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1탑 1금당의 3원 병렬형’
무왕의 꿈 담겨진 백제의 국가사찰

◇ 기본은 1탑 1금당

삼국유사에 의하면 백제에서는 침류왕 즉위년인 384년에 불교가 공인되고 다음해에 한산에 사찰이 조영됐다. 하지만 아직까지 백제 한성기의 사찰 관련 유적은 한 곳도 발견되지 않았다.
백제 웅진기의 사찰로는 성왕 5년(527)에 대통사가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대통사지로 알려진 공주시 반죽동 제민천변의 당간지주 부근에서 백제와 관련된 유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백제에서 불교가 꽃을 피운 것은 사비 천도 이후인 성왕 때이다. ‘성왕’이라는 백제 최초의 불교식 왕호로도 성왕이 불교 흥륭의 토대를 마련한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 시대에는 사찰이 활발하게 조영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사비기의 도성이었던 부여군 내에서 백제의 사지로 추정되는 유적은 현재 25곳 정도다. 그 중 왕흥사지, 정림사지, 부소산사지, 능산리사지, 군수리사지, 금강사지, 임강사지, 용정리사지 등이 발굴조사됐다.

익산지역에서는 미륵사지와 제석사지가 발견됐다.

현재까지 발견된 여러 절터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1탑 1금당’이라는 백제시대 특유의 가람배치와 각종 건축수법이 확인됐다.

◇ 난 달라, 3탑 3금당

독특함, 미륵사 가람배치를 나타내는 한 마디다.

미륵사의 가람배치는 3원 각각에 금당과 탑이 있고 주변에 회랑과 중문이 있어 별도의 공간을 형성하면서, 동·서 승방과 중원의 후면에 강당이 위치해 공용하고 있는 독특한 배치를 하고 있다.

기존에 소위 ‘品’자형이나 쌍탑 가람의 시원형 등으로 논의되던 미륵사의 가람배치는 1980년부터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 전면 학술발굴조사가 이뤄지면서 탑과 금당이 일축선을 이루며 각 3개소가 있음이 확인됐다.

이러한 가람배치는 백제가 사비로 도읍을 옮긴 뒤 조영된 사찰에서 보이는 기존의 1탑 1금당식 유형과는 차이를 보이는 한편, 삼국유사에 기록된 미륵삼존 출현의 내용과 일치함으로써 미륵사상과의 연관성이 있음을 추정하게 했다.

미륵사의 가람배치는 ‘1탑 1금당의 3원 병렬형’으로 백제가 사비로 도읍을 옮긴 뒤 조영된 여러 주요 사지들에서 보이는 1탑식 가람배치의 특성인 탑과 금당이 일축을 이루는 유형이 동·서로 3개가 병렬식으로 배치된 모양이다.

특히 탑과 금당의 규모, 중원이 목탑인 것에 비해 동·서원은 석탑으로 구성된 점, 중원이 사면 회랑으로 구획되고 북쪽에 문지가 확인되지 않아 폐쇄적인 공간인데 비해 동·서원의 경우는 남쪽과 북쪽이 부분적으로 개방돼 있다는 점에서 주요 영역인 중원이 강조되는 형식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강당지가 중앙 후면에 하나만 있고, 또 주위의 회랑은 이들 3개의 가람을 기능적으로 연결하는 배치를 하고 있음이 전기 1탑식 가람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동·서원과 중원의 3원 병렬식인데 동·서원에는 석탑을 하나씩 두고 중원에는 목탑을 둔 특수 가람이다.

이러한 가람배치를 토대로 백제시대 미륵사의 영역은 크게 남·북 방향과 동·서 방향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남·북 방향으로는 대지의 높이차가 있어 석축을 경계로 크게 4개의 영역으로 구분된다. 동·서 연못지와 진입로로 이루어진 진입영역, 당간지주와 남문 및 회랑으로 구획된 남원영역, 남원영역의 북편에 문-탑-금당과 회랑, 강당과 동·서 승방이 위치하는 영역이 있다.
이 중심영역의 북편에 배수로와 석축이 있고 그 위에 북편 건물지로 이뤄진 또 하나의 영역이 위치하고 있다. 동·서 방향으로는 중심 영역이 3개의 원으로 구분되는데, 중원과 동·서원 각각에는 문-탑-금당이 있다.

또한 중심영역의 북편에 위치한 강당은 동·서로 장축을 형성하며, 그 좌우에 승방이 남·북 방향으로 배치돼 있다.

중원은 4면을 모두 회랑으로 구획해 공간을 명확하게 형성하고 있는 반면, 동·서 양원의 경우 북쪽의 강당과 승방이 있는 부분이 막혀있지 않고 연결되고 있으며 동원에는 동회랑을 두고 서원에는 서회랑을 두고 외부와의 경계를 표현하고 있다. 이 회랑들은 모두 북쪽에서 꺾여 승방 측면의 남단에 접하고 있는 형태이다.

따라서 동·서원에 비해 중원이 갖는 폐쇄성은 금당의 규모, 목탑과 석탑의 차이 등과 함께 중원이 보다 위계가 높은 공간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북 방향으로 첫 번째 진입영역은 진입로와 연못지 등이 있어 명확한 크기를 설정하는 것이 곤란하지만, 동·연못지의 최남단으로부터 남원영역 석축까지의 거리는 약 100m 정도이다.

◇ 용화삼회의 구현

그동안의 고고학적 발굴조사를 통해 알려진 백제시대의 일반적인 가람배치는 1탑 1금당 형식이다. 이는 중문, 목탑, 금당, 강당이 일직선상에 배치되며 강당 및 금당 좌·우측의 폭넓은 동·서 건물과 그 남쪽에 회랑이 접속하는 가람배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1탑 1금당의 형식이 동·서로 3개가 병렬식으로 배치된 미륵사의 경우, 일반적인 사찰과는 달리 특별한 의미가 부여됐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 미륵사를 창건한 무왕은 백제의 부활에 대한 원대한 꿈을 가진 왕이었다. 또한 깊은 불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국유사에 전하는 미륵사 창건 설화를 보면 “왕이 부인과 함께 사자사에 행차하고자 해 용화산 아래 큰 못가에 이르니, 미륵삼존이 못 속에서 나와 수레를 멈추고 경의를 표했다. 부인이 왕에게 말하기를 ‘모름지기 큰 절을 이곳에 세우고 싶습니다’고 하니 왕이 허락했다. 그래서 지명법사에게 가서 못 메우는 일을 물으니, 신통력으로 하룻밤 사이에 산을 허물어 못을 메워 평지를 만들었으므로 미륵법상 3개와 회전, 탑, 낭무 각각 3개소씩을 창건하고 액을 미륵사라고 하였다. 진평왕이 백공을 보내 도왔는데, 지금까지도 그 절이 남아 있다”고 전하고 있다.

전해지는 설화를 통해, 미륵사가 신라와의 대치 관계 속에서 백제의 국력을 모은 국가적 사찰이었고 연못을 매립해 평지를 조성했으며 3탑 3금당의 삼원병립식 가람배치를 해 미륵신앙에 기반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제 무왕의 정신적 통치기반이자 백제의 영적 중심이었던 미륵은 불교의 3불(과거, 현재, 미래)중에서 미래불이다. 아직 출현하지 않은 유일한 미래의 부처로서 현실의 변혁과 변화를 갈구하는 이들에게 미륵불은 미래신앙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다.

미륵사는 바로 미륵불이 삼회설법을 통해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신앙을 현실세계에서 구현한 것으로, 당시 무왕의 생각을 잘 나타낸 사찰인 것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