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 순수한 눈망울.. 다양한 기회로 전인교육
미래의 희망.. 섬김과 사랑의 마음으로 키워내

◇ 마주한 사람까지 전해지는 좋은 기운

“예슬 쌤이요! 예슬 쌤이요!”
센터에서 가장 좋은 선생님이 누구냐는 질문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구동성 외치는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하다.
서강지역아동센터에서 29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김예슬 생활지도사는 강점숙 센터장과 함께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엄마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주로 가르치고 있지만, 센터의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아이들과 함께 하며 때에 따라서는 만능 해결사가 되기도 하는 예슬 쌤.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가 많은 이유다.
인기 넘버원인 예슬 쌤 뒤에서 그야말로 아이들의 뒷바라지는 물론 센터의 모든 살림을 도맡아 하고 있는 강점숙 센터장. 그의 시선은 언제나 아이들이다.
방과 후 신발을 벗고 들어오면서부터 책가방을 정리하고 노트에 해야 할 일과 한 일을 구분지어 적어가며 혼자서도 모든 것들을 해내는 것에 익숙한 이른바 ‘알아서 척척, 스스로 어린이’들이지만, 엄마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아직은 더욱 보듬어줘야 하고 무엇이든 하나라도 더 해줘야 한다고 보이는가 보다.

기자 아저씨가 와서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듣고 그것들이 신문에 실린다는 얘기에, 이내 카메라 셔터 앞에 초롱초롱한 눈망울들이 모여든다.
무엇이 좋은지, 센터에 왜 다니게 됐는지, 혹시 간혹 오기 싫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기자의 질문에 앞서 너도나도 먼저 궁금증을 풀려는 아이들의 아우성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
한 치의 꾸밈없이, 조금의 스스럼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만으로도 너무나 밝은 모습으로 다가오는 아이들의 맑은 기운이, 마주보는 이에게까지 그대로 전해지기 때문일까.

“학교에서 못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성적이 올라서 좋아요.” “친구들이 많아요.” “선생님들이 이뻐해 주셔서 좋아요.” “쉬는 시간이 많아서 좋아요.” “책이 많아요.” “급식이 맛있어요.” “특별활동이 제일 좋아요.” 등등.
옹기종기 모여든 아이들의 입에서 저마다의 센터 자랑이 펼쳐진다. 순진무구한 눈망울을 하고, 있는 그대로에 감사하며 나오는 단순한 답들이지만, 이것이 바로 서강센터를 지켜나가고 있는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하루 다섯 개의 감사와 한 개의 칭찬이 어느새 몸에 밴 아이들이기에, 주위에 관심을 기울일 줄 알고 사랑과 감사를 나눌 줄 아는 미래의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 기대되는 이유다.
저마다의 목에 걸려 있는 서강의 ‘꿈명찰’이 유난히 반짝인다.

◇ 경제적 여건이 돼도 보내는 센터

“뭔가 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게 좋아요”라고 말하는 여순구 씨는 수년 째 센터에서 아이들에게 오카리나를 가르치고 있다. 그에 말에 따르면 “사랑하는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그의 행복이요, “학교에서는 할 수 없었던, 그리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고 느끼며 할 수 있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커다란 행운이다.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아이들의 꿈이 자랄 수 있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그 희망덩어리를 품에 안고 가르치며 사는 것이 그에게는 큰 보람이다.

센터 한편에서 아이들에게 열심히 문인화를 가르치고 있는 김선녀 씨도 마찬가지다. 여순구 씨와 마찬가지로 자원봉사에 나서고 있는 그 또한 수년 째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센터의 또 다른 숨은 일꾼이다.
문인화라는 것이 어른들도 2~3년 이상 배워야 기본이 닦이게 마련이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몸에 붓과 먹을 익혀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기 때문.
그는 “서예인으로 10여 년 동안 활동을 하고 있는 데는, 학창 시절 접했던 기억이 많은 도움이 됐다”면서 “아이들에게 공부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취미활동을 접해보게 함으로써 좋은 기억을 남기게 하고 싶다”고 밝혔다.

서강센터는 인터넷을 이용한 체계적인 자기주도 학습과 더불어 다양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자랑한다. 독서·논술지도, 오카리나, 서예, 난타, 미술치료, 풍선아트, 펠트공예, 영어회화, 한자, 중국어, 배드민턴, 장기 등 제도권 교육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다.
또한 방과 후 숙제확인 및 지도, 실생활 기본 예절교육, 바른 식습관 형성과 영양섭취, 방학 중 대학탐방이나 도서관·박물관·미술관·선진지 견학, 연간 활동을 토대로 한 작품발표회 등이 인근 학부모들의 입소문을 타고 서강센터가 학교나 학원에서 하지 못하는 전인교육을 행하며 지역을 이끌어나가는 지역아동센터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관련 법령에 따라 저소득층이나 한부모가정, 기초수급권자 가정, 차상위계층의 아이들에 대한 정원 비율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맞벌이 가정이나 방과 후 보호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서강센터를 찾는 이유다. 또한 사교육에 투자할 경제적 여건이 충분한 부모들까지도 서강센터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서강센터 대표인 김혁중 목사는 “실제로 인근 학부모들 중에 경제적 여건이 돼도 센터에 아이들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는 서강센터가 학교나 학원에서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부분, 즉 전인교육을 지향하며 아이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맛볼 수 있게 하는 종합비타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지역의 미래, 지역에서 길러내야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아동의 보호 및 교육, 건전한 놀이와 오락의 제공, 보호자와 지역사회의 연계 등 아동의 건전한 육성을 위해 종합적인 아동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이다.
이는 소규모 가정형태의 이용시설로 정서적·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지역 아동·청소년의 접근이 쉽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생활지도 및 안정적 보호공간으로서 기능하며 방임이나 비행 가능성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는 한편, 건전한 놀이문화를 지도하고 자기주도적 학습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이른바 지역의 미래인 꿈나무들을 지역에서 길러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저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으려면, 우선적으로 지역사회 인식의 변화와 행·재정적인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센터가 지역에 자리 잡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는 소위 ‘문제아’나 ‘학원에 가지 못하는 어려운 아이들’이 다니는 곳이라는 색안경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시선들은 현재는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까지도 일정부분 남아 있기 때문에 인식전환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또 하나의 곱지 않은 시선은 바로 센터를 돈벌이로 보는 안타까운 시선들이다. 어느 센터이든지 그 깊숙한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것은 섬김과 사랑의 마음이다. 실제 법으로 정해진 상주인력인 센터장 한 명과 생활복지사 한 명,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급식조리원 한 명으로는 수십 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일일이 돌보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에 센터는 정부가 지원하는 아동복지교사 두 명이 요일별로 순환 근무를 하고,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나머지 틈을 메우며 운영된다.

김혁중 목사는 “실제로 운영을 해보면 지원금과 후원금만으로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및 교육지원, 만만치 않은 4대 보험, 인건비 등으로 벅찬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운영이 어려워 돈벌이가 되지 않음에도, 김 목사가 센터를 운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아이들이 이뻐서”다.

정부와 지자체가 일일이 나서 할 수 없는 일, 제도권 교육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며 어려움을 겪던 아이들이 조금씩 나아지고 밝은 모습으로 지역의 희망으로 자라나게 하는 것이 그의 사명이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