니’다. 함께 한 시간이 많아 두터운 친분이 쌓인 이들 사이는 물론, 입단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은 20대 초반의 막내 회원도 40대 왕고참 회원을 ‘누나’라고 부르고 있다. 익산배구클럽이 얼마나 가족적이고 스스럼없는 분위기인지 알 수 있는 대목. 익산배구클럽의 최고 멋쟁이이자 분위기메이커인 김미영 부회장은 “이 스스럼없는 호칭은 입이 아니라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난다. 나이를 떠나 선·후배 간 아끼고 배려하는 마음에서 굳이 존칭하거나 존대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동료가 됐기 때문”이라며 이제 서로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팀워크에 엄지를 추켜올렸다. 이어 “어리다고 눈치 보지 않고, 나이가 많다고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익산배구클럽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대회에 나가 아슬아슬하게 지고 나면 몇몇 회원들이 아쉬운 마음에 뒷풀이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들이 진정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고 익산배구클럽이 잘 운영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커플들이 속속 생겨나기도 했다. 연인사이에서 결혼까지 골인한 부부 회원도 있을 정도. 현재도 진행 중인 회원들도 있을 만큼 익산배구클럽은 언제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 배려의 스포츠 배구는 상대편의 서브로 시작되지만, 우리 팀의 공격이 시작되기 위해서는 서브리시브가 출발점이다. 이 리시브가 바로 배려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일단 안정적인 리시브를 위해서는 낮은 자세가 요구될 뿐만 아니라, 동료 간 배려가 있고 호흡이 맞아야 하기 때문. 김미영 부회장은 “어느 한 명이 잘한다고 모든 플레이를 다 하려고 나서게 되면, 상대적으로 다른 동료들이 위축되게 된다”면서 “낮은 자세로 공을 받아내는 리시브처럼 매 플레이마다 동료를 배려하고 타이밍을 맞춰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배려는 경기에서 바로 드러나고, 곧 대회에서의 성적으로 이어진다. 실제 익산배구클럽은 주전 선수들이 빠진 상태도 대회에 나가 마음을 비우고 서로 배려하며 편안하게 경기에 임해 승리의 기쁨을 맛봤던 경험도 가지고 있다. 
배구를 통해 웃고 즐기고 땀 흘리며 건강을 지켜나가고 있는 그들, 하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서로를 배려하며 호흡을 맞춰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익산배구클럽이 앞으로 더욱 더 최고의 배구클럽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