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 실력 검증된 신생팀

  창설된 지 불과 2년 남짓밖에 안됐지만 작년 한해 전국을 재패한 성일고등학교 볼링팀.
지난 18일 연습장은 물오른 선수들의 기량이 뿜어내는 열기가 가득했다.
선수들은 다른 이용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 가장 구석진 21번 22번 레인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콰과광~ 나이스 스트라이크”
21번 라인의 스탠딩 스폿에서 볼링공을 들고 준비를 하고 있던 오명섭 선수는 힘차게 걸어나가 레인에 공을 휘감아 던졌다.
오명섭 선수의 볼링공은 레인을 따라 뒤로 당겨진 활 시위 처럼 팽팽한 궤적을 그리며 정확하게 볼링핀의 가운데를 강타하며 스트라이크가 됐다.  

  이에 질세라 친구인 나영우 선수도 라인 스탠딩 스폿에 준비자세를 취하고 섰다.

  그는 먹잇감을 노려보는 한 마리의 독수리처럼 강렬한 눈빛을 뿜으며 날렵하게 레인 위로 볼링공을 굴렸다. 그의 손을 떠난 볼링공은 레일 위에서 회오리 바람이라도 일으킬 태세로 역동적인 스핀으로 핀을 향해 돌진했지만 아쉽게도 핀 한개가 남았다.

  나영우 선수는 아쉬워 하며 고개를 푹 떨궜지만, 그의 집중력있는 투구에 남은 한개의 핀이 간단하게 스페어처리됐다.

  이어 바통을 터치받은 정성현 선수는 선배 선수들의 응원을 받으며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그는 왜소한 체격으로 인해 볼링공이 힘없이 레일 위로 굴러갈거란 예상을 보란듯이 뒤집었다. 그의 볼링공은 물 위로 튀어 오른 물고기를 낚아 채듯 빠른 속도로 볼링핀을 제압했다.

  성일고 볼링팀은 지난 2013년 11월에 창설돼 올해로 2년차에 접어든 신생팀이다. 아직 학교 교기로는 정식적으로 지정되진 않았지만, 국가대표를 배출하는 등 놀라운 성과의 행보를 이어왔다.

  현재 오명섭, 나영우, 정성현 선수로 구성돼있는 성일고 볼링팀은 지난 한해 2014 대통령배 개인종합 마스터즈 금메달 2관왕, 2014 대한체육회장기 2인조 금메달, 2014 종별 선수권대회 마스터즈 금메달 등 놀라운 성적을 기록했다.

  또한 오명섭 선수는 2014 볼링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돼 그 실력을 검증했으며, 올해 열리게 될 전국체전의 전라북도 선수선발에서는 3명의 선수 모두가 선발돼 팀의 위상을 높이는 영예까지 안았다.

이날 찾은 연습장에선 선수들이 워밍업으로 볼링공을 굴리고 있었지만, 실전과 같은 긴장감과 전국최고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확도에 호쾌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었다.

◇ 선수 모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망주

  광주체고 볼링팀 소속이었던 오명섭 선수는 우연찮게 친구 생일파티에 놀러가 볼링장을 가게 된 것이 볼링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처음 해보는 볼링이었지만 재미를 느끼고 볼링의 매력에 흠뻑 빠져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또한 광주체고 볼링팀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던 익산출신의 정승완 코치가 익산으로의 귀향을 결정하면서 지도자에 대한 믿음 하나로 타지행을 결정하고 성일고 볼링팀으로 소속을 옮겼다.
건장한 체격에 파워를 겸비한 오명섭 선수는 “국가대표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것과 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해 정성완 코치와 같은 지도자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어 오명섭 선수와 같은 광주체고 출신인 나영우 선수는 부모님의 권유로 볼링을 시작하게 됐으며, 같이 볼링팀 생활을 했던 정승완 코치와 오명섭 선수를 따라 익산행을 결정했다.
부드럽고 과묵한 성격의 나영우 선수는 “체대에 진학해 공부를 꾸준히 이어나간 후 대학원 공부를 마친 뒤 체육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팀 내 막내인 정성현 선수는 선수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익산 출신이다. 정 선수는 태권도를 하며 운동을 시작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인해 운동을 포기하려던 찰나 교내 볼링부가 있다는 소식에 볼링을 시작하게 됐다.

  작은 체구지만 파괴적인 실력을 겸비한 정성현 선수는 “나영웅 선수처럼 체대에 진학해 체육선생님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성일고 볼링팀을 이끄는 정승완 코치는 “선수들 모두가 착실하고 성실하며, 끈기와 노력을 갖췄다”며 “주기적으로 원광대학교 볼링팀과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대학생한테 밀리지 않을 정도로 집중하고 실력 또한 우수하다”라며 선수들을 칭찬하느라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어 “전국 각지의 팀들이 선수들을 스카우트 하기 위해 수없이 러브콜을 보내왔다”며 “선수모두 내 자식이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모두가 유망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전국최강 볼링팀의 비결은, 단합과 노력

  광주에서 올라온 나영우 선수와 오명섭 선수는 익산에 연고가 없었다. 또 볼링팀이 학교 정식 교기로 지정되지 않아 숙소 등 지원이 없는 상황에 부딪쳐 정승완 코치는 아파트를 얻어 선수들과 합숙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또한 집이 익산인 막내 정성현 선수도 선배 선수들과의 단합을 위해 합숙생활에 동참하게 됐다.

  이에 대해 정승완 코치는“1년이라는 시간동안 같이 먹고 자고 하다보니 사제지간의 마음의 벽이 허물어 지면서 자연스레 팀워크가 형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매일 일반학생들과 정규수업을 받고 수업이 끝난 후에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선수들은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느라 피곤할 법 한 대도 저녁 9시, 10시까지 연습을 늦추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좋은 성적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는 비결을 묻자 정 코치는 “전국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선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상승했다”며, “그로인해 좋은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대회 성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 앞으로의 목표와 행보

  성일고 볼링팀의 올해 목표는 4월부터 시작되는 전국대회 3관왕 및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정승완 코치는 “전국체전 전라북도 대표로 선수 3명 모두가 선발돼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며 “대회 시작 전 연습기간이 부여되기 때문에 그 시간동안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해서 팀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모든 사람들의 기대에 부흥하겠다”고 다짐했다.

  또한 볼링팀은 학교 정식교기로 지정되지 못해 실질적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정승완 코치 또한 정식으로 학교에 소속되지 않아 개인 사비와 일부 학부모들의 지원을 통해 팀을 이끌고 있다.

  녹록치 않은 운영비로 선수들의 전반적인 모든 생활을 감당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정코치와 선수들은 묵묵히 자신들의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코치는 “하루라도 빨리 볼링팀이 학교 정식종목으로 창단되길 바란다”며 “선수들의 부모님들과 볼링팀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분들은 볼링팀이 하루 빨리 정식으로 창단돼 선수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아 마음 편히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한다”라고 현재 볼링팀이 직면한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올해도 금빛 스트라이크를 몰아치며 높은곳으로 비상하게 될 성일고등학교 볼링팀, 하루 빨리 학교 정식교기로 지정돼 선수들이 모자람 없이 훈련하고 그로 인해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지역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또한 전국제패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종대회에서 고공행진 하게 될 선수들의 모습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