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관리 운영의 필요성

현재 익산지역에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 전라북도 도립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외 왕궁리유적전시관과 마한관, 입점리고분전시관 등이 익산시 시립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 전시관들은 익산지역에 소재한 중요 유적과 관련된 지역에 개설된 것으로, 그 성격 면에서도 왕이나 중앙정부와 관련된 거대 사찰인 미륵사, 궁궐터로 알려진 왕궁리유적, 주요 세력의 무덤인 입점리고분군이라는 점에서 서로 긴밀히 연관돼 있다.
따라서 백제 후기의 역사와 문화를 총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관리 운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립익산박물관을 추진할 경우,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첫 번째 단계는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증·개축해 국립박물관으로 전환한 후 어느 정도 안정된 체계와 운영기반과 체계를 마련하는 것.
그 이후 다음 단계로는 왕궁리전시관과 마한관, 입점리고분전시관을 모두 통합해 명실상부하게 익산지역의 백제문화를 중심으로 한 고대 문화를 다루는 국립익산박물관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륵사지전시관을 중심으로 3개의 개별 전시관을 별도 운영하는 것이 인력과 조직 및 시설 운영상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을 고려해, 해당 유적에서 출토된 실물 중심의 전시는 미륵사지에 있는 국립익산박물관으로 통합시키는 한편, 왕궁리전시관과·마한관·입점리고분전시관은 유적 관람의 이해를 돕는 유적전시관의 개념으로 별도 운영하는 방안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 풍부한 유물 바탕으로 한 특성화

국립중앙박물관 소속 11개 국립지방박물관은 모두 해당지역의 문화를 중심으로 특성화한 것으로, 단일 유적을 대상으로 한 박물관은 현재 없다.
예컨대 국립경주박물관은 경주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라문화, 국립부여박물관은 사비시기 백제문화, 국립공주박물관은 웅진시기 백제문화,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문화 등으로 특성화돼 있다.
국립익산박물관의 경우 또한 익산지역의 백제 고대문화로 특성화가 가능하며, 이로써 국립지방박물관으로의 편성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익산지역은 백제문화를 특성화해 미륵사지유물전시관과 왕궁리유물전시관, 마한관, 입점리고분전시관의 전시유물을 통합할 경우, 전시유물의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찰 출토유물 중심인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의 유물들에 왕궁리유적의 궁궐지 및 입점리고분의 출토품이 보완될 경우, 익산지역의 백제문화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상설전시를 조성하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향후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특별전시를 개최하는데도 이점이 있어, 수준 높고 풍부한 전시품을 기반으로 한 상설전시 및 특별전시는 박물관의 운영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진다.

또한 단일 유적이 아닌 익산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한 국립익산박물관은 학술조사 연구 부문에서도 유리하다.
익산지역은 미륵사지유적과 출토유물을 포함, 이미 조사가 진행된 왕궁리유적과 입점리고분군 뿐만 아니라 국보 3건, 보물 6건, 사적 6건 등 다수의 중요 문화유적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왕궁·미륵사지 권역과 입점리 권역으로 나뉘어 다수의 유적이 분포해 있다. 이에 대한 향후 지속적인 조사와 연구를 통해 그 성과를 전시 및 박물관 교육과 연계시킬 수 있고, 또한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은 박물관 소장품의 질과 양을 크게 제고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고려해야 할 부분은

하지만 현재 4개 전시관의 분산 관리와 시립전시관의 자율적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미륵사지유물전시관과 왕궁리유물전시관, 마한관, 입점리고분전시관 등을 하나의 국립익산박물관으로 통합 관리할 경우, 행정적인 통합은 용이하나 물리적으로 분산된 4개 박물관을 운영하는데 따르는 인력 및 예산의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4급 상당의 국립지방박물관에 해당되는 인력과 예산으로 미륵사지유물전시관과 3개의 작은 규모 박물관을 함께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기존의 국립지방박물관 중에는 하나의 박물관 내에 다시 4개의 분관 형태를 두는 개념으로 운영된 사례가 없으므로, 관리 및 운영 체제에 대한 심도 있는 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3개의 전시관을 유적전시관 형태로서 국립익산박물관과는 별도로 현행 체제를 유지하는 대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또한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제외한 왕궁리유물전시관과 마한관, 입점리고분전시관은 모두 시립박물관의 형태로 자율 운영되면서 나름의 기반을 잡고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일시에 이를 국립박물관으로 통합 관리할 경우 여타 공립박물관의 사기를 저하시킴으로써 공립박물관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이와 더불어 해당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 중심의 전시는 국립익산박물관으로 통합시키고 복제품 중심의 유적전시관으로 별도 운영할 경우, 유적전시관의 전시 및 박물관 교육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침체될 우려가 있다.

아울러 국립익산박물관이 신설될 경우, 백제문화를 동일한 맥락에서 다루고 있는 국립부여박물관이나 국립공주박물관과의 차별성을 어떻게 부각할 것인가 하는 문제 또한 동반된다.
하지만 국립부여박물관은 사비시기 백제문화를, 국립공주박물관은 무령왕릉 출토품을 중심으로 한 웅진시기 백제문화를 다룬다는 점에 비춰 이를 해결할 수 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익산지역에서 나타나는 백제문화의 특성을 기반으로, 이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사비시기 부여지역과 구분되는 익산지역의 문화적 특징이 학술적으로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익산지역 백제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학술 조사연구를 기반으로 한 전시나 교육 등 박물관의 구체적인 활동에서 실질적으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 국립익산박물관이 해야 할 일

국립익산박물관의 역할로 가장 먼저 대두되는 것은. 미륵사지유적의 조사 연구 및 출토유물의 전시이다. 아직 조사가 완결되지 못한 미륵사지유적에 대한 장기적인 학술 발굴조사를 추진해, 여기에서 비롯된 학술 발굴의 성과들을 지속적으로 박물관의 상설전시 및 기획전시, 그리고 교육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미륵사지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을 체계적으로 전시함으로써, 찬란했던 백제 불교 문화를 관람객들에게 전시하고 통일신라·고려·조선시대에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불교문화의 전통을 제시해야 한다.

이울러 백제시대 익산의 역사 문화에 대한 조사 연구 및 전시가 필요하다.
익산지역은 미륵사지유적을 비롯해, 쌍릉·왕궁리유적·마룡지·미륵산성 등 다수의 백제시대 유적이 분포해 있다. 이러한 문화유적 및 유물을 중심으로 백제시대 찬란한 익산 문화를 전시를 통해 체계적으로 구현할 필요가 있고, 아울러 익산지역에서 기존 발굴 조사됐던 유물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새로운 유적의 발굴 조사와 연구를 통해 백제문화의 새로운 면모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사비시기 부여지역의 문화와는 구분되는 익산지역 백제문화의 특성을 규명해야 한다.

또한 익산지역에서 꽃 피었던 백제문화를 인근 부여와 공주의 사비문화 및 웅진문화와 대비해 전시함으로써, 상호간의 문화적인 유사성과 차별성의 이해를 도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타 지역과의 문화교류 양상을 파악할 수 있도록 비교전시가 이뤄져야 하고, 한성백제의 문화도 함께 다뤄질 필요도 있다.
이로써 익산지역에서 독창적인 백제문화를 형성될 수 있었던 역사적 배경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익산지역은 선사시대부터 한반도의 다른 지역뿐 아니라 주변국과도 밀접한 문화 교류를 유지했다. 이러한 대외 관계는 주로 금강이 주요한 매개가 됐는데, 이를 통해 외부의 선진 문화를 해양을 통해 쉽고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며 이를 다시 외부의 타 지역에 문화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리적인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외부와의 문화 교류 흔적, 특히 미륵사지나 왕궁리유적 그리고 입점리고분군에서 출토된 외래 유물을 통해 이 지역 문화의 국제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외에도 국립익산박물관은 미륵사지유적과 함께 분포하고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륵사지석탑을 중심으로 한 전체 유적을 야외 전시장으로 조성해 관람객이나 일반인들이 전시장에서 접했던 유물을 바로 유적 현장에서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쌍방향 전시 환경을 구축하고, 유적에서 직접 다양한 형태의 교육과 문화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개념의 야외 체험형 박물관이 되도록 해야 한다.
전시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익산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전시·연구해 한국 고대사의 전개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익산의 백제문화 및 불교문화를 전시하는 공간으로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제시대 익산지역은 금강을 통해 중국의 선진문화를 수용하던 양상을 보여 줌으로써, 활발한 대외교류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미륵사지유적의 석탑에서 출토된 장식 문양에서 보이는 중국적 요소나 왕궁리유적과 입점리고분군에서 출토된 중국제 청자 등은 백제문화의 국제성을 입증하는 좋은 자료이다. 이를 통해 인접 지역의 문화를 수용하는 한편, 지역의 우수한 문화를 발전시켜 주변 지역에 영향을 주는 선 고대문화 교류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건립돼야 한다.
또한 익산지역은 원삼국시대 마한의 중심지 중 하나였으며, 삼국시대 들어서는 금강을 통해 중국 문화를 수용하면서 백제의 중심지 중 하나로 성장했다. 백제시대 유적만 하더라도 크게 두 구역으로 나누어보면 왕궁리·미륵사지권역과 입점리권역으로 구분이 가능한데, 왕궁리·미륵사지권역에는 미륵사지유적과 왕궁리유적 등 백제 무왕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유적이 있으며, 입점리권역에는 입점리고분군과 웅포리고분군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까지 이들 유적에 대한 조사와 연구는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와 원광대학교 등 인근 지역의 대학교 연구소에서 맡고 있었으나, 향후에는 국립익산박물관이 백제문화를 중심으로 한 조사와 함께 관련 연구 자료의 집성을 이루는 중심연구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