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11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익산지역 선거 분위기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에 실시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선거 지도·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부정선거 방지를 위해 2011년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다. 오는 9월 21일 선거관리위원회 선거위탁을 시작으로 내년 2월 19일 선거일 공고, 2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선거인 명부 작성,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3월 1일부터 10일까지 선거운동을 거쳐 3월 11일 투표하게 된다.

익산지역에서는 익산농협을 비롯한 농협 12곳, 원예농협 1곳, 익산군산축협 1곳, 산림조합 1곳 등 15곳의 조합장이 새로 선출될 예정이다. 현재 잠정적으로 집계된 유권자만 3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 조합에서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오른 입지자들이 유권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벌써부터 보이지 않는 물밑작업 등 선거 분위기가 가열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익산지역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총선이라 일컬어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까지 각 조합에서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들을 만나 출마 의사를 확인하고 각자의 포부 내지 각오를 전할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명실공히 익산지역의 명품 농산물인 탑마루 고구마를 경제사업의 주요 분야로 특화시킨 삼기농협.

이를 기반으로 9년 연속 1등급 농협이라는 성과를 올렸음에도 불구, 수익성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올해 농협중앙회로부터 합병권고를 받았다. 이에 조합원들 간 의견이 분분한 채 오는 3월 선거에 다는 어느 지역보다 촉각이 곤두서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출마의사를 표명한 후보는 총 3명. 현재까지 박기배 전 익산군산축협 상임이사와 정세환 현 조합장, 황규선 현 감사가 조합장 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힌 상태다(성명 가나다 순).

13년 동안 삼기농협을 이끌어 온 정세환 조합장의 아성에 11년째 감사를 지낸 황규선 감사와 31년간 익산군산에서 나름의 경험과 노하우를 다져 온 박기배 전 상임이사가 도전하는 형국이다.

위기의 삼기농협을 앞으로 이끌어가게 될 차기 조합장이 누가 될지에 대해 조합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박 기 배  전 익산군산축협 상임이사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 만들기”

31년하고 6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익산군산축협에서 근무했던 박기배 전 익군축협 상임이사는 57년 평생을 삼기에 살아온 삼기토박이다.

지난 4월 7일을 마지막으로 반평생 가까이 몸담았던 익군축협을 떠난 그는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전했다.

삼기농협은 아니지만 익군축협에서 그간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그에게는 큰 힘이다. 또한 평생을 살아온 삼기토박이로서 누구보다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실제 그는 37세라는 비교적 적은 나이에 상무로 부임해 25년 이상 조합의 기획관리 파트 업무를 담당했고 동부지점장으로서 한 사업장을 이끌었던 경험도 가지고 있으며, 50세에 상임이사로 선임돼 두 번에 걸쳐 연임하며 관리책임자로서의 업무역량과 노하우를 쌓았다.

지난 익군축협 육가공공장 사태 이후 정상화되기까지 많은 노력을 해 왔으며, 그 결과 현재 익군축협은 연간 15~20억원 정도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

순항하고 있는 익군축협 상임이사에서 합병권고를 받아 위기에 처한 삼기농협 조합장에 도전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우선 상임이사에 적합한 다른 인물이 있었고, 언제든 상황이 어려운 상황을 피해 내려오는 것보다 좋을 때 내려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면서 “태어나고 자란 고향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을 한 번 만들어보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조합을 이끌어가는 조합장의 덕목으로 도덕성과 정직, 성실을 꼽았다. “실제 조합의 상황이 어떠한지 조합원들에게 알리고 조합원들이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함께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그는 “정확한 경영진단을 통해 경영악화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조합원들이 조합의 상황을 알고 힘을 모을 수 있도록 조합장이 밑바탕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와 별반 차이 없는 정책과 마인드를 가지고는 도전할 이유가 없다”면서 변화를 강조한 그는 “조합원들에게 실제 이익이 되고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검토하고 추진해 이윤을 창출하는 데 있어 반드시 조합원들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며 이를 통해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그는 특성화된 고구마뿐만 아니라 이를 이용한 아이스크림·케이크·피자·빵·고구마순김치 등의 가공상품, 전국 최고를 자랑했던 고구마 종순의 명성을 되찾기 위한 농가 및 직원들의 전문성 확보, 조사료 판매를 통한 소득증진, 철저한 준비과정을 통한 성공적인 로컬푸드 안착 등을 제시했다.

“조합원들과의 소통과 화합이 위기에 처한 삼기농협이 살고 조합원들도 살 수 있는 길”임을 강조한 그는 “이번 도전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고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정 세 환 현 조합장

“규모의 경제로 산지유통 전문조직 만들겠다”

13년째 삼기농협을 이끌어가고 있는 정세환 조합장은 산지유통 전문조직, 복지·교육·금융까지 아우르는 지역종합센터로서의 역할수행을 위한 사업기반 확충, 투명경영체계 확립을 통한 정도경영을 도전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3선 기간 동안 이 같은 같은 목표를 갖고 이룩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실천해 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봉착했지만, 현재는 삼기농협이 고구마의 메카로 자리매김했으며, 조합원들을 섬기는 복지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규모화가 되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갖고 다시 한 번 도전해 그간 ‘규모의 경제’를 위해 마련했던 고구마선별장·세척장·산물벼건조저장시설·도정공장·저온저장고 등 기반시설을 적극 활용해 산지유통 전문조직으로 거듭나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현 조합의 상황과 해결해야 할 과제 및 주력할 사항과 실현방안에 대해서는 “농촌형 농협의 신용사업은 이제 한계에 도달한 시점이며, 이것이 농촌형 농협 대부분의 현실이고 과제”라고 진단하면서 “하지만 신용사업의 뒷받침이 없다면 경제사업 또한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기에, 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두 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으로 그는 ‘규모의 경제’를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에 있어서 삼기지역의 지역한정을 버리고 소비시장과 소비자, 조합원 그리고 생산자 이 모든 규모의 확대를 통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해야 한다”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면 당연히 농산물의 품위를 높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조합원과 소비자의 이용증대를 통해 경제사업 및 신용사업의 확대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한 수익은 협동조합이념에 입각해 투명하게 조합원들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에 적절하게 배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조합장에 당선돼 지금까지 부단히 노력해 왔고, 그 결과 9년 연속 1등급 농협 등 일정부분 성과를 얻었다”면서 “이제는 그간 쌓인 경험과 기반시설을 통해 사업 규모를 확대해 생산자인 조합원에게는 소득증대의 기쁨과 지역종합센터의 기능을, 소비자에게는 만족할만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지금 도전해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초선에 가졌던 열정이 더욱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면서 “커다란 자산이자 원동력이 된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해 내기 위해 다시 한 번 열정을 불태우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 황 규 선 현 감사

“조합장이 아니라, 조합원을 위해서”

금오공고를 졸업하고 대우그룹에 근무하다 13년 전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고향의 농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이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도전하게 됐다”면서 “내가 조합장이 되려는 것이 아니라, 고향의 조합을 위해 그리고 조합원들을 위해 일하고 싶어서 도전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4선에 걸쳐 11년째 삼기농협의 감사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는 뇌경색으로 쓰러졌다가 불굴의 의지로 기적적으로 재활에 성공한 오뚝이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삼기농협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그는, 합병권고를 받은 현재의 상황에 대해 “현재의 마인드로는 절대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 요구하는 대로 따라가야 하는 종속관계에 머물게 될 것”이라고 날카롭게 진단하며 이를 해결하고 극복할 방법으로 ‘이익공유제’를 제시했다. 12~13년 전부터 FTA에 대비해 이익공유제를 주창했던 그는 “당시 FTA는 선택권이 없는 필수인 상황이었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해 나갈 것인가가 관건이었다”면서 “현 삼기농협의 상황도 무엇이든지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들과 조합원 모두 함께 가야하는 상황이며, 서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채워나가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보다 실효성 있는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그는 “조합을 이끌어가는 리더인 조합장이 비상경영을 왜 하는지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은 대안을 마련해 소신껏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천이 따르지 않는 공약으로는 9년 연속 1등급 농협이라는 성과도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것”이라며 “수익성이 떨어지고 생산성이 저하돼 합병권고를 받은 만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의식변화와 냉정한 판단,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추진력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기농협의 정상화를 위한 방안으로 6차 산업 활성화, 고구마 가공 상품 특성화 등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6차 산업은 생산·가공·판매의 수준이 아니라 여기에 체험이라는 요소가 들어가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하며 “이를 마케팅 전략을 통해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삼기의 대표 농작물인 고구마의 경우, 7~8월이 주 수확시기이고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종순을 활용한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면서 “고구마종순 사업도 중요하지만, 삼기하면 다른 어느 지역보다 고구마를 대표할 수 있도록 1년 내내 고구마를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뭔가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 그는 “이를 위해서는 조합장은 물론 이사나 대의원 등 임원진들 모두 항상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조합장에 당선된다면 2년 후 조합원들에게 중간평가를 받을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