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봉사 구슬땀.. 삶의 활력이자 원동력
자부심 가득 단결력.. 그대로 봉사로 나눠

정치는 물론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대다.
제1호 여성친화도시인 익산시에서도 그 이름에 걸맞게 여성에 대한 각종 복지정책은 물론, 어린이나 노약자·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수많은 사회복지 관련 단체들도 각기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익산시가 아름다운 복지도시가 될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익산시의 각종 복지 관련 정책들을 들여다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따뜻한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복지도시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사회복지 관련 단체들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보고 느끼며 이를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한 지면을 마련했다.
이로써 ‘복지도시 익산’에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편집자 주>

◇ 이마에 땀방울 ‘송골송골’

8월 20일 아침 9시 신동 주민센터, 다홍빛 조끼를 입고 오고가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시시각각 연신 인원체크에 분주한 이들은 바로 신동 새말아띠봉사단.

이날은 원광효도노인전문병원 사은의 집 목욕봉사가 있는 날이었다. 언제나 시간약속은 엄수. 새말아띠봉사단의 철칙이다. 누구 하나 때문에 다른 여러 사람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면 안 되기 때문이다.

한 명의 지각생도 없이 정확히 9시 10분, 정해진 약속 시간에 이들은 곧바로 사은의 집으로 향했다.

도착하기가 무섭게 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목욕준비에 나선다. 노상 이들의 손길을 받아왔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기 때문.

양말을 벗고 옷을 갈아입고 노인들과 마주 선 이들은 금세 아들, 딸이 되고 친구가 된다. 손을 잡고 그간의 안부를 묻고 담소를 나누는 모습에, 그것만으로도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할머니들은 공동목욕탕에서, 할아버지들은 병실에 딸린 개인욕실을 이용한다.

휠체어를 타거나 주위의 도움을 받아 차례를 기다리며 순서대로 이뤄지지만, “나는 언제혀? 언제?”하는 투정도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웃음으로 달래보지만, 대부분 거동이 조금 불편할 뿐 정신은 말짱한 노인분들이기 때문에 쉬이 거짓으로 “금방이요, 다음이요”하는 달램은 금세 탄로가 난다.

몸이 불편한 분들은 목욕용 침대에 누운 채로 몸을 씻겨야 한다.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러 명이 할머니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들어 옮기고 씻기기를 여러 번, 이내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도무지 땀인지 물인지도 분간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렇다고 설렁설렁 할머니들의 몸을 씻기는 법은 없다. 온몸 구석구석 물이 불편해 손이 닿지 않는 곳 하나하나, 그들의 손이 가지 않는 곳이 없다. 때로는 부끄럽기도 하고 조금은 민망하기도 할 텐데도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신 비누칠에 이어 물을 붓고 문지르며 씻어내기를 멈추지 않는다.

더러 씻는 도중 봉사단에게 대·소변을 보는 경우도 있기에 직접 노인들의 몸을 씻기는 고난도의 봉사는 주로 베테랑들의 몫이 된다.

땀범벅, 물범벅인 욕실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 적정 실내온도를 유지해야 하기에 봉사단들의 이마에는 절로 구슬땀이 맺힌다. 일반 사람이라면 엄두를 내기도 어려운 일들을 이들은 평소의 모습 그대로, 아니 오히려 여기에서 삶의 활력을 얻는 듯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임하고 있다.

◇ 손 한번 잡기, 마음 나누기

순서대로 말끔하게 목욕을 마치고 나온 할머니들은 꽃단장에 여념이 없다. 할머니들의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시키고 나서 새 옷을 입히고 젖은 머리를 말려주는 것도 새말아띠봉사단의 몫.
“아녀, 흰색이여 흰색”이라며 다른 색이 아닌 흰색 내의만을 고집하는 할머니의 투정도 이들에게는 오히려 힘이 되는 듯하다.

할머니의 머리를 말리면서도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간다. 평소 말벗이 절실한 할머니들은 이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다. 아들 이야기, 며느리 이야기, 집 이야기 등등 두서없이 던지는 우리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말들을 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받아낸다. 8년째 목욕봉사를 하고 있는 새말아띠봉사단원들은 이제 눈빛만 봐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힘이 장사네, 몇 살이요?” 거동이 불편해 씻기고 옷을 입히기 위해 몸을 끌어안아야 하는 예순 두 살의 할아버지가 도움을 받아 목욕을 마치고 나오며 묻자, “예순 넷이요”하고 한 봉사단원이 답한다. 그 옆에 옷을 입히던 다른 단원은 “나는 일흔 하나요, 허허”하며 웃는다.

예순 두 살의 할아버지를 예순 네 살의 형님이 목욕시켜 주고 일흔 한 살의 큰 형님이 옷을 입혀주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새말아띠봉사단의 목욕봉사에서나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광경일 터.

목욕뿐만 아니라 청소까지 이들은 여기에 와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 각자에게 주어진 역할에 누구 하나 빠짐없이 최선을 다해 임하면서 땀범벅이 되고 나서야 이들은 봉사를 마무리했다.

◇ 얼굴이라도 비춰야지

출발 전 분주한 아침, 한 회원이 반갑게 인사하며 말을 건넨다.
이들이 각기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 목욕봉사만큼은 꼭 빠지지 않고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힘들기 때문’이다.

여느 다른 어떤 봉사보다 목욕봉사가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나 한사람이 빠지면 동료 단원들에게 돌아갈 몫이 더욱 커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착한 마음씨에서 우러나오는 배려다. 또한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이다.

반나절 가까운 목욕봉사를 마치고 회의실에 모여 앉은 이들의 얼굴에 보람과 자부심이 가득하게 비친다.

한두 번도 아니고 8년째 이어온 목욕봉사이지만, 매번 느끼는 보람과 만족감이 그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인 듯하다.

‘단결력’이 바로  그들이 말하는 새말아띠봉사단의 최대 장점이다. 신동의 옛말인 ‘새말’과 좋은 친구들의 옛말인 ‘아띠’에서 이름을 딴 것처럼 언제나 웃으면서 서로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은 진짜 좋은 친구들이고, 이는 곧 새말아띠봉사단을 이끌어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사무실에서 그들은 피로 회복을 위해 단장이 직접 준비한 간식을 나누며 모든 일정을 마무리했다.

봉사 내내 웃음을 잃지 않는 그들, 힘든 봉사를 통해 오히려 삶의 활력을 얻고 소중한 가치를 얻어 가는 그들, ‘아직 젊으니까 아직 살날이 많으니까 조금 더 고생해도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가짐으로 봉사에 임하는 그들, 그들이 바로 복지도시 익산을 만들어 가는 선두주자가 아닌가 하는 마음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