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 잠에서 깨어난 사리장엄, 최고의 가치

2009년 1월 14일, 회칠로 밀봉된 사리공 문을 열고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미륵사지 석탑 사리장엄.
백제 불교문화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국보급 문화재인 사리장엄이 1,400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안고 세상에 나타났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국보 제11호인 미륵사지 석탑의 보수정비를 위한 해체조사 과정에서 백제 왕실의 안녕을 위해 조성한 사리장엄을 발견했다. 1층 심주 상면 중앙의 사리공에서는 금제 사리호와 금제 사리봉영기, 은제관식, 청동합 등 다양한 공양품이 출토됐다.
당시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은 다른 사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다양한 종류가 일괄로 출토됐을 뿐만 아니라, 가공수법도 정교하고 세련돼 국보급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유물로 평가받고 있다.

미륵사지 출토유물 국가귀속 현황

금제 사리봉영기(金製舍利奉迎記)는 백제 왕후가 미륵사를 창건하고 기해년(639)에 탑을 조성,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발원문으로, 이로써 미륵사의 창건배경과 발원자, 그리고  석탑 건립연대 등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앞면에 9자씩 11줄로 99자, 뒷면에는 94자를 새겨 총 193자를 각자했으며, 글자의 내면에는 주묵(朱墨)을 사용해 글자의 선명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은제 관식

사리기(舍利器)는 금동제 사리외호(舍利外壺)와 금제 사리내호(舍利內壺), 유리제 사리병으로 구성돼 있는데, 금동제 사리외호는 높이 15cm로 뚜껑과 몸체에 연화문, 인동당초문, 연화당초문을 음각하고 여백에는 어자문이 빼곡하다. 내부에서는 내호를 비롯해 다양한 색깔의 유리구슬과 금제 화형구슬, 향분 등이 출토됐다. 금제 사리내호는 높이 5.6cm로 사리외호와 유사하지만 보다 간략한 문양을 음각했으며, 내부에서 유리제 사리병과 사리가 출토됐다. 유리제 사리병은 입술 지름이 4mm로 초소형이다. 발굴 당시 파손이 심한 상태였다. 금동제 사리외호와 금제 사리내호, 유리제 사리병 등 3중의 구조를 갖춘 사리기는 불사리를 담아 봉안한 사리용기이다.

해체 전 미륵사지 석탑

공양품으로는 청동합과 금제 소형판, 은제 관식, 유리판 등이 출토됐다.
청동합은 높이 4.6cm 내외의 크기이며 사리장엄에서 흔히 사리병과 함께 봉안되는 유물 중 하나이다. 크기가 각각 다른 원형합 6점이 수습됐으며, 내부에는 금제구슬 370여 점, 유리구슬 3,700여 점, 진주구슬 700여 점과 함께 금제판, 금괴, 곡옥, 호박 등이 들어 있었다.
금제 소형판은 길이 8.3cm 내외로 손가락 길이만한 얇은 금판 총 18개가 확인됐다. 이 중 3점은 각각 ‘中部德率支受施金一兩’, ‘下절非致夫及父母妻子(전면)同布施(후면)’, ‘凉’ 등의 명문이 새겨져 있어 개인이 사리봉안 의례를 지내면서 시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은제 관식은 길이 13.4cm 내외의 2점이 발견됐는데, 얇은 은판에 좌우 대칭의 도안을 그린 다음 끌로 오려내고 장식의 좌우를 접어 ‘∧자’ 모양으로 겹치게 만든 것이다. 하단에는 관모에 끼우도록 가삽부(加揷部)가 마련돼 있고, 중심(줄기) 최상단은 꽃봉오리모양을 표현했다.
유리판은 가로 23cm로 사리공에 맞춰 정방형으로 만들어졌는데 바닥에 깔아 그 위에 청동합과 구슬, 사리호 등 공양물을 차례로 안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리구슬과 함께 백제시대 유리 제조기술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다.

공양품으로 매납된 청동합

이같이 미륵사지 석탑에서 사리봉영기가 출토됨에 따라 미륵사의 창건 시기, 주체, 과정 등을 알 수 있게 됐으며, 특히 선화공주 설화에 대한 재검토가 현재까지 이뤄지고 있다. 또한 당시 최고의 기술이 동원된 금제 사리기와 함께 청동합과 은제관식, 유리 등의 다양한 종류의 공양품이 발견됨에 따라 백제 금속공예의 탁월한 조형성과 제작기법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나아가 기록된 생생한 명문을 통해 백제 불교공예 연구에 새로운 계기가 마련됐다. 특히 일괄유물은 백제의 7세기 연대를 연구할 때 가장 귀중한 편년 자료가 되고 있다.

청동합 내부 유물

이를 토대로 7세기 무렵의 백제는 동아시아 미술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적 역량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비록 그 기원과 형식을 중국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백제적인 특성으로 정착, 발전시킨 창의성을 살펴볼 수 있다고 하겠다.

◇ 사리장엄을 비롯한 출토 유물들, 도대체 어디에

사리장엄을 비롯해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유물 대부분은 국가귀속 처리돼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부여박물관, 국립전부박물관 등에서 관리·보존하고 있으며, 일부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서 위탁 보관하고 있다.
1960년대 발굴되거나 발견된 문화재는 국가귀속 처리돼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부여박물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1965년에 발굴된 소량의 연화문 와당은 국립중앙박물관에, 1960년대 발견 신고된 소량의 연화문 와당은 국립부여박물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담당한 1차 5개년 발굴조사에서는 인면문 막새가 출토됐고 2차 5개년 발굴조사에서는 연화문 연목와가 출토됐다. 이들 2만여 점의 유물들은 국립전주박물관에 국가귀속 처리됐고, 이중 1만9,048점은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서 위탁해 관리하고 있다.
3차 5개년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벽화편 1,104점은 조사기관인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 귀속됐으며, 2001년 발견 신고된 금동제 향로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서 관리하고 있다. 2009년 미륵사지 석탑 사리공 발굴조사에서 출토된 금제 사리봉영기 일체 684점은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관리·보존을 맡고 있다.

사리공 바닥의 유리판

미륵사지 발굴조사와 이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출토 유물 등의 성과는 백제 고고학과 미술사, 역사 연구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귀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2만여 점의 유물 가운데 현재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상설전시 중인 유물은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