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누구나 주인공, 한바탕 축제의 장
장애극복, 그리고 사회참여의 발판이 되기를

정치는 물론 사회·문화 전반적으로 ‘복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시대다.
제1호 여성친화도시인 익산시에서도 그 이름에 걸맞게 여성에 대한 각종 복지정책은 물론, 어린이나 노약자·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복지정책을 펼쳐나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수많은 사회복지 관련 단체들도 각기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익산시가 아름다운 복지도시가 될 수 있도록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익산시의 각종 복지 관련 정책들을 들여다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따뜻한 마음과 열정을 가지고 복지도시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는 사회복지 관련 단체들을 찾아가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보고 느끼며 이를 지역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한 지면을 마련했다.
이로써 ‘복지도시 익산’에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 들썩이는 축제, 상기된 표정

오전 10시, 뒤늦게 서야 도착한 일행들이 서둘러 속속들이 실내체육관 안으로 들어온다.
“지금 들어오시는 지부, 손수건 받아가세요.”
“아직 자기 지부 색깔 손수건 못 받으신 분들, 무대 왼쪽 앞으로 나와 받아가세요.”
체육관 오가는 사람들 속, 사회자의 안내 멘트가 분주하다.

지난 24일 익산공설운동장 실내체육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날은, 전라북도 내 신체장애인들의 한마당 축제의 장이 열리는 날이다. 바로 제13회 전라북도신체장애인 한마음체육문화공연이 펼쳐진 것.
(사)전라북도신체장애인협회(회장 이일우)가 주최하고 (사)전라북도신체장애인협회 익산시지부(지부장 신용)가 주관해 열린 이날 한마음 축제에는 도내 12개 시군지부 회원 및 자원봉사자 등 800여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속속들이 들어오는 각 시·군지부 회원들이 어느덧 자리를 하고 정리가 되자,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됐다. 신명나고 흥겨운 익산시풍물단의 판굿이 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체육관 안을 가득 채우는 태평소 소리에 꽹과리, 장구, 북, 소고 등 한데 어우러진 풍물소리가, 이날 한마음 체육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북 지역 곳곳에서 이른 아침부터 찾아온 이들로 가득 찬 실내체육관을 긴장감 반 설렘 반으로 들썩이게 했다.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풍물소리로 달궈진 분위기에 다들 한마음 한뜻으로 한껏 상기된 표정들이다.

장애인들의 화합과 지역사회 적응능력 향상을 통해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대회는 제1부 기념식에 이어 점심식사 후 제2부 한마음체육대회로 이어졌다.
오전 기념식에서는 그동안 장애인 복지증진에 기여한 우수 회원에 대해 도지사와 시장, 교육감 등 각종 표창이 수여됐으며, 한마음체육대회에서는 투호, 고리던지기, 다트, 팔씨름, 단체윷놀이 등 다채로운 경기가 마련돼 펼쳐졌다.
아울러 풀피리공연과 국악공연, 밴드공연, 통기타공연을 비롯해 가야금병창과 가수공연, 레크리에이션, 행운권추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참가자들이 한마음으로 우의와 친목을 나누는 장이됐다.

◇ 오늘만큼은 내가 최고!

“다시! 다시! 아직 힘주지 마시고요.”
“준비~ 시작!”
실내체육관 한편에서 펼쳐진 힘겨루기에 관심이 모아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어느 지부에 소속돼 있는지에 상관없이 책상 위 두 손을 맞잡고 심호흡을 하는 선수들의 눈빛에 주위의 시선이 집중됐다.
팔씨름 선수들 간 신경전이 대단하다. 장애는 약간의 불편함일 뿐, 승부는 승부다.
한 판 한 판 혼신의 힘을 다한 승부에서 승패는 갈리지만, 승자도 패자도 모두 자신들의 축제를 즐기는 매한가지 마음이기에 결국 함께 웃는다.

각 지역 지부별로 팀을 구성해 펼쳐진 윷놀이도 흥미진진하다. 힘차게 윷을 던질라치면, 한쪽 편에서는 환호가 다른 한쪽에서는 탄식이 나오지만, 입가에 즐거운 미소는 모두 한 모습이다. 평소 다소 불편했던 몸도, 마음이 즐겁다 보니 이 순간만은 불편이 느껴지지 않는 듯싶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투호놀이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병을 일정한 거리에 놓고 그 속에 화살을 던져 승부를 가리는 투호는 순간의 집중력을 요한다. 때문에 주위를 둘러싼 응원단, 그리고 내심 들어가지 않기를 바라는 듯 시끄럽게 웃고 떠드는 이들 간 묘한 신경전이 펼쳐진다.
그 옆 고리던지기도 분위기는 마찬가지. 한껏 심호흡을 하고 조준해 고리를 던지는 이들의 손짓 하나하나에 주위의 환호와 탄식이 어우러진다.
신중하게 조준해 힘껏 하나씩 던지는 화살이 통에 들어갔을 때 그리고 고리가 기둥에 단번에 걸렸을 때, 그 느낌은 이루 말로 설명할 수 없다.

이외에도 체육대회 내내 무대 위에서는 밴드공연, 국악공연, 춤공연, 가수공연 등이 펼쳐졌다.
이날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듯 너도나도 실력을 뽐낸다. 준비를 단단히 한 듯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모습, 음악에 맞춰 이리저리 몸을 흔들어대는 모습에 자신은 물론 주위 한가득 웃음꽃이 활짝 핀다.
여기저기 손잡고 어깨동무하고 사진을 찍어대는 모습들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전라북도신체장애인협회 익산시지부가 주관해 마련된 이날 한마음축제는 이렇게 장애인들의 웃음소리가 실내체육관 내에 울려 퍼지며 계속됐다.

이후 이날 행사는 투호, 고리던지기, 팔씨름, 단체윷놀이 등 종목별 우승팀 수상과 종합우승 및 MVP 시상으로 이어졌다. 그간 고통과 어려움을 뒤로하고 한바탕 웃음꽃이 활짝 펼쳐진 축제의 장에서, 이들은 누구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우승팀이고 MVP였다.

풍요롭고 넉넉한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아 펼쳐져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이날 축제의 장은,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소통과 화합을 기원하는 박수로 마무리됐다.

◇ 소통과 화합의 계기가 되길

“신체의 장애라 할지라도, 마음에 두지 않는 한 의지의 장애는 아니다.”
독일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의 말이다.
이날 축제에 모인 이들은 모두, 비록 일반인에 비해 약간의 불편함은 더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삶의 불행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

이번 행사를 도맡아 준비한 전라북도신체장애인협회 익산시지부 신용 지부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해 재활의 계기를 마련하고 사회통합의 어울림이 되기를 기원했다.
그는 “신체적 장애를 갖고 있는 우리 장애인들은 체육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매우 적고, 문화공연이나 공연체험에 기회는 더욱 적다”면서 “이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신체적 장애의 벽도 분명 작용한다. 하지만 사회구조나 자신의 장애 문제 때문에 체험할 수 있는 체육활동과 문화공연의 기회를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와 기회를 직접 만들고 참여해 사회적 참여를 높이고, 더 나아가 장애를 극복하는 기회로 만드는 발판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행사가 단순히 장애인의 행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장애인의 활동영역이 확산되고 비장애인과의 소통의 가교 역할을 했으면 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지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애는 장애가 아니고 조금 불편할 뿐이라고. 저는 다른 표현을 하고 싶네요. 장애는 또 다른 능력의 기회라고요. 이번 행사를 준비하고 치르면서 또 다른 하나의 능력을 배우고 기회를 갖게 됐다고요.”

그는 “이번 행사를 치르면서 장애의 한계를 넘어 자신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행사 준비과정의 힘든 시간이 모두 사라지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쾌감을 맛 볼 수 있었다”면서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를 극복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 통합의 장이 마련돼 서로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지길 기원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13회 전북신체장애인 한마음체육문화공연을 준비하고 행사를 주관하며 행사를 위해 도움과 관심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면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도내 각 지역에서 많이 참석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고, 그간의 어려움을 이겨낸 만큼 서로 한마음으로 힘차게 전진하자”고 덧붙였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