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산, 낙후, 명품 부족.. 기본 체제 재정비 필요

출토유물 보존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은 유물의 분산 보관이다.
실제 출토유물 중 다수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보관 중이지만, 학술적 가치 및 전시 활용도가 높은 주요 유물은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문화재연구소,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에 분산돼 있기 때문에 효율적인 보존·관리에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현재 분산돼 있는 출토유물들을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모아서 일원적으로 전시·관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관리 및 활용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경우 전시공간이 협소해 대부분의 유물이 수장고에 격납 중이며, 좁은 공간에 다량의 유물을 수장하고 있어 유물 관리에 효율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또한 실제 전체 출토유물의 약 7%만이 전시되고 있어, 시민들이 미륵사지에 대해 심도 있게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에 수장고의 규모를 확장해 전시 및 연구에 필요한 유물의 검색과 열람이 보다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물 관리의 환경적 측면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난다. 발굴유물 가운데 적정한 온습도 유지가 필요한 금속유물, 벽화편 등이 다수 포함돼 있으나 전시 및 수장 환경이 낙후돼 있어 어려움이 있다.
사역 북편 통일신라 공방 및 고려건물지에서 50점, 동원 승방지 내·외부에서 135점, 사역 북편에서 56점, 서탑에서 30여 점 등 다량의 금속 유물이 출토됐다. 이들 유물 중에는 보존처리가 완료된 유물도 있고 보존처리 중에 있는 유물도 있는데, 유물의 안전한 보존 관리를 위해서는 온도 및 습도 조절 등 과학적 보존 환경 하에 유물이 보존될 필요성이 있다. 보존처리를 거친 유물인 경우에도 일정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추가 보존처리가 필요하므로, 장기적으로 박물관 직원 중 보존과학 전문가가 확보돼야 한다.

아울러 미륵사지 출토유물 가운데 국보급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금동향로와 서탑에서 출토된 사리장엄 일괄 유물 정도에 불과하다. 이른바 명품이라고 칭할 수 있는 유물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사실.
사지 출토유물이 일반적으로 그러하듯이 미륵사지유적에서 발굴 조사된 유물에는 백제시대 유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통일신라·고려·조선시대 유물이 누대구조로 매장돼 있다가 발굴돼 여러 시기의 유물이 혼재돼 있는 상태이다. 아울러 유물 대부분이 기와편이나 토기편 등 토제 유물이며, 완형보다는 파편 상태로 출토된 것이 많고 잔존 상태가 불량해 전시 활용에는 한계가 있는 경우가 많다.
미륵사지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최근 서탑에서 발견된 사리장엄구를 제외하면 기와나 토기 등 토도류 유물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백제시대 뿐만 아니라 통일신라와 고려, 조선시대 사지 출토유물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므로 유물의 특성에 맞는 전시공간의 개편이 필요하다.
최근 서탑에서 출토된 사리장엄구는 별도의 전시공간을 마련해 명품 위주의 감상용 콘셉트로 전시를 하며, 다수의 사지 출토유물은 백제시대를 중심으로 하되 교육적인 콘셉트의 전시로 재편하면서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관람객의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
아울러 출토유물의 전시 뿐 아니라 미륵사지 유적 자체의 이해를 돕는 전시기법의 개발이 필요하고, 상설전시관 내에 일부 공간을 할애해 다양한 주제의 특별전이나 테마전을 실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전시 활성화의 방안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전시관 기본 체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상호 분리된 전시, 조사연구, 유물관리 기능의 일원화를 통한 박물관의 기본 체제의 재정비가 필요하다.
박물관의 체계적인 운영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장품의 충실한 확보와 이에 대한 조사 연구, 이를 기반으로 한 전시 및 교육이 연속적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익산지역의 유물은 현재 국립전주박물관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미륵사지유물전시관 등에 분산돼 있으며 지역의 여타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은 인근의 대학박물관 등에서 보관 중이다.
또한 조사 연구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인근 대학박물관이나 발굴전문법인에서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실정이며, 주요 명품 유물의 전시는 국립전주박물관에서 하고 있고 익산시의 왕궁리유적전시관과 마한관, 입점리고분전시관 등에서도 해당 지역 출토유물의 전시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미륵사지전시관의 운영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물관리, 전시, 조사연구의 통합적인 체계화를 위한 종합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 종합적 조사 연구 부재.. 미륵사지유물전시관 지원 확대해야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는 1~2명의 학예연구 인력이 전시·유물관리·박물관 교육 등 전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미륵사지 출토유물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 연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미륵사지유적 및 출토유물의 중요성 및 관람객의 규모를 감안한다면, 현재 인원으로는 정상적인 업무의 수행 즉, 2만여 점에 달하는 미륵사지 출토유물의 관리와 내실 있는 상설전시 운영, 다양한 특별전시의 개최, 관람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의 개발 및 운영 등의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최소 3~4명의 학예 전문 인력의 확보가 필요하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한다면 백제고고학 중 사원 및 기와, 토기 전공자, 한국고대사 중 백제사, 한국고대 금속공예사 등의 세부 전공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박물관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의 운영을 전담할 에듀케이터의 확보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익산시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미륵사 복원 사업의 일환으로, 미륵사 복원 정비를 위한 고증연구 로드맵을 작성 및 고증 기초조사, 정비개선 방안 도출을 위한 정비 기본계획 수립 등의 연구를 추진한 바 있다. 이는 미륵사 복원 고증연구의 결과에 따른 후속·심화연구 단계로 이어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연속 사업의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륵사 복원 차원의 연구 뿐 아니라 미륵사지 출토유물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 연구도 아울러 수행될 필요가 있으며, 출토유물을 소장하고 있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과 익산시가 주체가 돼 심도 있는 연구 사업을 주체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비 증액이 관건이다. 4급 상당 국립지방박물관의 연간 사업비가 15억 원 내외인 점을 고려한다면,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유사한 규모의 사업 예산이 확보돼 재정적인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은 유적 속에 전시관이 위치해 있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시관과 유적을 연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관람객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역민이나 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과 유적지를 찾는 관광객 대상 프로그램, 아울러 수학여행을 비롯한 단체 관람객을 위한 프로그램 등 관람객의 특성에 맞는 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의 개발과 운영이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