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끼리 룸메이트.. 익산에서 전국 최초 커플 탄생
지속가능한 도시만들기.. 여성친화도시 익산이 앞장

◇ 여성노인 커플 최초 탄생

2014 여성가족부 우수 공모사업에 선정,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여성어르신 룸메이트 사업’이 불과 사업추진 두 달여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아직 초기 단계인지라 전국적으로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익산지역에서 벌써 두 커플이나 성과를 올리게 된 것.
그 주인공은 바로 낭산면과 금마면에 살고 있는 할머니 두 커플이다.
첫 번째 커플은 낭산면에서 이뤄졌다. 남편과 사별한 지 3년이 된 A할머니(73)는 혼자 있는 것에 무섭고 외로움을 느껴 이를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그러던 차에 A할머니는 익산시의 여성어르신 룸메이트 사업을 통해 당뇨가 심한 상태로 혼자 살고 있었던 B할머니(81)를 만났다. 이로써 A할머니는 홀로 사는 외로움을 덜게 됐고, B할머니 역시 A할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보다 안전한 환경 속에서 생활을 하게 됐다.
두 번째 커플은 금마면의 한 마을 내에서 이뤄졌다. 올해는 기초생활수급자였으나 자녀의 수입이 증가해 차상위계층이 된 C할머니(91)는 자녀가 돌보지 않아서 마을의 도움으로 지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C할머니는 고령인데다가 집도 외풍도 심해 혼자 생활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자녀와 동거하지는 않지만 생활비 등 부양을 받고 있었던 D할머니(81)가 이 사실을 알게 돼 룸메이트 사업을 통해 함께 거주하게 됐다.

이른바 ‘공유경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분위기가 형성됨에 따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일대에서는 이미 실제로 대학생과 노인이 함께 거주하는 형태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처럼 노인과 노인이 룸메이트가 되는 사례는 익산시가 최초. ‘전국 제1호 여성친화도시’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성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업 추진이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사업추진 초기에 ‘농촌노인여성 룸메이트 사업’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익산이 도농복합도시이고 독거노인이 다수라는 점에 착안해 지난 9월부터 추진됐다. 현재 익산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적으로 룸메이트 협약을 맺어, 주거공간의 여유가 있는 익산 거주 노인과 주거공간이 필요한 전국 거주 노인을 연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로써 혼자 외로이 살고 있는 노인들의 외로움과 소외감을 해소하는 한편 자존감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또한 노인들의 생활비를 절약하거나 노인세대 관리 측면에서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해 사회적 비용이 절약되는 효과 또한 기대되고 있다.

◇ 역시 여성친화의 선두주자

2011년 노인실태조사 결과 남성노인에 비해 여성노인의 생활실태가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시간이 갈수록 노인의 문제는 곧 여성의 문제로 사회적 관심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고령인구 중에서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더 많고, 평균수명과 여명기간이 여성이 더 길며, 유배우율은 남성 90.6%에 비해 여성이 49.9%로 낮고, 독거비율은 남성 6.5%, 여성 29.5%로 여성의 경우가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또한 공적연금을 갖고 있는 비율도 남성노인 41.9%에 비해 여성노인은 매우 낮은 12.7%에 불과하며, 여성노인은 남성노인에 비해 신체적 건강상태가 나쁘며 정신 건강상태도 열악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여성노인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재정 궁핍과 상대적으로 높은 사회적 고립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후기 고령노인의 경우 여성노인인구 비율이 높은 반면, 이들을 돌볼 수 있는 가족이나 사회적 지원 및 수단이 부족해 최근 노인 고독사, 노인자살율의 증가 등으로 노인 돌봄 정책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익산시는 지난 9월부터 여성어르신 룸메이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총 사업비 1,100만원(국비 1,000만원, 시비 10만원)을 투입해 룸메이트 정책 함께 만들기 및 교육, 룸메이트 참여자 건강관리 및 주거불편 해소, 사업 평가 간담회 등을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인 사업추진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시는 정책을 만들어 홍보하고 희망자를 대상으로 방문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후 룸메이트 참여자 교육을 실시하고 협약을 맺은 후 입주를 하게 되며, 시가 요양방문 및 주거불편개선 서비스를 실시하고 사업평가 간담회를 실시하게 된다.
이를 위해 사업을 총괄하는 여성친화담당관은 전담인력 2인을 배치해 기능 강화를 통한 책임성을 확보하고, 사업 전반에 걸친 네트워크 운영을 총괄하며 입주 전 교육과 입주 후 조정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여기에 익산시농업기술센터와 노인복지관, 보건소, 주택문화창의센터가 공공기관으로서, 익산시사회복지협의회와 삼동회가 지역단체로서 사업을 지원하게 된다.

◇ 노인돌봄은 기본, 연계효과는 덤

‘여성어르신 룸메이트 사업’은 주거 공간의 여유가 있는 익산 거주 노인과 주거공간이 필요한 전국 거주 노인을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주거공유 프로그램으로서, 노인들에게는 생활비가 절약되는 효과와 함께 적적한 노년에 말벗이 될 수 있는 친구가 생기고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혼자가 아니라 안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행정에서는 한번 방문으로 노인세대 2가구를 방문할 수 있어 효율적이며, 지역사회는 노인 스스로 자립하고 자존할 수 있어서 사회적 비용 감소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로써 고령 여성노인의 케어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생활을 통해 노인의 정서 및 신체적 지지체계를 형성하고 주거생활의 경제적 비용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노노케어를 통해 여성노인 돌봄의 사각지대를 해결해 농촌지역의 노인돌봄서비스의 새로운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아울러 공동텃밭 사업으로 지역사회에 농산물을 기부해 노인의 자존감 및 정체성 등 긍정적인 노인상을 확립할 수 있고,  타 부서와의 정책과 연계를 통해 정책의 성인지적 관점 반영 및 여성친화도시 정책 확산의 탄력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외에도 그간 여성친화도시 사업 중 타 지자체나 다른 복지정책 등과 연계해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이 없었지만, 이 사업은 귀촌정책(농업농촌)-도심주거활용(도시계획)- 노인돌봄(복지)를 연계할 수 있는 사업으로 여성친화도시 확산을 위한 연계효과를 도모할 수 있다.

◇ 노인이 돼서도 행복하다면..

지난 19일 익산시는 모현도서관에서 전국 제1호 여성친화도시로서 추진하고 있는 룸메이트 사업을 홍보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교육을 마련했다.
공무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마련된 이날 강의에 강사로 나선 푸드앤저스티스 지니스테이블 박진희 대표는 여성노인 돌봄 서비스에 대한 국내·외 사례를 중심으로 강의를 펼쳤다.
이날 박진희 대표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통계청의 자료를 토대로 노인의 지역별·성별·연령별 가구형태 변화, 자녀혼인이나 배우자 사망 등 노년기 인생사건에 따른 노인 가구 변화, 노인 빈곤율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며 “사람이 나서 죽을 때까지, 어렸을 때 여기서 나고 여기서 자라고 여기서 학교를 다니고 여기서 직장을 구하고 여기서 늙는 것, 즉 여기서 삶의 생을 마감하는 것까지 생의 주기가 어르신이 되어서도 행복하다면 전체적인 생의 주기 자체도 행복하다는 것이 아닐까 한다”면서 지속가능한 삶을 강조했다.
이어 “익산에서 나서 자라고 일하고 한 평생을 지낼 수 있는 삶, 이것이 노년을 행복하게 하는 삶이고 이것이 생의 주기를 가능하게 하는 삶”이라며 “현재 익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룸메이트 사업이 지속가능한 익산을 만드는 그런 일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