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쁨을 찾기 위해서 하는 것, 그런 마음을 지속가능케 하는 것이 단장의 몫 
"과로 때문에 청각신경계에 염증이 생겨서 현기증이 일고 중심이 자꾸 흔들려요. 그래도 봉사현장에 나가기만 하면 괜찮아지곤 하죠." 3년 연속 익산시 최고 봉사단으로 선정된 신동새말아띠 봉사단 김점순(52세) 단장의 말이다.
한 해 동안 단원들의 봉사시간 총량이 8천시간을 상회할 정도로 연간 361건의 봉사활동을 소화하는 이 봉사단은 결속력에서도 다른 지역 자원봉사단체들을 압도한다. 봉사활동 참여도는 물론이고, 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지역 자원봉사단체들에 대한 1박2일 워크숍에도 너무 많은 단원들이 참석해 다른 봉사단체들의 불만을 살 정도다. "재작년에는 우리 봉사단에서 이십명이 참석했는데요 모든 상을 다 휩쓸어버린 거예요. 다른 단체들이 위축됐죠. 그 뒤론 우리 단원들의 워크숍 참석자 수를 다섯명으로 제한하게 됐죠" 방금 전까지 김점순 단장의 피로에 찌든 얼굴은 그을은 산 같았고 거기에 깊은 눈만 반짝반짝 빛났었다. 그런데 극성스러울 정도로 열성인 단원들을 말하면서는 더 바랄 것 없는 농부의 결 같은 눈빛이 온 얼굴에 번져 이름 모를 꽃 하나가 활짝 피어났다. 100명의 단원으로 구성된 신동새말아띠 봉사단원들의 이런 자발적인 열정은 치밀한 관리 없이 지속 될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2007년에 발족한 봉사단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스쳐갔다. 열정이 같은 줄만 알고, 의지가 똑같이 굳은 줄만 알았던 탓이었다. 김점순 단장은 그런 바탕 위에서 초보자와 경험자의 역할을 확실하게 구분한다. "목욕 봉사에 나가면 대개 단원 한 사람이 두 분 이상의 지체장애 어르신들을 씻겨야 해요. 경험자들에게도 굉장히 힘든 일이죠. 초보자들은 우선 어르신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지독하다며 질겁을 합니다. 그대로 목욕을 맡기면 봉사자에게 안긴 채 몸을 맡기고 있던 어르신들이 대소변을 보기 일쑤입니다. 평소의 습관이죠. 그런 경험을 한 초보 봉사자는 다시는 활동에 참여하지 않게 됩니다." 반찬 배달 봉사활동을 할 때 조차도 초보자에게는 일을 주지 않고 차 안에서 지켜만 보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어떤 봉사 활동이든 처음에는 시간 봉사로 시작해 단계적으로 서서히 젖어들면서 적응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어떤 상황에서도 불참 통보를 하는 단원에게 싫은 소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내부에서 불협화음이 나지 않는 것, 자원봉사자의 본래 지위를 소속감이라는 미명하에 억압하지 않는 것이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첫 번째 조건이라는 것이다. 김점순 단장은 자신의 입장으로 그 필요성을 역설한다. "저는 타고났다거나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는게 아닙니다. 베풀 때가 행복하니까, 기쁨을 찾기 위해서 하는 겁니다. 그런 마음을 잃지 않고 잘 유지하도록 주변에서 도와야 열정적인 자원봉사자들이 이 세상 구석구석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급히 투입된 수해복구현장 같은 곳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과도하게 일을 시키는 것은 '아주 나쁜 예'라고 지적한다. 자원봉사자들은 임금의 댓가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필요한 곳에서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단장은 신동새발아띠 봉사단의 남다른 단합에 원로들이 기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한다. 그는 매월 5만원씩 봉사단의 활동비로 내놓고 있는 초대회장이었던 김용성(71세) 고문을 비롯한 김태영(69세), 강용운 고문 등이 든든한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고 소개한다. 고문들은 어려운 의사결정을 돕고 격려와 칭찬으로 단체에 힘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무료배식을 비롯한 반찬 및 빵배달, 목욕봉사, 헌옷 선별사업, 환경정화, 장애인 급식 등 각종 봉사활동이 연간 일정으로 빽빽한 가운데, 김점순 단장은 몸이 아파 누워도 3일 이상을 버티지 못한다. 남편의 사업실패로 실의에 차있던 시기인 18년 전에 발견한 기쁨이 자원봉사였고, 그동안 김 단장의 손길을 받아 온 사람들이 때가 되면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샌가 남편은 재기에 성공했고 지금은 아무런 걱정이 없는 가정형편이다. 김 단장은 그래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복은 반드시 베푼만큼 돌아온다"며 하이톤의 감흥을 감추지 못한다. 요즘은 새로 임한 황재택 신동장도 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참여하면서 힘을 주고 있단다. 김 단장은 "봉사활동의 요체는 약속과 실천, 지속"이라고 정리한 뒤 "타인의 계획에 차질을 주지 않기 위해 시간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 또 어디에 나타나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꽃 하나를 얼굴에 피울까. 공인배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