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 보급의 선두주자.. 시민들 사이 인기 만점
열정과 노력 똘똘뭉쳐.. 감동의 첫 단독공연 펼쳐져

◇ 설렘, 흥분, 감동

화려한 조명 아래 줄지어 선 북들. 그 위를 오고가는 경쾌한 손놀림.
직접 북을 두드려 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 알 수 없을 듯한 느낌이다.
깜깜한 공연장 안, 조명이 하나 둘씩 켜지고 “두둥, 두둥” 이내 북소리가 객석을 가득 채운다. 머리카락이 쭈뼛하다.
공연 내내 본연의 목적인 카메라 셔터도 뒤로한 채, 귀로 눈으로 무대 위를 훔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 왔는지를 알기에,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기에, 그 손놀림 하나하나가 한결 가까이 다가왔다.
직장생활의 바쁜 시간을 쪼개어, 또는 가족들의 뒷바라지를 잠시 뒤로 미뤄둔 채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겨 북소리를 맞춰 온 그들이다.
하나의 장단을 맞추기 위해 구음으로 소리를 내고, 손으로 박자를 치며, 귀로 서로의 소리를 듣고, 서로 눈을 마주치며 호흡을 맞춰왔을 터.
그러기를 수십 회, 또 다음날 반복하기를 수십 회, 그렇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가락 하나하나가 몸에 저절로 익어 맞추는 것에 급급한 것이 아닌 무아지경(?)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
생애 첫 공연을 앞두고 있는 터라, 혹여 실수가 나오더라도 티 나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정도가 되기 위해서는 연습 또 연습뿐이다.

지난 11일 저녁, 솜리에서는 그 첫 공연의 설렘이 그대로 전해졌다.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누군가는 박자를 따라가지 못해 혼나고, 누군가는 일에 치여 연습을 함께 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남편의 질투 아닌 질투를 받으며, 각기 혼신의 노력을 다해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이 충분히 느껴졌다. 귀로 들려오는 가락이 흥을 돋우며 시간이 가는 줄 몰랐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날 공연은 1부 전통가락과 현대리듬이 혼재돼 다양한 연주형태를 선보인 ‘굿타(Good-打)(김정숙 외 17명)’로 시작됐다. 좌중을 압도하는 북소리에 관객도 무대에 선 단원들도 모두 긴장감이 팽팽했다.
이내 경쾌한 리듬에 기장이 서서히 풀리며, 공연장 안이 여유를 찾았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추임새에 박수 소리,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들썩이는 기운에 생기가 느껴졌다.
이어 따뜻한 봄날 아름다운 여인들이 한손에 합죽선을 들고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흥춤(김혜옥, 김미숙)’, 밀양아리랑과 뱃노래 등의 ‘경기민요(조경숙)’, 화려한 가락과 춤사위로 호남우도농악 개인놀이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선반설장고(차자연, 김유미)’, 어디로갈거나와 칠갑산, 목포의 눈물 등의 ‘대금 연주(박상영)’, 귀에 익은 대중가요에 열정과 신명을 모아 판을 구성한 ‘어울림난타(소병숙 외 15명)’가 펼쳐졌다.
특히 가수 오렌지캬라멜의 ‘상하이로맨스’와 싸이의 ‘강남스타일’ 등 리듬감 있는 유행가에 맞춰진 난타 소리에 공연을 찾은 어린이들의 호응이 굉장했다. 무대와 객석이 한 호흡으로 악기를 두드리며 1부 순서가 마무리됐다.

이어진 2부는 호남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르고 씩씩한 느낌의 ‘영남사물놀이(이관용 외 13명)’가 문을 열었다. 프로 못지않은 풍물꾼들의 손놀림과 신명나는 쇠놀음이 절로 발로 바닥을 구르게 했다.
이외에도 동백타령과 진도아리랑 등의 ‘남도민요(김혜옥)’, 모듬북을 이용해 전통장단을 변형시켜 다양하게 리듬을 표현하고 역동적인 동작과 개인기로 짜임새 있는 구성을 보여준 ‘모금북의 향연-천년의 두드림(박수경 외 5명)’, 농악 소고놀이의 독특한 춤사위와 가락을 짜임새 있게 구성해 무대화한 ‘소고춤(조경숙 외 4명)’, 사물놀이의 형태를 악기를 메고 상모를 쓴 채 판굿의 형태로 진행되는 ‘선반사물놀이(박보현 외 6명)’가 펼쳐졌다.

◇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그들

지난 2007년 창단 이후 매년 수십 회가 넘는 공연으로 시민들을 찾아갔던 서동난타는 이번에 처음으로 단독공연을 마련했다.
지역을 대표하는 각종 축제는 물론 각종 기념행사에 단골로 초청돼 펼치는 한두 꼭지의 공연으로는 단원들의 갈증을 해소할 수 없었기 때문.
시민들에게 인기가 많은 만큼, 단원들의 의욕과 열정도 대단하다.
이에 서동난타를 이끌고 있는 차자연 대표는 이번에 첫 단독공연을 준비하게 됐고, 기획에서부터 홍보, 섭외, 무대 준비, 공연 연습까지 모든 부문을 단원들과 함께 이뤄냈다.

그동안 시민을 위한 전통문화 보급과 창작활동을 통한 공연 및 연구발표를 해 왔으며, 매년 전국대회 참가로 익산시의 위상을 홍보하고 타 도시와 전통문화를 교류해 온 서동난타는 익산의 전통문화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등2동 주민센터에서 매주 화·목요일 진행되는 주민자치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북소리를 전파하는데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것 외에도, 영등동에 연습실을 마련해 매주 화·목요일 정기 연습 이외에 모듬북, 호남우도 설장고, 진도북 등 전통가락을 가르치고 실력을 키워 공연에 접목하는 등 전통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익산을 흥겨움이 가득한 도시로 만들어 나가고 있는 서동난타는 오직 시민들로만 구성돼 시민들을 위한 공연을 펼쳐 나가며,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차자연 대표는 “서동난타는 시민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공동체의식을 향상시키며 실천하는 단체로 건전한 놀이문화 창달과 전통문화보급을 목적으로 탄생했다”면서 “전통문화의 힘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내자는 자신감으로 뭉친 시민들에 의해 익산시를 신명나는 도시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 미니인터뷰 - 차자연 대표 >

2007년 창단 후 지금까지 타악예술단 서동난타를 이끌어 온 차자연 대표.
바로 전날 저녁 벅찬 공연을 마치고 기운이 다소 떨어질 법도 한데, 그의 얼굴은 완연한 봄날이다. 덕분에 어제 정말 좋은 공연으로 힐링했다는 인사에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는다.

지난 12일 오후, 영등동에 위치한 연습실 인근의 꽃집에 있다는 그를 만났다.
그가 난타를 처음 접한 것은 결혼한 직후인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광대학교병원에서 근무하던 그는 난타를 비롯해 국악에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평소 국악에 관심이 많았던 남편의 북소리가 계기가 됐다.

그의 남편은 당시 국악에 푹 빠져 주말마다 연습과 공연을 이유로 가족과 함께 하지 못하기가 일쑤였다.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요. 평일 내내 일만 하다가 주말이나 돼야 겨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는데, 남편은 거의 매주 마다 장구치고 북치고 하러 다녔던 것 같아요.”

남편을 포함해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보내고픈 그는 두세 살의 어린 아이들을 안고 남편을 따라 나섰다. 남편을 따라 연습실을 찾고 공연장을 찾으면서, 남편이 왜 이것에 빠져 있는지 자신도 알게 됐다는 그는, 이후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장구를 치고 북을 치는 재미에 빠져 원광디지털대학교 전통공연예술학과에 편입하기에 이른 것.

이후 전통국악을 배우며 특히 난타의 매력에 심취한 그는, 난타를 통해 익산시를 바꿔보자는 생각으로 지난 2007년 ‘타악예술단 서동난타’를 창단했다.

현재 그는 교육청에 등록된 강사로 지역 내 학교와 영등2동 주민센터에서 난타를 가르치고 있으며, 영등동 소재 연습실에서 난타는 물론이고 사물놀이와 진도북놀이, 소고춤, 전통무용 등을 가르치고 공연을 펼치며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어 익산의 전통문화 전도사로 불리고 있다.

“남편의 만점 외조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서동난타를 이끌어 가고 있다”는 그는 “이번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하며 열정을 보여준 단원들에게 정말로 고맙다”면서 감사를 표했으며, “누구나 무대 위에 서고 싶은 욕심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이 선행돼야 한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