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양 조화의 이색적인 맛.. 익산대표 천주교 명물
평화와 안식 위한 발걸음.. 어느 누구에게나 안성맞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이 화제다.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 그가 전한 희망과 평화의 메시지는, 비단 천주교 신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마음의 안식과 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우리나라에 있는 가톨릭 유산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가 첫 발을 디딘 축복의 땅으로 여겨지고 있는 망성면의 나바위 성지도 이번 교황의 방한을 계기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성지를 둘러보고 기도를 드리는 순례자들의 방문 발길이 연일 이어지는 등 하루가 다르게 부쩍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그 평화의 발걸음들을 한발 한발 따라 나바위 성지를 찾아가 봤다. ◇ 마음의 안식 찾아 떠나라 망성면 화산리에 자리하고 있는 나바위 성지.
지친 일상과 무더위를 피해 부담 없이 발걸음을 뗄 수 있는 익산지역의 대표적인 도심 인근 휴식처다. 함라산 숭림사가 불교계를 대표한다고 하면, 나바위 성지는 천주교를 대표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안식처인 셈. 
화산리라는 지명은 망성면에 위치한 나지막한 야산의 산세가 너무 아름다워 우암 송시열 선생이 지은 화산에서 유래한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이 아름다운 산 중턱에는 이름과 맞춘 듯이 어울리는 아름다운 나바위 성당이 자리하고 있다. 1897년 본당 건립 당시에는 화산 성당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이후 완주군 화산면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1989년부터는 나바위 성당이라고 부르고 있다. 나바위는 나암의 우리말 표기로 광장 같은 너럭바위가 화산 정상에서 강가를 따라 남서쪽으로 널려 있어 생긴 마을 이름이다.
야트막한 산새에서 귓가를 간질이며 불어오는 바람과 한창 뽐을 내며 울어대는 매미소리, 여느 수목원 못지않게 꾸며진 녹음이 하나가 돼 방문객 몸속으로 흘러들어 마음의 평화를 도와준다.
‘여기 들어오는 모든 이에게 평화’라는 성경 구절 그대로다. 비단 천주교인이 아니더라도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바라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의 장소. 평화의 길 위에서 발걸음을 내디디며 홀로 묵상에 빠져 보는 것도 무더위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될 듯하다. 
◇ 독특한 동양과 서양의 조화 성지에 들어서면 한옥 목조건물에 기와를 얹어 한국적인 미를 물씬 풍기는 본당 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 성당은 1897년 초대 주임이었던 베르모렐(장약슬) 요셉 신부의 사목적 열정으로 1906년 건물을 시공해 1907년 완공됐다. 베르모렐 신부는 동학농민운동 당시 몰락하게 된 집을 구입해 성당 건물을 신축하며 부여군 임천에서 벌목한 목재를 끌배로 운반해 와 사용하고, 서울 명동성당과 전주 전동성당을 설계한 포아넬 신부가 설계를 맡아 도왔고 공사는 중국인들이 맡았다. 이후 1917년 일본에서 건너온 페랑 신부의 도움을 받아 목조벽을 벽돌조로 바꾸고 고딕식 벽돌조 종각을 증축했다. 한국문화의 특성에 맞게 한옥목조건물에 기와를 얹은 나바위 성당은, 특히 회랑이 있어서 마치 사찰과 같은 독특한 맛이 있으며 한국적인 미와 함께 서양의 고딕양식이 조화를 이뤄 눈길을 끌고 있다. 당시 정식 신자가 아닌 예비 신자들은 성당 밖 회랑에서 미사를 드렸다고 전해진다.
성당 내부의 오른쪽 작은 제대 감실 안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목뼈 일부 유해와 다블뤼 신부의 유해가 모셔져 있고, 성당 제대 주변에 있는 세례대와 성상들은 중국 남경 성 라자로 수도원에서 제작한 것으로 성당 건축 때 들여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이 나바위 성당은 서양식 성당건축 양식과 한국의 전통적인 목조건축 기법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건축물로서 우리나라 근대 건축양식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이기도 하다. 또한 성당 내부에는 우리나라 전통관습에 따라 남녀를 구분하기 위한 칸막이 기둥이 그대로 남아 있는 등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1987년 국가 사적 318호로 지정됐다. ◇ 녹음 푸르른 평화의 성지 본당 오른쪽 길을 따라 화산 정상으로 향하면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자리하고 있다. 이 성상은 김대건 신부의 고귀한 순교정신과 높은 덕을 기리기 위해 2007년 어느 신자 부부의 봉헌으로 세워졌다. 성상의 높이는 4m로 당시 복음을 전하던 김대건 신부의 모습이 형상화돼 있으며, 받침대는 제대 모양이다. 
성상 옆으로는 약 1,200명 정도가 미사를 볼 수 있는 야외 성모동산이 있다. 성당이 내려다보이는 곳에 평화의 모후가 자리하고 있으며, 산새가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성상 뒤 돌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화산 정상에 위치한 김대건 신부 순교 기념탑과 망금정이 자리하고 있다. 순교 기념탑은 1955년 김대건 신부 시복 30주년을 맞아 나바위 본당 신자들의 헌금과 협심으로 세운 기념탑이다. 이 탑은 김대건 신부 일행이 상해를 떠나 42일간 바닷길로 항해 끝에 우리나라에 입국할 때 타고 온 무동력 목선인 라파엘호(길이 25자, 넓이 9자, 깊이 7자)를 연상하며 암반 위에 제작한 것으로, 탑에 사용된 돌은 신자들이 화산 서쪽 기슭에 있던 큰 암석을 깨 목도로 옮긴 것이다. 그 옆에는 아름다운 금강을 바라본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망금정이 있다. 이 정자는 초대 주임 베르모렐 신부가 1912년부터 매년 5~6월에 이곳에서 개인 피정 장소로 더할 수 없이 아름답고 조용한 분위기를 감탄하며 피정을 했던 대구교구장 드망즈 주교를 위해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망금정을 지나 왼쪽 길로 내려오다 보면 곳곳에 십자가의 길이 성모동산 평화의 모후까지 이어져 있으며, 그 중간에 특이하게도 금강을 바라보고 있는 마애삼존불이 자리하고 있다. 커다란 바위 뒷면에 새겨진 마애삼존불은 그 조성시기를 알 수는 없으나 금강을 따라 나간 어선들의 무사안녕과 만선을 기원하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십자가의 길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십자가 모양의 비와 함께 묘가 있는데, 이는 나바위 본당 2대 주임신부였던 히폴리토(소세덕) 신부의 묘로 소세덕 신부는 부임한 지 2년 만에 나바위 성당을 바라보고 눕고 싶다는 평소 유언대로 이곳에 안장됐다고 전해진다. 송승욱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