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총선이라 일컬어지던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마무리돼, 익산지역에서는 총 15명의 조합장이 당선됐다.

  그 중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곳은 단연 익산농협.

  조합원 수나 그 규모 면에서 압도적일 뿐 아니라, 익산시의회 두 번의 의원과 한 번의 의장 그리고 전북도의회 의원을 역임한 김병옥 씨가 전·현직 조합장을 비롯해 지역에서 내로라하는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그간 선거운동 과정에서 들녘을 누비며 발품을 팔아 일일이 농민들을 만나는데 하루가 가는 줄 몰랐던 그는, 이제 하루 종일 걸려오는 축하전화를 받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 17일 익산농협 조합장에 당선된 그를 만나 그가 꿈꾸고 있는 익산농협에 대한 이야기와 각오를 들어봤다.

◇ 그 규모만큼이나 관심이 많았던 익산농협 조합장에 당선됐다. 소감을 간단히 전한다면.

  무엇보다도, 소중한 선택을 해준 조합원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한 번의 실패를 거울삼아, 정치인이라는 이질감을 극복하기 위해 일일이 농민들을 만나면서 노력을 해 온 것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 생각한다.

  그간 약속한 바대로, 언제나 농민과 조합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농가소득 증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수 있는 조합을 만들어 나가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다시 한 번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해 준 조합원 여러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 지난번 도전에 이어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갖가지 소문들이 많았다. 돌이켜 본다면.

  농촌에서, 빈농의 아들로 자라면서 꿈을 키웠다.
지금으로부터 3년 7개월여 전, 익산농협 조합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고 당차게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당시 도의원 신분으로 조합장 선거에 나왔다가 떨어지면 다시 도의원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그간 성원을 보내준 당원들과 시민들에게 송구함을 무릅쓰고 사퇴라는 결단을 내렸다.

  누차 강조해 왔다시피 의회에서 도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지역발전에 일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보람된 일이지만, 전문경영의 경험을 살려 조합을 운영하면서 또 다른 방향으로 지역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 인간 김병옥에게는 더욱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앞서 고배를 마신 이후, 많이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다소 정치적인 부분도 있었고, 이에 따라 언론이나 주위의 날카로운 비판도 많았던 것 같다.
외롭고 힘들었다.

  하지만, 겸허히 받아들이고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갑자기 출마한 것이 아니다.
조합을 제대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농민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왔고, 조합장 후보로서 갖춰야 할 출자금이라든가 거래실적 등 각종 요소들도 수년 전부터 준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많은 분들을 만나 뵙는 과정에서, 말할 수 없이 소중한 것들을 얻었다. 농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농업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향 등에 대해 자연스레 습득하게 됐고, 우리 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조합의 성공적인 운영에 대해 어느 누구와 토론하든지 지지 않을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의 조합 운영에 대한 방향 설정이 된 것은 물론이다.

◇ 선거 과정에서 많은 공약들을 제시했다. 조합 운영에 있어서 중점 사항은 무엇인지.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들이 생산한 농산물 판매와 이를 통한 농가소득 증대다.
이것이 바로 조합의 역할이고, 조합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농산물 판매 앞장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예전에는 보리에 쌀 한 줌을 조금 섞어 밥을 지어 먹었다. 그만큼 가난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물 말아 풋고추 하나 고추장에 찍어 먹으면서도 끼니를 거르지 않는 것에 감사했고, 일 년만 흉년이 들어도 먹을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은 비축미가 많아 그런 걱정을 하는 시대가 아니다. 오히려 농민들이 생산한 쌀을 조합이 전량 수매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시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겠다. 사무실에 앉아 결재만 하는 조합장이 아니라,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는 판로가 있다면 어디든지 직접 찾아다니며 계약을 따내는 ‘세일즈맨 조합장’이 될 것을 약속한다.

  판매와 아울러 가공에도 주력할 예정이다. 일례로 정월대보름에 먹는 오곡밥처럼 일 년 내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잡곡밥을 구상하고 있다. 십곡밥이든 십일곡밥이든 좋은 재료로 영양만점인 제품을 만들어 전국을 대상으로 내놓을 생각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게 500g, 1kg, 2kg, 3kg 등 다양하게 소포장해, 여행을 가거나 야외에서 편리하게 밥 하나에 김치 하나만 먹어도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는 제품을 내놓고 적극적 마케팅을 통해 전국적으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이외에도 콩이나 땅콩, 곡류, 원예, 화훼, 밭작물 등도 맛과 품질에 있어 경쟁력을 갖춰 적극적인 판로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군부대나 학교, 대형마트, 대기업 구내식당을 비롯해 하나로마트 앞 작은 공간이나 아파트 앞 공터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좋은 가격에 팔수만 있다면 어디든지 개척해 나갈 것이다.

  농가가 돈을 벌어야 실질적인 농가소득이 올라야 조합도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고, 이러한 역할을 맡기기 위해 조합 구성원들과 농민들이 조합장에게 여타의 권한을 준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 두 번의 시의원, 한 번의 도의원 경력 등 정치적 역량을 토대로 한 조합 경영에 기대하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한 각오는.

  지난 선거부터 이미 정치에서 떠난 사람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조합 운영이 정치적인 부분에 좌우되면 안 될 뿐더러 조합장이 돼 정치에 관여할 생각도 전혀 없다.
다만, 조합 운영에 있어서 정치인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다. 물론 사사로운 부탁이 아니라, 7,000명 조합원과 농민들의 바람을 전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에서 추진하고 있는 국가식품클러스터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익산지역 특히 우리 조합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나 누구나 알 만한 특산품을 없지만, 네덜란드 푸드밸리도 현지 토착민들이 모여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기반으로 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양질의 농산물과 이를 활용한 가공품을 가지고 맞춤형 납품을 통해 식품클러스터 입주 기업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판로 확보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미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추진단장도 만났으며, 이 부분에 있어 정지척인 역량이 필요하다면 유감없이 발휘해 볼 생각이다.

  또 한 가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RPC다. 최근 낭산의 명천 RPC는 국·도비 등 55억원이 투입된 현대화사업을 마치고 최첨단시설로 새롭게 태어났다.
우리 조합도 규모가 큰 RPC를 운영하고 있지만 노후돼 있어 보강이 필요하며, 저장과 도정만 하고 있어 가공시설 구축이 필요하다.

  낭산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우리 조합의 경우는 550억원은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간의 의원 활동 경험을 통해 예산 흐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국·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할 예정이다.

  또한 조합을 지원할 수 있는 농림축산식품부 풀예산이 곳곳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익산시와 협의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지원근거를 마련해 조합 운영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겠다.

◇ 새로운 조합장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많다. 앞으로의 포부는.

  누구나 다 나름대로의 포부와 각오를 가지고 새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조합원들에게는 물론 조합 직원들에게도 새로운 조합장은 생소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기존에 행하던 습관이나 형식이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존중하는 한편, 매사 합리적인 방법으로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이미 상임이사를 비롯한 간부 직원들과 지점장들을 만나 뵙고 인사를 하며, 이러한 뜻을 전했다.

  조합장은 조합을 이끌어가는 역할이기에, 가정으로 치자면 가장이라고 생각한다. 가부장적이고 형식에 얽매이는 가장이 아니라, 직원들을 한마음으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가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인사권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권한을 함부로 휘두르는 것이 아니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각자의 가정에서는 소중한 가장이기에 이 점을 가슴에 새기고 언제나 따뜻하게 대할 수 있는 조합장이 될 것이다.

  특히 새 조합장이 왔다고 해서 전임 조합장과 함께 일했던 직원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조합을 위해 일하는 똑같은 직원일 뿐이다. 전문적인 역량을 판단해 적재적소에 직원을 배치하고 성공적인 조합 운영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택할 것이다.

  차후 이번 선거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후보분들을 찾아뵙고 인사하며 조언을 얻고, 원로 조합원들의 고견에도 귀를 기울여 조합 운영에 반영할 생각이다.

  향후 임기를 마쳤을 때, 조합원들과 농민들 그리고 직원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받을 수 있는 조합장이 될 것이다.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부지런하고 성실한 조합장이 될 것을 분명히 조합원 여러분들께 약속드린다.