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고교 축구 최강자의 비결.. 끈기와 인내심
학교 측 관심과 기대.. 올해 전국대회 우승 목표

◇ 선수들의 지칠 줄 모르는 열정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축구 명가, 이리고등학교 축구부
지난 11일, 전국대회를 휩쓸며 종횡무진 돌진하고 있는 이리고등학교 축구부 연습경기 시합장을 찾았다.
“패스! 패스!, 뒤로돌아가잖아 사람잡아!”
“움직여! 드리블 하지말고 패스를 하란말이야!”

유승관 감독의 진두지휘아래 선수들은 눈에 불을 켜며 공을 향해 뛰어 다녔다. 경기장 안에는 매섭게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선수들의 움직임과 유승관 감독의 눈빛은 차가운 공기를 급가열하며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알수 없는 긴장감 속에서 경기장 안의 선수들은 득점을 하기위해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기다림 속에서 긴장감을 뚫고 터진 득점, 선수들은 하나같이 모여 골을 넣은 선수를 축하하고 격려하는 모습에서 처음의 긴장감은 온데간데 없이 풀린 듯 했다.

그러나 득점의 기쁨도 잠시, 연이은 수비실책에 실점을 허용하며 유승관 감독의 질타가 이어졌다. 열일곱의 어린 나이에 호통과 질타에 주눅들 법 한 데도 선수들의 눈빛에는 한 치의 떨림도 없이 경기에 대한 승리만을 갈망하고 있었다.

경기 막바지까지 그라운드 위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선수 하나하나가 최선을 다했지만, 경기 결과는 ‘패배’, 터덕터덕 경기장 밖으로 나오는 선수들 모습에 경기를 매섭게 지휘하던 유승관 감독은 “바람에 너희들 잠바 날라갔다. 추우니까 잘 챙겨서 입어라”라며 무관심 한듯한 격려로 선수들을 위로했다.

선수들의 표정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눈빛에서 만큼은 경기에서 뛰는 동안의 열정이 식지 않은 듯 했다.

이날 유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지만, 생각만큼 결과가 좋지 않게 나와 아쉬운 마음”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 명실상부 축구 강호의 비결은,
   끈기와 인내

지난 1973년 창단된 축구 강자 이리고등학교 축구부의 비결은 끈기와 인내다.
이날 경기장 안 이리고 선수들은 상대하는 선수들에 비해 체구가 작고 왜소해 선수로서 불리한 조건으로 시작했지만, 큰 선수를 상대로 악바리 근성을 보이며 경기에 임하는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악착같고 패기넘치는 선수들을 이끄는 유승관 감독은 “선수들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개개인적인 기량에서는 뒤쳐질 수 있지만, 선수들의 열정과 패기 만큼은 타 학교 축구부 선수들 사이에 던져놔도 모자람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의 역할은 원석을 잘 가공해 아름다운 보석을 만드는 보석세공사처럼, 선수들을 잘 훈련시켜 꼭 아름다운 보석이 될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목표”라며 각오를 다졌다.

또한 선수들은 매일 일반학생들과 동일한 정규수업을 받고 수업이 끝나는 15시30분부터 길게는 3시간에서 평균 2시간 반 정도 축구연습을 한다. 아침부터 정규수업을 받느라 심신이 지쳤을 법 한 대도 운동장에 나온 선수들은 금새 전투력이 상승하고 있었다.

이에 유 감독은 “선수들이 하루종일 수업을 받느라 지쳤음에도 운동을 하는 시간동안 하고자 하는 자세만큼은 인식이 잘 되어있다”며 “선수들 개개인이 목표가 있고 꿈이 있기에 힘들어도 끝까지 인내하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지역 내 축구의 메카

축구는 4년마다 개최되는 월드컵은 물론 올림픽 종목에도 포함돼있어 전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종목 중 단연 최고로 주목받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의 기적과 2012 런던 올림픽의 감동은 어땠는가.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릿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축구는 큰 인기만큼 세계 축구 강국의 높은 벽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또 큰 인기에 비해, 선수 육성과 지원 환경이 열악한  국내에서 발돋움 하기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각종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명실상부 지역 고교 최강이라는 수식어를 받게 된 곳이 이리고등학교 축구부다.

예부터 “익산에서 축구하려면 이리고에 가야된다”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이리고는 지역 내 축구의 메카다.

이리고 축구부는 1973년 창설돼 42년이 넘도록 각종 전국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명문의 자리를 지켜왔다. 장차 우리나라 축구계를 이끌어 나갈 유망주들을 배출하고 있다는 평도 자자하다. 이에 유 감독은 “지난해는 꾸준한 성적을 이어왔던 한해”라고 자평했다.

이리고 축구부는 지난 1월 군산시에서 열린 2015 금석배 전국학생축구대회 고등부에서 3위를 차지했으며, 2008년 전국 축구 고교 선수권대회 우승, 2003~2004년 금석배 2연패 달성 등 꾸준한 성적으로 지역 내 강자의 자리에 우뚝섰다.

이에 꾸준히 좋은 성적을 이어 갈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유승관 감독은 “예전처럼 선수들을 질타하고 혼내는 것보다 선수들에게 뚜렷한 목표의식을 각인시키기 위해 많은 대화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며 “가끔은 무서운 아버지처럼 때론 다정한 삼촌처럼 선수들과 대화를 함으로서 운동을 해야 하는 목적을 인식시키는 조언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올해 목표와 앞으로의 행보

학교 측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고 있는 이리고 축구부의 올해 목표는 전국대회 우승이다. 유승관 감독은 “매달 진행됐던 대회가 사라져 이제는 여름방학 1회, 겨울방학 1회로 축소돼 선수들에게 꿈을 펼칠수 있는 기회가 적어졌다”며 “연습할 기간이 조금 더 부여된 만큼 충실히 해 왕중왕전에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더 나아가 좋은 성적을 거둬 학생들의 미래까지 책임질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감독 코치진들은 선수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인도하는 것이 목표”라며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수동적인 선수들이 아닌, 자율성을 부여해 선수들 스스로가 노력에 따라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리고등학교 축구부, 꿈이 있는 곳까지 힘차게 달릴 선수들의 모습과 더 넓은 곳으로 뛰어나가 익산시의 명예를 드높이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강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