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11일 치러지는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익산지역 선거 분위기가 벌써부터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에 실시되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는 선거 지도·관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부정선거 방지를 위해 2011년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으로 도입된 제도다. 오는 9월 21일 선거관리위원회 선거위탁을 시작으로 내년 2월 19일 선거일 공고, 2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선거인 명부 작성, 2월 27일부터 28일까지 양일간 후보자 등록을 마치고 3월 1일부터 10일까지 선거운동을 거쳐 3월 11일 투표하게 된다.
익산지역에서는 익산농협을 비롯한 농협 12곳, 원예농협 1곳, 익산군산축협 1곳, 산림조합 1곳 등 15곳의 조합장이 새로 선출될 예정이다. 현재 잠정적으로 집계된 유권자만 3만여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 조합에서 자천타천으로 후보군에 오른 입지자들이 유권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벌써부터 보이지 않는 물밑작업 등 선거 분위기가 가열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익산지역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총선이라 일컬어지는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때까지 각 조합에서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들을 만나 출마 의사를 확인하고 각자의 포부 내지 각오를 전할 수 있는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1973년 설립돼 40여년간 왕궁지역의 발전과 지역농가들의 삶의 질 향상에 힘써 온 왕궁농협은 현 이종호 조합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상태다.
그간 왕궁농협을 이끌어 오면서 어느 누구보다 조합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 조합원들은 물론 지역주민 대다수의 칭송을 받고 있는 이종호 조합장이 후진을 우해 자리를 양보하기로 한 상황이어서 빈 왕궁조합장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에 대해 1,400여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왕궁농협 조합장선거를 두고 유력하게 후보군 물망에 올라 있는 인물은 5명 정도. 김조홍 전 익산농협 상임이사, 박영환 왕궁농협 이사, 박형선 전 왕궁농협 직원, 배정욱 왕궁면 주민자치위원장, 최병오 전 익산군산축협 이사가 출마의사를 밝히며 조합원들 사이에서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성명 가나다순).
이들은 농협에 오랜 기간 동안 근무하며 잔뼈가 굵은 농협맨이거나, 지역발전을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서며 입지를 탄탄히 다져 온 후보들이다.
한편 31년간 왕궁농협에서 근무했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조합장선거에 도전한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진 박형선 씨는 여러 차례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되지 않았다.

◇ 김 조 홍 전 익산농협 상임이사

“계파별 분열, 화합 이룰 터”

계파별로 분열돼 하나가 되지 못하고 있는 고향 왕궁면이 화합하는 계기를 만들겠다는 김조홍 전 익산농협 상임이사.

봉사를 통한 화합과 소통, 이것이 바로 왕궁농협 조합장선거 출마에 대한 그의 각오와 포부다.
직원에서부터 전무, 상임이사까지 38년 동안 익산농협에서 근무했던 그는, 당시 1조원이 넘는 자금을 가지고 조합을 운영했던 경험을 토대로 고향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는 각오다.

조합의 최우선과제로 조합원들의 소득증진을 꼽은 그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이 완료돼 활성화되면 많은 식품기업들이 입주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조합의 수익을 창출하고 조합원들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사업들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그 대표적인 예는 바로 주유소 사업이다. 그는 “지역 농가들이 사용하는 농기계도 상당수일 뿐만 아니라, 인근에 식품기업들이 입주하면 자연스럽게 유동인구 또한 많아질 것”이라며 “지역에 조합이 주유소를 설치해 수익을 얻고 이를 조합원에게 환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농촌에 위치한 작은 규모의 조합이 신용사업만으로는 살림을 꾸려나가는데 한계가 있고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신용사업 이외에도 농민들을 우선해 경제사업에 힘을 쏟아 조합원들의 삶에 도움이 되는 조합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청사신축이나 이전과 관련해서는 “당장 사업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면밀한 검토를 거쳐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설왕설래하고 있는 배정욱 주민자치위원장과의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는 “평소 뜻을 같이 해온 부분이 많다”면서 “상호 간 단일화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간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시간을 두고 결정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 박 영 환 왕궁농협 이사

“생산물 판매 책임지는 조합 되겠다”

현재 왕궁농협 이사이면서 왕궁면 이장단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박영환 이사는 조합원들은 물론, 주민들과의 친화력이 강점이다.

농사가 좋아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는 그는 천생 농사꾼이다. 그렇기에 농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농가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조합장에 도전하게 됐다. 9년 전 발병한 위암을 극복하고 두 세상을 살고 있다는 그는 “이권개입이나 정치적인 관계가 아니라, 어려운 농촌현실과 먹고살기 힘든 조합원들을 위해 봉사하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출마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간 여기저기 교육이나 농가현장을 많이 다녀봤지만, 현재 가장 큰 문제는 농사를 지어 제값을 주고 팔아먹지 못한다는 것”이라며 “신용사업도 중요하지만,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를 확보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궁농협 특화작물인 고추의 작목반 총무를 줄곧 해오고 있는 그는 “왕궁 고추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지만, 양질의 상품과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화해 더욱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면서 “수도작만 가지고 농가가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고추나 원예 등 별도의 작물을 재배해 수익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가의 생산에 대한 판매를 조합이 책임져야 한다”는 그는 “조합이 더욱 발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두가 아닌 운동화, 장화를 신고 논밭을 누비며 현장의 어려움이 뭔지 알아야 도울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또한 “점점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에서 주민 대부분인 노인들이 안정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텃밭사업이나 소규모 농가를 활용한 로컬푸드 사업 등 조합이 할 수 있는 사업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왕궁농협 청사와 관련해서도 “청사신축보다는 조합원 소득안정이 우선”이라며 당장 청사신축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 배 정 욱 왕궁면 주민자치위원장

“고향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각오로”

배정욱 자치위원장은 왕궁에서 태어나고 줄곤 자라온 왕궁토박이다. 그래서 마을 구석구석 그가 모르는 이들이 없고, 그가 모르는 일들이 없을 정도다.

지역의 궂은일을 앞장서 처리하는 일꾼으로 소문이 나 있는 그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와 불협화음에 대한 화합을 오는 3월 조합장선거에 도전하는 포부와 각오로 내세웠다.

현재의 농촌현실에 대해 “쌀농사만으로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진단한 그는 “농가들의 소득증대를 위해 다양한 특화사업을 펼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한 “현재 왕궁지역에서 특화작물로 재배되고 있는 고추의 경우 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인력해소방안을 강구해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말들이 오고가고 있는 왕궁농협 청사신축과 관련해서는 “현재 신축의 필요성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어려운 농촌현실 속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부분은 조합원들의 생계 안정”이라고 강조하면서 “신축을 위해서는 일단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현재 왕궁농협의 자력으로는 매우 힘든 상황이고, 중앙회 지원이나 기타 조건이 갖춰진다면 추후 조합원들의 의견에 따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추진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이 완료되면 클러스터 부지 내 상업·주거지역으로의 청사이전의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금 당장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역과 농가들을 위해 봉사한다는 각오로 조합장선거에 도전할 뜻을 품었다”면서 “조합장을 비롯해 조합 직원들과 임원들, 그리고 조합원들이 모두 하나로 힘을 합쳐야 어려운 농촌현실을 극복하고 지역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서 화합과 소통을 당부했다.

◇ 최 병 오 전 익산군산축협 이사

“무엇보다도 내실안정이 중요”

익산군산축협 조합장선거에 두 차례 도전했던 경험이 있는 최병오 전 익산군산축협 이사는 벼농사와 양돈을 병행하고 있는 농사꾼이다. 그는 “개인적인 명예나 지위가 아니라, 힘든 농가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해보겠다”며 조합장선거에 나서는 각오와 포부를 밝혔다.

그는 현재 농가와 농촌의 현실에 대해 “원가 이하의 생산물 판매나 수입 압력 등으로 소득 보장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무엇보다도 농가의 소득보장의 가장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왕궁농협이 오래돼 신축해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내실”이라고 강조하며 “현재 왕궁농협의 조합원 수나 사업규모를 감안하면 청사를 더 크게 신축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합원 다수의 뜻이라면 마땅히 검토해 추진해야 하겠지만, 현재 조합의 최대 과제는 청사신축보다는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들의 판로를 확보해 원활한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라며 “지금 현재보다도 이후를 대비해 조합에서 소비규모를 안정적으로 확장하고, 쌀 이외에 원예나 하우스작물 등의 특화작물을 개발하고 지원해 소득창출 경로를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농촌 인력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조합 차원의 인력센터사업 추진을 구상 중이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조합에서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인력을 동원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는 그는 “당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사업추진을 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 조합원들의 의견을 묻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쳐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