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적 타당성

현재의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국립박물관으로 전환하거나 국립익산박물관을 건립하는 데 관계되는 법령으로는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등이 있다. 이들 법령들이 규정하고 있는 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이 법은 박물관과 미술관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 박물관과 미술관을 건전하게 육성함으로써 문화·예술·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향유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해 제정됐다. 미륵사지유물관의 경우, 이 법 제12조 제1항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사회의 박물관자료 및 미술관자료의 구입·관리·보존·전시 및 지역문화 발전과 지역주민의 문화향유권 증진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박물관과 미술관을 설립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건립된 공립박물관이다.

이 법 제10조에 의하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문화유산의 균형 있고 효율적인 수집·보존·조사·연구·전시 및 문화향유의 균형적인 증진을 꾀하기 위해 필요한 곳에 국립중앙박물관, 국립민속박물관 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지방 박물관 및 지방 미술관을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미륵사지전시관을 국립박물관으로 전환하거나 국립익산박물관을 건립함에 있어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상의 문제는 따르지 않는다.

#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이 법은 우리 민족의 문화적 자산인 고도(古都)의 역사·문화·환경을 효율적으로 보존·육성함으로써 고도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주민의 생활을 개선해 고도를 활력 있는 역사문화도시로 조성하는 데 기여하고자 제정됐다.

고도의 정의에 대해서는 제2조에서 과거 우리 민족의 정치·문화의 중심지로서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지닌 경주·부여·공주·익산,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지역으로 규정하고 있어 익산을 포함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고도로 지정된 경주·부여·공주·익산 4개 도시 중 익산만 국립박물관이 존재하지 않아 지역에서 출토된 유물들의 관리·보관·전시가 용이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국립경주박물관(1915년 조선총독부박물관 경주분관 개관)과 국립부여박물관(1939년 조선총독부박물관 부여분관 개관)의 경우 1945년에, 국립공주박물관의 경우 1973년에 개관해 운영하고 있다. 이후 국립지방박물관은 각 도에 1개 국립박물관을 설립한다는 방침에 따라, 현재 국립광주박물관(1978년), 국립진주박물관(1984년), 국립청주박물관(1987년), 국립전주박물관(1986년), 국립대구박물관(1994년), 국립김해박물관(1998년), 국립제주박물관(2001년), 국립춘천박물관(2002년), 국립나주박물관(2013년) 등이 건립돼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충남 부여와 공주, 경남 진주와 김해 등 예외적인 부분이 있어,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특별법상 고도로 지정된 익산에 국립박물관을 건립하는 문제는 정책적인 사항으로 판단된다.

#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이 법은 공유재산 및 물품을 보호하고 그 취득·유지·보존 및 운용과 처분의 적정을 도모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 법 제19조에 의하면, 행정재산은 대부·매각·교환·양여·신탁 또는 대물변제하거나 출자의 목적으로 하지 못하며 이에 사권을 설정하지 못하지만, 행정재산의 용도와 성질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 또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양여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따라서 미륵사지전시관의 토지, 건물 및 기타 행정 재산을 국유로 전환하는 데 법적인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미륵사지전시관이 소장하고 있는 2만여점의 유물 중 대부분은 국가귀속 발굴매장문화재이다. 이 문화재들은 미륵사지유적에서 발굴조사를 통해 출토돼 이미 국가귀속 절차를 거쳐 소유권이 국가에 있는 유물이며, 현재 위탁관리 협약을 통해 미륵사지전시관에서 관리하고 있는 상태이므로 별도의 소유권 변동 절차는 요하지 않는다.

다만 이 유물들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국립전주박물관에 보관 의뢰된 유물이기 때문에, 향후 국립익산박물관이 건립되면 보관처 변경이 필요하다.

기타 기증 및 구입 유물은 미륵사지전시관이 소유권을 보유한 행정재산으로 해석되며, 이에 대한 이관은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의거해 지방자치단체에서 국가로 소유권을 변동시킬 수 있다.

◇ 정책적 타당성

고도인 익산의 문화자원 및 출토유물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고도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서 정한 우리나라의 고도보존지역은 현재 경주·부여·공주·익산 등 4곳인데, 이 중 익산만 유일하게 국립박물관이 없으므로 국가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현재 미륵사지유물전시관 건축연면적은 2,356㎡로 타 지역 국립박물관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기 때문에, 전시관 운영예산의 증대를 통한 전시·교육·관람 등의 질적 제고와 박물관 관련 전문직의 운영 및 인력 증대를 통한 효과적인 운영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미륵사지유물전시관에 소장돼 있는 2만여점의 유물과 특히, 2009년 1월 미륵사지석탑 해체 중 출토된 사리장엄구 등 국보급 유물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보존·관리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한 고도보존지구인 익산에서는 향후 중요한 백제시대 유적과 유물이 조사될 전망이지만 현재로서는 이를 체계적으로 보관·관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따르기 때문에, 미륵사지유적 출토유물 뿐만 아니라 익산지역의 백제문화재 및 불교문화재를 체계적으로 관리·보관할 수 있는 수장고 설치를 통해 각 시대별·재질별 유물을 정리해 연구 자료로 제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갖춘 박물관이 건립돼야 한다.

이를 통해 백제문화의 우수성을 계승 발전시키고 유물의 격에 맞는 전시 및 교육을 통해 역사 문화 관광자원의 활성화를 도모해야 한다.

또한 익산은 고대의 역사 경관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역사도시라는 장점이 있다.

익산은 백제시대의 중요 중심지 중 하나이며, 지배세력의 거처 공간인 궁전, 의례 공간인 사찰, 방어시설인 산성, 그리고 사후 거처인 능묘 등의 조합이 어느 고대 역사도시보다 복합적으로 잘 갖춰져 있다.

특히 해당 문화유산 모두 중세 및 근세, 근대 도시의 도심부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 누대적인 개발의 영향에서 빗겨나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따라서 백제시대 당시의 역사·문화적 환경이 살아있는 경관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향후에도 유적 주변에 미륵산·용화산·금마산·오금산 등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문화재보호법 이외에 자연보호법·산림법 등 기타 법규로도 문화유산은 물론 주변 환경까지도 보존이 용이한 가치 있는 지역이다.

이처럼 고대 역사도시로서의 원형 경관을 유지하고 있는 익산은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으며, 역사 경관과 유적 그리고 관련 유물이 결합된 수준 높은 박물관이 요구된다.

아울러 익산은 미륵사지유적을 중심으로 형성된 백제문화의 전시·조사·연구·교육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경향의 전문 박물관 건립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건립될 국립익산박물관은 한국고대사의 전개과정에서 백제의 중심지 중 익산의 고대 문화와 불교문화가 최대한 반영된 전시 기능과 함께, 이 지역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던 자연·역사·문화 환경 등을 총체적으로 조사·연구하는 박물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조사·연구를 통해 자료의 수집과 보존, 그리고 이를 통한 교육체계를 마련해 익산지역의 백제문화와 불교문화를 이해하는 박물관으로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