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고석정

아직 떠난 것 같지 않은 갑오년입니다.

지난 2014년은 유난히 비보(悲報)가 많았고 혼란스러웠던 해 입니다. 특히, 인재(人災)로 인한 사건사고가 간단없이 이어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대부분이 허술한 안전의식과 관리부실이라는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크게는 세월호 참사가 있겠고, 대형카드 3사의 정보유출, 경주리조트 체육관 붕괴, 폭행당한 윤일병 사망사건, 전남 장성 효사랑 요양병원 화재사고, 당안리 화력발전소 폭발사고, 임병장 총기난사 사고, 현대백화점 지붕 붕괴사고, 청도 오토캠핑장 사고, 판교 환풍구 붕괴사고, 사조산업 오룡호 침몰 사고 등 아직도 귀에 쟁쟁한 참사들이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사고는 많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259명의 생때같은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영원히 대를 이어 전해야 할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국가의 재난대응능력이 얼마나 부실한가를 목도하면서 우리가 소홀히 여겨 지나쳐 온 소중한 것들에 대한 일대 재발견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국가 또는 국가기관을 과신한 대가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아픔의 크기는 이루 형언키 어려운 지경입니다. 국민이 먼저 안전을 중시하고 그 점검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국가도 제기능을 한다는 것을 뼈아프게 깨달았습니다. 일단 일이 벌어지고 희생자들이 나오고 나면 그것은 한낱 사고에 불과할 뿐, 국가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유사한 사고는 반복해서 일어나고 희생자들은 짧은 경종을 울린 채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맙니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스스로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입니다.

을미년 새해를 맞는 소통신문은 그런 국민의 마음을 놓치지 않는 눈이 되고 귀가 되고 목소리가 되겠다는 다짐을 합니다.

한 해를 지나온 익산 지역을 돌아보면, 무소속 시장이 당선된 이후 불과 6개월여 동안 수많은 갈등과 반목으로 지역사회가 몸살을 앓았습니다. 도시발전의 동력도 상당부분 상실했습니다. 새 시장이 시민단체, 농민, 공무원노조, 익산시의회 등과 충돌을 일삼았기 때문입니다.

재정비상체제를 선언했던 익산시가 홍보예산 등 소모성·선심성예산 94억원을 세운 것은 그 불통의 결정판입니다. 그런가 하면, 농업이 기반인 도시에서 농업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친환경 급식비를 절반이나 삭감했습니다. 의회가 문제의 94억원을 전부 삭감해야만 했습니다.

익산시는 그런 의회를 향해 할 일을 못하게 한다며 비판했지만, 의회가 삭감한 예산은 부적절한 것들이 명백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없습니다. 정작 여기에서 필요한 것은 지도자의 자기성찰일 것입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자신을 낮추고, 말하기보다 듣기를 더 잘하며, 협력해야 할 모든 주체들을 섬겨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매사를 힘의 논리로 밀어붙이면서 군림하려 한다면 주객이 전도된 것이며 갈등은 더 쌓여만 갈 것입니다. 자성은 겸허한 마음, 분노를 삭이고 적대의식을 내려놓은 평화로운 마음에서 일어납니다. 새해에는 우리가 기대하던 지도자를 우리가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을미년을 여는 하늘은 그다지 쾌청하지 않습니다. 나라 안팎이나 지역이나 2014년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걷히지 않은 채 새해를 맞이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앞에 닥칠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잘 보전해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장 사소한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을 많이 마시고, 인체의 휴식에 가장 필요하다는 새벽 한 시부터 세 시 사이에는 반드시 자고, 하루 30분씩 운동하기 등 할 수 있는 것부터 소화한다면 우리의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