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재배 최적지 익산.. 브랜드화 없이 차별화로 승부
품종개발 및 재배환경 개선.. 영세한 농가 지원 ‘절실’

FTA체결과 농산물 가격 폭락 등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현재 우리 농업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농업에 근간을 두고 있는 익산의 경우,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피해최소화를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여론이다.

전국을 대표하는 농도로서의 익산 지역농업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중·소농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과 지원 등 어떻게 변화에 대응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대안마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 있는 농가나 영농조합법인 등을 찾아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례나 통상적인 재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내고 있는 사례 등을 보고 듣고 전함으로써,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경쟁력을 갖춘 지역농업 만들기에 일조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지면을 마련했다.

◇ 지역 강소농의 전형

‘강소농’이란 ‘작지만 강한 농업’이라는 뜻으로, 농업경영체 스스로 꿈과 비전을 갖고 끊임없는 역량개발을 통해 자율적인 경영 혁신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농가를 말한다.
지역의 대표적인 강소농이며 모범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 농가라는 농기센터 관계자의 소개를 받고, 삼기면 기산리에 있는 파란들 영농조합법인을 찾았다.

본격적인 고구마 수확 철은 아니지만, 건물 뒤쪽 밭을 개간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영농조합법인이라고 해도 조합원이 6~7명뿐인 소규모에 불과하지만, 밭을 일구는 땀방울은 누구 못지않다. 오랫동안 해오던 사업을 접고 고구마 재배에 뛰어들어, 불철주야 공부하고 연구하며 보다 질 좋고 맛있는 고구마를 생산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일까.

파란들 영농조합법인의 양홍진 대표는 4년 전 개인 사업을 운영하다 고구마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통적으로 고구마 재배에 적합한 토양과 기후 여건을 가지고 있는 익산지역이기도 했지만, 20여년 전 고구마 농사를 한동안 지었던 경험이 발길을 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개인적으로 2~3만평 가량의 밭에서 고구마를 재배하고 있는 양홍진 대표 역시 삼기의 토양이나 기후 등의 여건을 최고로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열악한 경제적 여건. ‘탑마루’라는 익산의 브랜드를 등에 업으면 시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고가의 저온저장고라든가 하우스 시설 지원, 상품 유통에 있어서 운송비나 포장박스 등의 지원이다.
하지만 양 대표는 홀로서기를 택했다.
경제적인 바탕은 적지만, 지자체의 지원을 받게 되면 재배과정이나 유통 등 전체적인 사업 과정에서 일정부분 지자체가 주도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독자적인 사업계획을 가지고 경쟁력을 갖춰 명품 고구마를 생산해 내겠다는 소규모 농가의 야심찬 포부이기도 하다.
결국 고구마 재배 4년차에 접어든 양 대표는 이제 조금 안정세를 걷고 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고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익산에서 탑마루 브랜드가 아닌 고구마로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밀려들 만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다름 아닌 노력과 열정이다.
처음에는 먹고 살기 위한 노력으로 시작했을지 모르지만, 점차 보다 질 좋은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 시간이 지날수록 퇴화되고 있는 토질을 개선하고 좋은 종자로 싹을 틔우기 위한 꾸준한 노력을 해 온 결과다.

양 대표는 고구마 외에도 고구마종순을 상품화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데, 특히 이 종순의 종자는 멀리 해남에서 가져온다. 익산에서도 농협이나 원협 등지에서 종자를 배양하고 있지만, 차별화를 위해 해남 지역에서 자체배양하고 있는 종자를 가져오는 것이다. 물론 값이 비싸지만, 이는 미래를 위해 양 대표가 선택한 투자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인 것이다.

초기에 비해 많은 부분에 있어 성장을 해온 양 대표, 그가 현재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은 객토사업이다. 아무리 좋은 토질을 가진 땅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지력이 떨어져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 객토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그 결과는 고구마로 나타난다. 평소와 다름없이 같은 종자를 심고 같이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구마에 병이 생기거나 당도가 떨어지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다.

오늘도 여전히 고구마 재배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양홍진 대표.
부족한 경제력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익숙지 않은 홈페이지나 블로그 등을 통한 홍보 활동은 물론이고 남보다 한 발 더 뛰고 더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그가, 이내 구슬땀을 닦아낸다.

◇ 비옥한 토양에서 자라는 황금

아담하고 매끈한 몸매.
양 대표의 고구마를 직접 보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다. 모양이 예쁜 것뿐만 아니라 당도도 우수하다.
대략 9~10월 가량이 본격적인 수확 철이지만, 요즘에는 사시사철 고구마 맛을 볼 수 있다. 바로 숙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 대표의 영농조합에서도 제철에 맞는 품종과 숙성이 가능한 품종을 분류해 철마다 상품화가 가능한 품종을 내놓고 있다. 밤고구마와 황금고구마, 꿀고구마(베니아하루까)가 양 대표의 주요 품종인데, 현재는 밤고구마의 주문이 가능하다.

파란들 영농조합법인은 매일매일 고구마를 재배해 꼼꼼히 선별작업을 거친 후 특·상·중 품으로 분류해 판매하고 있다. 이는 고구마의 품질이 아닌 크기별로 구분되는 것이기 때문에, 필요한 크기에 따라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포장단위도 2·5·10kg로 다양하다.

◇ 경쟁력 제고.. 변화를 위한 노력과 지원 절실

익산은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고구마 생산지다.
특히 삼기를 비롯해 낭산·금마·망성·팔봉 등 여러 지역에 걸친 토양이 고구마 덩이뿌리의 발생과 성장에 알맞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토질 아주 부드럽고 돌이 없는데다 각종 무기물을 함유하고 있어 전국에서 손꼽힐 만큼 비옥하기 때문이다. 기후 또한 고구마 생육에 아주 적합하다.

하지만 양 대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해남, 고창, 여주 등 유명한 고구마 생산지와 함께 전국시장 점유율 2~3위권을 달리던 익산 고구마가 현재는 점점 순위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이제는 1차 상품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해 큰 수익을 올리기 힘든 상황이라는 것이 양 대표의 설명이다. 이에 양 대표는 고구마를 가지고 할 수 있는 가공제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특’이나 ‘상’ 제품은 상품가치가 높기 때문에 그대로 판매하고, 비교적 상품가치가 낮은 ‘하’품을 이용해 고구마 말랭이를 만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양 대표 뿐 아니라 요즘에는 고구마를 가지고 아이스크림이나 케이크, 과자류 등의 가공식품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하지만 영세한 소규모 농가에서 가공에 필요한 장비와 시설을 구비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지역농가들의 경쟁력 제고라는 측면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홍수출하에 대비하기 위한 저온저장고는 소규모 농가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고가이기 때문에, 자기자본이 적은 농가들은 대부분 임대 형식으로 저온저장고를 사용하고 있다. 이는 양 대표도 마찬가지.
이외에도 하우스 등 시설물 현대화 지원이나 선진 영농기술 보급 등도 요구되고 있다.

고구마 못지않게 익산지역의 효자 상품인 고구마종순 또한 시간이 지나면 품질이 퇴화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지역에 맞는 제대로 된 종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 양 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누가 선두주자로 나설 것이냐’이다.
어느 작물이든지 종자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초기에 2~3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가 나서 지원하는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

송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