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으로 변신을 꾀한 평범한 주부들, 지역에서 각 분야별로 문화예술활동을 펼쳐 나가고 있는 예술인들, 그리고 시민들이 모여 지역 문화예술에 대해 한바탕 수다를 떨며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지난 4일 어양동에 위치한 공연예술학원 볼레컴퍼니에서 마련된 ‘문화예술 톡(Talk)콘서트 - 정오의 수다’. 이는 지역 내·외 예술인들과 시민들 간 교류를 바탕으로 소통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문화예술의 질적 향상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익산문화재단의 지역문화예술교류사업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날 톡 콘서트는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지역의 문화예술을 주제로 해, 문화소비자에서 문화창작자가 된 사례를 통해 시민이 만들어가는 익산지역 문화예술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JTV 장혜라 아나운서 진행으로 이날 톡 콘서트에는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의 금천미세스와 익산의 극단 작은소동 이도현 대표, 익산참여연대 황인철 국장이 함께 참여했다.

톡 콘서트에서는 금천미세스의 결성과정과 활동내용, 시민의 문화예술창작 활동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이와 더불어 미세스와 더불어 극단 작은소동의 이도현 대표는 익산예술인과 시민이 함께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익산참여연대 황인철 국장은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는 익산문화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또한 톡 콘서트 중간 뮤지컬 공연과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기 시간이 마련돼, 참가자들 모두 수줍은 몸짓을 보이며 한바탕 웃음꽃이 펼쳐졌다.

◇ 누구나 할 수 있어요

금천미세스는 2010년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 입주 작가인 임흥순 작가와 미술워크숍을 진행하며 자발적으로 결성된 주부 예술가들이다. 이들은 미술워크숍 참여 이후 금천예술공장 입주작가로 공식적으로 활동하며 ‘금천블루스(2012)’, ‘미국에는 팝아트, 금천에는 밥아트(2013)’, ‘야한외출-달빛 금천(2014)’등의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초반부터 주부 예술가들로 구성돼 멀리 서울에서 익산까지 내려온 금천미세스에 대한 질문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금천구에 금천예술공장이 있는데, 주민들에 의한 금천예술공장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커뮤니티아트 공고가 났을 때 바로 지원하게 됐다”는 금천미세스의 주부 예술가 오현애 씨는 평범한 주부라도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실천해 보인 장본인이다.

그의 경우, 가정이 있는 주부로서 다른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부분인 가족의 반대는 없었지만 작품 활동 때문에 집에 늦게 들어가는 부분이 마음 한편에 있는 부담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들 모두 작품을 보고 응원해주고 많은 부분에서 도움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입주 작가가 되기 위한 신청서류나 결과보고서 준비조차 쉽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어렵고 힘들다고 하지 않으면 발전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힘들어도 해야 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금천예술공장 직원들을 많이도 귀찮게 했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이제 어엿한 예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금천미세스 활동을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주저 없이 결과가 드러나는 순간의 희열을 꼽았다. 그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 못한다. 창작과정은 너무 힘들지만 결과물을 보면 뿌듯하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힐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과정이 제일 좋았다”고 밝혔다.

◇ 시민과 함께하는 문화 공간

‘처음’과 ‘시초’라는 뜻을 가진 그리스어 ‘아르케’에서 이름을 따서 ‘시간과 공간의 시초’라는 의미를 가지고 익산 연극문화의 중심으로 태어난 소극장 아르케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이도현 대표.

그는 익산지역에서 연극을 통해 문화예술을 펼쳐나가는 몇 안 되는 극단 중 하나인 ‘작은 소리와 동작’의 대표이이기도 하다. 연극의 주요 요소인 ‘소리’와 ‘동작’의 첫 글자를 따 ‘작은 소동’이라 알려져 있는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은 지난 1995년 연극을 통해 ‘여자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이도현 대표와 주위의 연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시작됐다.

당시 그들만의 보금자리가 없어 마땅한 연습실도 없이 여기저기 대관을 통해 공연을 올리며 떠돌이 생활을 하던 작은 소동은 지난 2007년 드디어 둥지를 마련하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단원들의 희생과 열정을 토대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일반인도 연극을 배울 수 있냐는 질문에 이도현 대표는 열정만 있다면 언제라도 환영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현재 작은 소동은 단원 대부분은 모두 각자 나름의 본업을 가지고 있다. 연극만으로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해결할 수 없기 때문.

일반 시민들에게는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는 영화에 비해 연극에 심리적 거리감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 같다는 이야기에는 “금천미세스가 작품 활동을 하면서 힐링하는 계기가 됐다고 하셨는데, 연극은 감정을 표현하기 때문에 자기치유와 힐링이 많이 된다”고 강조하며 언제나 열려있는 소극장 아르케를 찾아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그간 지역아동센터 연극 교실이나 방과 후 연극지도사 양성사업,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등을 운영하며 만난 아이들을 보면 자존감이 낮고 자신감이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며 “이러한 아이들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소통의 방법을 함께 배워가는 공간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또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연극교실 외에도 대학생 연극실습 및 워크숍, 다양한 장르로 꾸며지는 정기공연과 초청공연 등을 통해 구도심 활성화와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시민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아르케와 작은소동은 시민들의 친구 같은 문화 공간”이라며 “비록 공연관람이 아니더라도, 아르케의 문은 언제든지 시민들에게 열려 있다”며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 열린 마음, 열린 몸짓

이어 다소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를 다시 한 번 북돋는 시간이 이어졌다. 바로 관객과 함께 하는 볼레컴퍼니 공연이 펼쳐진 것.

이 시간에는 볼레컴퍼니의 뮤지컬 공연과 함께, 뮤지컬 맘마미아에 나오는 노래 ‘댄싱퀸’에 맞춰 관객들과 함께 뮤지컬을 배워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행위예술의 극치를 보여준 공연에 이어, 무대에 나선 볼레컴퍼니 측은 하나하나 음악에 맞춰 동작을 설명하며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냈다.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 너나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난 관객들은 강사의 시범에 따라 하나 둘씩 동작을 맞춰나갔다. 다소 수줍은 듯한 몸짓들에 곳곳에서 연신 웃음이 터지기도 했지만, 객석은 금세 뮤지컬 배우 수십 명을 만들어냈다.

볼레컴퍼니 대표는 “볼레컴퍼니는 노래·무용·뮤지컬 등을 기획·공연하는 기획사로, 전문적인 교육은 물론 일반 시민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는 문화 공간”이라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에 시작도 못해보고 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처음에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몇 번의 연습 과정을 거치면 남녀노소 누구나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지난 1999년 창립해 올해로 15년째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익산참여연대의 황인철 국장은 시민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익산지역 문화예술이 더욱 발전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행정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함을 강조했다.

익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로서 참여연대는, 시민들과 직접 함께 할 수 있는 사업들을 구상해 펼쳐나가는 한편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들에 대한 분석을 통한 대안 제시를 하는 등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문화 부문에서는 참여연대 내 밴드와 풍물단이 꾸려져 있어 자체적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번 방학 때에는 주부들이 모여 문화사업단을 꾸려 아이들에게 공동체 놀이를 전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익산의 대표적 문화유산인 미륵사지처럼 익산시민이 충분히 자부심을 가지고 뽐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면, 이를 참여연대가 추진하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 같다”면서 참여연대가 금천미세스처럼 익산미세스를 기획해 보는 것은 어떤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참여연대 회원들 중 주부 분들이 많다”면서 “일단은 기본적으로 금천미세스는 그것을 좋아하는 분들이 모였고 그 속에서 배웠던 것을 배움에 그치지 않고 지역 속에서 펼쳐나가고 있는데, 지역에서 이러한 것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부분은 행정적인 여건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역에서 각 분야의 예술을 전업으로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것이 어려운 현실이고, 이는 예술 활동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기 위해서는 합당한 수익 구조 등이 있어야 하는데 사실 그런 부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부분들의 해소는 예술인이나 예술단체들의 노력도 있어야 하지만, 시에서 정책적으로 시민 문화예술 측면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질 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