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종합 > 특집기사 > 민선6기 박경철 호 출범 100일 점검2

민선6기 박경철 호 출범 100일 점검2

▲ 끝을 알 수 없는 무소불위

민선6기 박경철 호가 출범한 지 어느덧 100여일 지났지만, 그간 시정운영이 불통과 독단으로 이뤄진 것은 물론 의회와의 갈등으로 인해 주요 공약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아직까지도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는 주요 공약사업들이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익산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주요 현안들은 무엇인지, 앞으로 익산시가 원활한 시정운영을 위해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들여다보고 향후 4년을 내다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순서
Ⅰ. 공약의 허와 실
Ⅱ. 독단과 독선, 갈등
Ⅲ. 방향성

◇ ‘시민이 시장이다’가 아니라 ‘시민이 채무자다’

취임 이전부터 익산시의 부채문제 해결을 줄곧 강조해 왔던 박 시장은 지난 7월 8일 재정비상체제를 선포했다. 이날 시는 재정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부채현황 분석 및 부채상환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환수 가능한 재원을 확보해 재정의 안전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전부터 허울 좋은 말뿐이라는 항간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현재 시의 재정부담액이 7,824억원이라고 공표하며 다시 한 번 시민들의 혼란을 야기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생활편익시설 건립이나 주민숙원사업 추진에 차질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결국 시 재정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효과적인 산업단지 분양 대책이나 예산절감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아니라, 시민에게 돌아갈 기본적인 예산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어서, 이는 고스란히 시민부담의 몫이 될 것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 의회의 견제와 감시.. 발목 잡기로 치부

지난 7월 14일부터 25일까지 열린 제177회 임시회에서는 2014년도 주요업무 상반기 결산 및 하반기 계획보고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시청 일부부서 함열 이전과 광역상수도 전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회는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함열 이전은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하고, 현재 깨끗하고 안전한 수돗물을 두고 시민부담을 증가하면서까지 광역상수도 전환을 추진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이유로 두 가지 사업추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표명했다.

8월 25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린 제178회 임시회에서는 2014년도 제1회 추경예산안 심의가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함열 이전 및 광역상수도 전환 추진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 광역상수도 전환의 경우 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사안임에도 불구 공청회나 설명회 등 소통의 과정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점이 많은 지적을 받았으며, 실제 해당 상임위인 산업건설위원회는 현장답사와 간담회 등 면밀한 검토를 통해 현재 익산시의 수돗물이 안전한 상태임을 확인하고 전원합의로 해당 예산을 부결 처리했다. 함열 청사 이전 문제 또한 박 시장이 시민공감대 형성이나 의회와의 소통과정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을 추진했으며, 신중하고 철저한 준비 없이는 북부권 활성화라는 실효성을 검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당 예산이 삭감됐다.

이에 사업추진에 대한 의회의 발목잡기가 아니라, 박 시장에 대한 의회 본연의 정당한 감시와 견제였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10월 6일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 나선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 시간의 대부분을 의회와의 갈등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는 데 할애하면서 그간 벌어진 일련의 사태에 대해 박 시장은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법적공방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날 박 시장은 그간 많은 어려움들 중 가장 큰 장벽은 의회와의 갈등이었음을 밝히며 “의회가 부채 규모 논쟁에서부터 광역상수도 전환, 함열 청사 이전, 우남아파트 대피명령 등에 이르기까지 사사건건 반대해 시민과의 약속인 핵심 공약사업들을 시도조차 하지 못하게 방해해 왔다”고 주장했다.

◇ 뒤죽박죽 인사, 갈지자 행보

취임 직후인 지난 7월 7일 박 시장은 상하수도사업단장 승진인사와 홍보담당관을 비롯한 4명의 전보인사를 단행했다.

민선6기의 첫 인사이니만큼 시청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서기관 승진의 경우, 공직사회에서 예측하는 일반적인 인사권자의 재량권 범위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파격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취임 직후라는 시점과 이른바 발탁인사라는 점에서 각종 의혹과 함께 최측근 공무원 줄 세우기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홍보담당관의 경우에는 관련 규칙에 지방행정사무관으로 보임하도록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사무관을 배치했다. 이에 대한 지적이 일자 부랴부랴 시는 2개월 후인 9월 4일 관련 규칙을 개정했다.

이후 7월 31일 대대적으로 이뤄진 민선6기 첫 정기인사에서도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그동안 유지돼 온 관행을 과감히 탈피해 파격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하면서 15~20년 이상 승진하지 못 했던 공무원을 전격 발탁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있었지만, 적절하지 못한 직렬별 안배 및 배치와 주요 보직에서 한직으로 전보한 좌천성 인사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적잖게 흘러나왔다. 시청 내·외부에서 형평성 논란이나 전문성 문제가 제기되며 앞으로의 시정을 원활하게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우려가 흘러나왔다.

익산시공무원노조(위원장 김상수)는 바로 다음 날인 8월 1일 사내게시판에 ‘이번 인사가 과연 공정하였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서열, 업무추진실적, 조직 내 신망도, 직렬별 안배 등을 따지지 못한 뒤죽박죽식 인사였다고 단언한다”며 강하게 비판하면서 1인시위에 돌입했다.

이후 박 시장은 8월 11일 다시 갑작스레 5명의 자리를 옮기는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승진 발령을 받은 지 열흘 남짓 된 주택과장이 함열출장소장과 자리를 맞바꿨고, 주택관리담당을 비롯한 3명의 계장이 자리를 옮겼다. 이 같은 전보인사가 정기인사 직후 갑작스레 다시 단행되자, 해당 업무에 관한 전문성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고 허술하게 정기인사가 단행됐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십 년간 인사 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국·과장들을 비롯한 주위의 의견과 건의를 제대로 수렴해 결정했다면 발생하지 않을 혼란이었다는 지적이다.

◇ 무조건 나를 따르라

이후 박 시장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행태는 모현 우남아파트 긴급대피명령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일부 주민들의 호소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담당 국·과장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은 지난 9월 11일 긴급대피명령을 발동했다. 실효성 없는 이주대책만을 내놓은 채 성급하게 내려진 긴급대피명령으로 한순간에 보금자리를 잃게 된 주민들은 갈등과 불신만 더욱 커진 채 현재까지도 여전히 뚜렷한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시장은 지시사항 불이행을 관련 공무원 4명에 대한 감사를 지시하고 일부 공무원을 징계 처분했다. 전 주택과장과 전 주택관리담당, 현 주택과장과 현 안전총괄과장 등 4명이 박 시장의 지시로 인해 감사를 받았으며, 전결사항의 보고 등 위반과 법령 및 직무상의 명령 준수 미이행 등으로 전 주택과장과 전 주택관리담당이 훈계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부당한 명령이라도 듣지 않으면 신분상 불이익을 받는다는 선례를 만들었다는 지적을 초래했다. 박 시장이 긴급대피명령과 관련해 해당 전·현직 과장과 휘하 직원에 대해 명령불복종을 이유로 감사를 붙인 것은, 독단과 독선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 사상 초유, 도대체 어디까지

시장을 제외한 정치인 축사 금지와 이로 인한 시의회 의장의 폭언, 시정 질문 공무원 전원불참.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익산에서 벌어진 사상 초유의 사태들이다. 그 중심에는 박경철 시장이 있다.

이 같은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게 된 발단은 지난 9월 26일 있었던 국립익산박물관 건립 관련 세미나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춘석 의원은 축사를 통해 고도익산의 정립과 국립익산박물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며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강한 질타를 쏟아냈고, 참석한 이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후 박경철 시장은 앞으로 각종 행사에서 자신을 제외한 정치인들의 축사를 생략할 것을 지시했다.

같은 날 오후 익산평생학습축제 개막식에서 박 시장 이외의 축사는 모두 자취를 감췄다. 시의회를 대표해 조규대 의장 대신 참석한 송호진 기획행정위원장은 축사 대신 담당 공무원의 사과를 받는 처지가 됐다.

저녁 익산예술제 개막식에서는 이미 계획된 행사 주최 측의 일정과 담당 공무원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박 시장의 지시가 또다시 내려졌다. 주최 측과의 협의 끝에 결국 박 시장과 조 의장의 축사를 진행하기로 결정이 났고, 결정된 대로 축사가 진행됐다.

다음 날인 27일 익산 프로줌마 페스티벌 개막식에서는 다시 박 시장을 제외한 조 의장의 축사 순서가 사라졌다. 조 의장은 당일 오전에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축사가 순서에서 빠졌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행사 주최 측이 의장실을 방문해 행사에 참석해서 축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준비를 하고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축사는 빠진 상태였고 황당한 상황을 맞이한 조 의장은 “그동안 당연히 행해졌던 기본적인 의전을 행사 주관 단체에 시에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이유로 시장이 일방적으로 식순을 조정하는 것은 갑의 횡포”라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폭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익산시는 9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통해 “조규대 의장이 박경철 시장에게 폭언을 한 사태에 대해 중대 상황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진정성 있는 공개사과와 함께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또한 박 시장은 요구사항이 관철되기까지 불참한다는 사유를 들어 지난 10월 1일 제179회 익산시의회 제1차 정례회 시정 질문에 자신은 물론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의 불참을 지시했다. 결국 의회는 계획된 시정 질문을 하지 못하고 산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시민을 위하는 일이 아닌 일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기로 결정한 바 있었던 의회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즉각 대응에 나섰다. 10월 1일 오전 10시 열렸던 제179회 제1차 정례회에서 의회는 시장 및 관계 공무원들이 전원 불참하자 11시까지 정회를 선포하고 재차 참석요청 공문을 보냈으며, 의원들 간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후 오전 11시 본회의를 속개하고 여전히 박 시장과 관계 공무원이 참석하지 않자 의회는 박 시장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어 11시 40분에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의회는 “독단과 독선, 일방통행으로 일관한 3개월, 의회민주주의와 지방자치에 역행하는 박경철 시장의 반성과 공개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조 의장은 “박 시장의 취임 이후 3개월은 오로지 일방통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익산시의회는 그동안 끊임없이 대화와 소통을 위해 노력해 왔고, 박 시장의 본회의 불출석 통지에도 불구하고 집행부를 행정의 파트너로 생각해 의사일정과 시정 질문의 일방적인 일정 변경, 행정사무감사 불참 등에 대해 최대한 협조했으나, 오늘 시장을 상대로 하는 시정 질문에 박 시장 본인이 불참함은 물론이고 부시장을 비롯한 관계 공무원까지 참석하지 못하도록 지시를 내린 사상 초유의 사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