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서적들과 연구 자료들이 수북이 쌓여있는 연구실 한 쪽, 학생들과 똑같은 철학과 야구점퍼를 입은 채 앉아있는 원광대학교 철학과 김도종(61) 교수를 만났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김 교수가 강의에 나선 도서관 인문학 강의를 이미 두어 차례 들었던 터라, 그의 편안한 인상이 그대로 들어왔다.

건장한 풍채에 반듯한 외모 그리고 살짝 미소를 띤 얼굴, 원불교 교무로서 1982년 철학과 교수로 임용돼 신문방송사 주간, 인문대학장, 도덕교육원장 등을 역임하고, 대한철학회장, 범한철학회장, 국제문화학회 이사장, 전주문화방송 시사토론 프로그램 진행자, 중앙일보 전국 열린광장 지역위원, 월간 동서저널 객원편집위원, 새전북신문 객원논설위원, 원광고등학교 총동문회장 등 다양한 대외활동을 펼쳐온 그는, 그 수많은 경력과는 달리 실제 대단히 털털하고 스스럼없이 편안한 모습이다.

철학에 관한 내공이 어느 누구보다 깊이 쌓여있을 터이지만, 그는 “철학이라는 것이 책 읽고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삶 속에서 사는 모습과 다를 바가 없다. 편안하게 즐기시면서 연주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판소리처럼, 때맞춰 추임새를 하고 박수도 쳐 주시는 것이 청중의 의무”라며 강의를 이끌어 나갈 정도로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중요시한다.

사람다움을 완성하는 것, 즉 정체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필요하다는 그는, 이를 위한 마음가짐의 방법으로 몸과 마음을 하나로 보는 동양의 기(氣)철학을 토대로 “건강한 마음은 영성, 심층, 표층에 따른 마음의 구조에 따라 균형 잡기를 하는 것이며, 치료와 치유는 바로 이러한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곧 몸과 마음이 이어져 있는 상태를 의식하고 것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숨을 쉬거나 먹거나 행동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며 사회적 관계와 소통 속에서 발현된다”면서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이번 총장후보자 선임 과정에서도 대학경영계획서를 통해 ‘기(氣) 살리는 대학’을 슬로건으로 내건 김도종 교수는 원광대의 위기극복과 지역사회 소통을 목표로 한 비전 제시와 함께 청년창업능력 향상과 수도권 캠퍼스 추진 등을 강조했다.

김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라고 생각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기(氣) 살리는 대학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만큼 위기를 기회로 삼아 앞으로 원광대를 이끌어 나갈 계획이며, 특히 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시민이 함께 키워나가는 대학이 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의 상생을 중점에 두고 대학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 프로필

원광고등학교 졸업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졸업
원광대학교 대학원 석·박사
원광대학교 교수협의회 부회장
원광대학교 신문방송사 주간
원광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원광대학교 도덕교육원 원장
대한철학회 연구위원장
대한철학회 회장
대한철학회 법인이사
범한철학회 회장
한국철학회 부회장
22차 세계철학대회 조직위원
철학연구회 부회장
국제문화학회 이사장
전주문화방송 시사토론 프로그램(주간) 진행자
중앙일보 전국 열린광장 지역위원, 전북지역 키퍼슨
월간 동서저널 객원편집위원, 기명 칼럼
새전북신문 객원논설위원
원광고등학교 총동문회 회장
(현) 학교법인 원불교대학원대학 이사
(현) 원광대학교 철학과 교수

◇ 지난 21일 이사회에서 제12대 총장으로 선임됐고 오는 12월 23일 취임식을 앞두고 있는데, 소감과 각오는 어떠한지.

병을 앓고 있던 사람이나 성적이 떨어진 학생들이 심기일전해 건강을 되찾고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처럼, 위기에 빠져 있는 원광대의 경우 또한 내부 구성원들이 힘을 합치고 지역사회와 소통해 협력한다면 현재의 위기가 곧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통의 과정이 중요하다. 이는 눈에 보이는 명확한 제도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와 배려 그리고 이를 필요로 하는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교수협의회나 노동조합, 학생, 법인, 원불교 교단 등 구성원들 간 정기적인 소통의 자리를 마련하고 창구를 열어,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수렴해 이를 대학운영의 발판으로 삼을 예정이다.
원광대가 자리하고 있는 익산, 더 나아가 전라북도라는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중요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사학으로서 원광대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마찬가지로 지역사회가 원광대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하다. 이는 원광대와 지역사회가 서로 손을 맞잡고 협력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원광대의 현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대학 자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하다. 잠깐의 실수로, 정부의 평가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위기에 빠진 만큼, 탄탄한 대학운영과 만반의 준비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도록 하겠다. 이와 더불어 현재의 대학평가제도에 나타난 불합리한 점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해나갈 예정이다.

◇ 수도권 제2캠퍼스 추진과 관련 그간 시민들의 우려가 많았는데, 지역사회와의 상생 방안은 무엇인지.

수도권에 캠퍼스를 유치하려는 것은 지방 소재 대학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바다. 각종 인프라는 물론 대학의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입학자원들이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원광대가 전면적으로 익산을 떠나는 것이 아니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단으로 수도권 제2캠퍼스 추진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을 시민 여러분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현재 군포에 있는 원광대 의과대학 산본 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수도권에 이미 진출해 있는 병원 등 나름의 기반이 있기 때문에, 경쟁이 매우 치열한 수도권 캠퍼스 유치에 원광대가 유리한 입장이라고 생각하고 소규모 단과 1개 정도의 규모를 구상하고 있다. 이는 또한 원광대가 추진하고 있는 대학 특성화에도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 내지 수도권 소재 대학이 지방에 캠퍼스가 있는 것은 자랑거리가 되지 않지만, 지방 소재 대학이 수도권에 캠퍼스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쉽지도 않을뿐더러 경쟁력의 측면에서 매우 자랑할 만한 일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시민 여러분들이 우려하는 부분의 생각을 바꿔주셨으면 한다.
이외에 학교 부근에 시외버스 승·하차장 설치를 다시 추진하고, 익산시 및 원룸협의회와의 협약을 통해 학생친화적 원룸정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원광대 또한 여느 지방 소재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들어와 공부하는 곳이기에 편리한 접근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외지 학생들이 기차나 버스를 타고 올 경우 학교까지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 매우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그간 시내버스나 택시업계 등의 반발이 심했지만, 이는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대학 내 난방이 조금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도 다른 대학으로 눈을 돌리는 현재의 대학생들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체계가 잘 갖춰진 대학이 돼야 하고, 교통의 편리는 그 기본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원광대를 향하는 발걸음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 이용객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본다. 또한 학생친화적 원룸정책은 대학주변의 원룸 공실률이 높아지고 익산시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광대를 익산시민, 전북도민이 키우는 대학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에 대학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호소할 예정이다.

◇ 창조적 발상으로 현재의 재정위기를 극복한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방안 무엇인지.

학교기업을 활성화시켜 재정확충의 기본으로 삼을 것이다. 내년부터 원광대의 적자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재정안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학생정원의 유지와 정부 재정지원 사업 선정, 동창회와 기업, 시민들의 기부금 확보 등이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적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수익사업기관 경영을 혁신하고 신규 학교기업을 육성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원광제약을 키우는 한편, 의과대학과 치과대학 부속병원에 의료관광사업단을 설립해 진료지역의 국제화를 달성하고 수익기반을 확충하겠다. 또한 보건대학의 학교 기업인 원광여행사에 의료관광부분을 특화해 연계하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부속병원 임상교수들의 인건비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장 인건비 미지급 사태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도록 한시적인 조치가 필요하고, 궁극적으로는 독립채산제가 이뤄져야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앞서 제시한 바와 같이 의료관광사업단 운영, 수익기관으로서의 원광제약사 사업 등과 더불어 법인, 교단과의 협의를 통해 부대 수익기관들을 병원으로 귀속시킬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원광대병원의 내부역량을 키워 진료지역을 전국화·국제화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마련할 것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