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초 발굴부터 현재까지

익산의 대표적인 백제역사문화유산인 미륵사지는 지난 1966년 미술사학자였던 홍사준(1905∼1980) 전 국립부여박물관장에 의해 최초로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현재의 강당지 서편 및 북편 건물지 일부가 발굴됐으며, 이후 1974년 원광대학교 마한백제문화연구소에 의해 동탑지 기단에 대한 발굴조사가 이뤄졌다.
이후 1980년부터 1984년까지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소에서 1차 5개년 발굴조사를 통해 사지의 주요 영역과 동탑지·서탑지 주변, 당간지주 남쪽을 조사했으며, 1985년부터 1989년까지 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실시한 2차 5개년 발굴조사에서는 사역 서북편 외곽지역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강당지 동편 확인조사가 이뤄졌다.
이로써 미륵사지의 전체규모가 파악됐으며, 사역 북편에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건물 15개동 이상이 발굴됐다.
1990년부터 1994년까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실시한 3차 5개년 발굴조사에서는 연못 및 전시관 부지를 발굴하고 중심영역 정밀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현재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 보관돼 있다.

금제 사리봉영기

1차 5개년 발굴조사에서는 총 9,095점의 유물이 출토됐는데, 1980년에는 동탑 및 동금당지 주변에서 와당과 자기류, 중국청자, 탑 노반 등 874점이 발견됐고 1981년에는 서탑 및 서금당지 주변과 중원 목탑지 및 중원 금당지 주변에서 인면문 막새, 석제 과판, 청동제 마 등 2,601점이 발견됐다. 1982년에는 서탑 북동편 주변에서 금동제 장식, 석제 3층소탑, 유리장식 등 2,296점의 유물이 출토됐으며, 1983년 강당지와 강당지 북편 건물지에서 금동투조판불, 전불, 곡옥 등 1,462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1984년 당간지주 남편에서는 청동 서조장식, 경판 등 1,812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연화문 연목와

이어 2차 5개년 발굴조사에서는 총 8,561점의 유물이 쏟아져 나왔다. 1985년 사역북편지역과 동회랑지 외부지역에서 석등 대좌, 조선시대 막새, 명문와, 장군형 토기, 분청사기, 백자 등 3,892점이 발견됐으며, 1986년 사역 서북편지역와 동원 일부지역에서 청동제 보살불두, 묵서 석간, 청동제 재갈멈치, 명문와, 막새 등 1,398점이 발견됐다. 1987년 사역남편지역과 연못지 주변에서는 녹유 연목와, 막새와, 소로, 토우, 벽화편 등 1,924점, 1988년 강당지 동편지역, 승방지 일부, 사역 북편 일부, 동탑지 하부 사역 동편 와요지에서는 치미, 목조 건축부재, 청동제 편병, 탑재, 나비장식 이음쇠 등 836점, 1989년 북승방지 동편 연못지, 사역 북편 대밭, 사역 동편 와요지에서는 와전류, 자기류 등 511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1~2차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된 암·수막새와 명문와 , 연목와, 치미 등은 백제시대 뿐만 아니라 통일신사시대와 고려시대,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고루 발견됐다. 이 중 형태나 문양이 비교적 뚜렷해 시대를 알 수 있고 전시 활용이 가능한 유물들은 문화재청의 국가귀속 후 국립중앙박물관으로의 보관 의뢰를 거쳐, 국립전주박물관 및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서 보관하고 있다.

금동제 사리호

현재 정비돼 있는 미륵사지 가람은 백제시기에 1차적인 완성을 이뤘으나, 통일신라시대에 보축되면서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출토 유구 및 유물을 통해 미륵사가 조선시대 전기까지는 일정한 규모를 갖춘 사찰로 유지됐음을 알 수 있으며, 이는 미륵사지가 백제를 넘어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시대까지 아우르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 1,400년의 긴 잠에서 깨어난 사리장엄, 미륵사지 연구의 새 지평

지난 2009년 1월 국보 제7호 미륵사지 서탑 사리공에서 일괄로 출토된 사리장엄구는 서기 639년에 사리봉영의식을 거행한 후 사리공에 봉납한 것으로, 사리공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백제 사회 최고급 물품을 선별한 후 그 연유를 기록해 함께 봉납했다. 특히 명문자료가 함께 출토돼 백제사 연구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국보급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사리공 안에서 수습된 유물은 총 19종 684점으로, 백제시대부터 통일신라, 고려, 조선시대까지 시대별로 유물의 종류 및 특성을 구분해 볼 수 있다.

글자가 새겨진 분청사기

백제시대 유물로는 연화문 암·수막새, 연목와, 인각와, 평기와, 치미 등의 기와류와 대호, 시루, 벼루, 등잔, 도가니 등의 토기류, 금제·금동제 사리호, 금제 사리봉영기, 금제 족집게, 금제 소형판, 금괴, 금제 고리, 금제 소형구슬, 금동 고리, 은제 관식, 은제 과대장식, 청동합, 풍탁 등의 금속공예품, 그리고 유리판과 벽화편이 발견됐다.
이 중 특히 연화문 막새류는 백제적인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고 있으며 인접한 왕궁리유적이나 사비도성 출토품과 매우 유사하다. 이에 사비기 백제문화를 상징하는 도안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또한 금속공예품을 비롯해 사리공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제작기법의 정교함과 도안의 우수성을 갖췄을 뿐만 아니라 연대를 고정해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륵사지 전체 유물 중 가장 중요한 자료라 평가할 수 있다.

금동제 향로

통일신라시대 기와류로는 연화문·보상화문·국화문 수막새와 당초문 암막새, 인면문와, 명문와 등이 있으며, 청자와 백자(중국 당 수입) 등의 자기류와 등잔, 그리고 향로, 청동 거울, 청동 젓가락, 청동 수저, 청동 국자, 청동완, 청동병, 청동발, 청동 봉황장식, 청동추, 청동 말, 금동여래입상 등의 금속공예품, 철제 호등, 청동 말 재갈, 차관 등의 마구와 수레 부속구, 철제 모루, 도끼, 뒤꽂이 용범, 철제 약연, 납석제 인장, 목간, 석간 등이 발견됐다.
이 유물들은 백제시대에 비해 시대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기와의 출토 수량이 많으며, 그 중 완형의 비율이 높아 전시품으로 활용할 수 있는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불교 관련 금속공예품의 수량이 다른 시기에 비해 많은 편이다.

청자 받침

고려시대 유물로는 귀목문·초화문 암막새, 귀목문 수막새, 치미, 명문와 등의 기와류와 청동다리미, 족집게, 뒤꽂이, 청동불두, 청동종 등 금속공예품, 칠기, 나무신, 석제 벼루, 청자, 동전 등과 중국 수입품인 청자와 백자, 동전이 있다.
이 유물들은 그간 학계의 관심에서는 벗어나 있었으나,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청자는 제작수준이 높고 중국 당·송시기의 수입 도자도 상당량 포함돼 있어 이를 강조한 전시가 가능하다. 또한 사지에서 출토된 명문 기와의 절대 다수가 고려시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미륵사의 영건 양상을 잘 드러내는 자료이다.

조선시대 유물로는 서조문·용문 암막새와 서조문·봉황문 수막새, 각종 분청사기, 단지, 호, 완 등의 토기류, 납석제 주전자가 발견됐다.
이 유물들은 사역 북편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됐으며 분청사기와 기와류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